정글 project 2013 - 한중문화관 기획초대 展

 

강경아 구인성 김태곤 라상덕 문주호 박종갑 박혜원 성종학 신정두

오만철 윤대라 이진용 전량기 정국택 조은신 지요상 한상범 한재철

 

 

 

한중문화관

 

2013. 7. 12(금) ▶ 2013. 7. 26(금)

Opening 2013. 7. 12(금) pm 6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38 | T.032-760-7860~6

 

 

(상) 김태곤 | (중) 라상덕 | (하) 구인성

 

정글은 작가주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되었다.

프로젝트그룹 정글은 다양한 매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예술가들이 각자의 전공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넘나들기 위해 실험적인 작가들의 집합체로 결성되었다.

그 동안 수많은 미술그룹들이 이념과 이슈의 한계에 갇히고, 장르와 학연의 끈에 묶여 표현의 한계를 드러내며 창작표현에 많은 애로를 겪어왔다. 이러한 환경과 함께 최근 자본과 상업주의 현상으로 인한 미술 본연의 순수와 창의적 표현의 상실은 예술에 대한 작가적 태도를 묻게 된다.

최근의 전시 형식은 대부분 기획의 시선에 맞춰져 작가들의 자의적인 소통은 사라지고 전시만 남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에 정글은 작품창작의 새로운 모색과 확장을 목표로 개인의 작품창작을 위해 작가 간 표현방식의 디테일을 서로 피드백하며 서로의 테크니션 역할을 지향한다. 그러한 작품제작 형태와 다양한 작가들의 소통을 통해 표현의 확장을 꿈꾸며 당대의 새로운 미술형식을 실험해 나아갈 것이다.

정글은 여러 장르를 융합한 전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갈 것이며, 현대미술의 다양한 지평위에서 작가주의 그룹의 견고한 면모를 다져갈 것이다.

 

정글project 박종갑

 

 

(상) 문주호 | (하) 한재철

 

다시 작가정신을 묻는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술계의 현실에 맞서 예술의 순수성을 지키며 작가의 길을 걷고자하는 일군의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연대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하여 정글프로젝트그룹을 경성해서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동인활동이 그 활기를 잃어버린 시대에 작가주의나 작가정신이라는 예술의 근본문제를 화두로 모인 이들이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은 동인전의 출품작들에 대한 개별적인 언급 대신의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작가주의라는 화두를 둘러싼 몇 가지 논점들을 언급할 것이다. 우선 이들이 내세운 작가주의라는 말이 우리시대에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특정한 개념, 태도, 방식 등을 실천의 원칙으로 삼는 것을 ‘00주의’라고 부른다. 이들이 작가주의를 들고 나온 이유는 전근대적인 의미의 장인정신을 회복하자는 의미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근대적인 의미의 작가주의로 완전히 회귀하자는 의미도 아니다. 이 시대에 작가주의라는 화두가 나오는 것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 과거로 퇴행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다시 작가정신을 묻는 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을 것이다.

 

작가주의라는 말은 작가정신을 예술생산의 제1근거로 삼고 활동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가(정신/주의)는 근대의 산물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입체조형물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화공이나 석공, 도공 등의 기능공으로 불렀던 것은 전근대 시기의 일이다. 인공적 시각물을 제작하는 기술을 가진 이들을 화가, 조각가, 도예가 등의 작가 개념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근대 시기의 일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장인들이 예술가로 거듭나는 그 대목이 전근대를 근대로 뒤집은 동인이기도 하다. 근대적인 의미의 작가정신은 전근대적인 의미의 장인정신과 다르다. 요컨대 작가주의가 하나의 이념이나 태도로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예술가 주체가 태동함으로써 가능했다. 근대적 이념에 충실한 예술가 주체들은 종교와 국가와 자본 등의 권력이 하달하는 주문생산을 거부하고 자율생산을 시작했다. 근대적 의미의 예술가 주체가 탄생한 것은 곧 예술의 자율성 개념이 성립했다는 것을 뜻한다.

 

 

(상) 박종갑 | (하) 한상범

 

예술은 근대적 제도의 성립과 더불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미술관과 화랑, 비평가와 컬렉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을 향유하면서 공공영역의 성립에 동참한 시민들이 근대적인 예술제도와 개념을 성립한 주역들이다. 예술을 장식이나 공예로부터 분리해서 독자적인 소통영역으로 성립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모더니즘의 전사(前史)에 담겨있다. 나아가 20세기 모더니즘의 역사는 작가주의의 성립과 전개, 그리고 변모 과정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동시대의 예술가들이 모더니스트들이 주장한 작가주의와 어떤 맥락에서 동행하는지, 그리고 또 어떤 맥락에서 결별하는지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업주의를 경계하기 위하여 작가주의라는 이념을 끌어왔다. 상업적인 성공을 목적으로 순수한 예술세계에 대한 자기관점을 버린 채 부화뇌동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지겠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예술적 순수주의를 포기하고 세속적인 상업주의가 판치는 미술판을 비판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 앞에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그것은 근대 작가들의 순수주의를 훼손하는 세속(世俗)의 예술가들과 근대 이전에 존재했던 세속주의 작가들이 개념상 다르다는 데 있다. 전근대적인 세속의 개념과 동시대의 세속 개념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세속 개념은 큰 틀에서 보면 중세와 근대를 나누기 시작한 시기 이후, 특히 인간을 재발견한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 나왔다. 그것은 종교권력의 주문에 따라 종교 프로젝트들에 매진했던 당시의 예술가들 가운데 일부가 종교와 무관한 세속 프로젝트를 벌이기 시작한 데서 나왔다. 근대 예술이 태동하던 시기의 예술들을 생각해보면 그 주제나 방법론들이 충분히 세속적이지 않은가. 이후의 세속주의는 곧 작가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세속으로 뛰어든 예술가들은 종교나 국가권력이 발주한 프로젝트가 아닌 새로운 주체들의 주문을 받아 예술작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조선의 도화서 화원이 춘화를 내다파는 일과도 같이 기존의 예술체제와는 다른 경로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상) 오만철 | (중) 조은신 | (하) 정국택

 

근대사회가 성숙함에 따라 교회로부터 세속으로 옮겨온 예술가들이 기착한 곳은 예술의 순수성이라는 새로운 울타리 안쪽이었다. 그들은 전통사회의 선주문-후생산 방식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생각하고 생동하는 자율결정, 자율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근대성을 실현한 위대한 예술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작가주의는 새로운 위험에 봉착했다. 보이지 않는 손, 즉 자본이라는 비가시적인 주문에 순응하는 상업주의 경향이 팽배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작가(주의)의 개념이 고정불변의 위치에 놓인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글프로젝트그룹의 구성원들이 포지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인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작가의 지위와 역할이 격변하는 시대의 난맥상을 극복하고 이 시대가 요청하는 작가정신을 근거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작가의 태도나 시선은 매개자들이나 향유자의 그것에 비해 매우 근본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예술생산자들의 근본주의 시각은 때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으나, 본질과 현상이 본말전도의 상황에 놓여있을 때 다시 한 번 무엇이 본질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근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과 같이 상업적 성공이 곧 예술적 성공과 등치하는 시대에 작가정신을 강조하는 예술가들이 동인활동을 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것이 예술적 태도가 아닌 장르나 동문, 지역 단위의 의미 없는 틀을 가지고 있을 때는 철지난 뒷북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정글프로젝트그룹의 구성원들은 여하한 묶음으로 무가치한 영역화를 시도하는 이들과 달리 작가정신을 내세운 그룹이다.

 

 

(상) 윤대라 | (하) 지요상

 

때로는 부분적인 퇴보가 필요하다. 작가라는 말이 근대미학의 결여와 궁핍을 대변하는 것으로 취급받기까지 하는 이 시대에 작가정신을 강조하는 이들의 행보는 겉으로는 퇴행적이지만 속으로는 매우 진보적이다. 구성원 가운데 일부는 이미 기성의 예술제도 안에 깊숙이 진입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새로운 세대도 있다. 이들의 밝히는 그룹 활동의 목표는 현대미술의 탈장르화 경향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되 특정한 주제의식에 맞춰져 자율적인 소통 가능성이 부재한 상황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장르와 학연, 이념, 의제 등에 묶인 그룹 활동을 지양하고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들이 장르혼융과 탈장르실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30-40대 작가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미술시장 중심의 상업적인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들은 장르별로 각자의 방법론을 공유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테크니션으로서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캔버스 위에 오일컬러를 발라서 그리든, 종이 위에 먹을 얹어 그리든, 나무상자 위에 아크릴을 칠해서 그리든 간에 시각기호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서 예술적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서양화냐 동양화냐 하는 영역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틀이다. 예술의 이름으로 만나야할 대상은 많다. 평면과 입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물질기반의 예술과 개념적인 예술, 이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전근대적인 장인개념의 예술가를 넘어서는 일이며, 근대적인 작가개념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각예술영역 안에서의 장르혼융과 탈장르실험 단계를 넘어서 예술과 예술, 예술과 사회, 예술과 과학 등 다양한 영역을 가로지르는 통섭의 시각이 있어야 한다. 정글프로젝트그룹은 근대 시기의 작가주의 정신을 넘어 탈근대적인 예술가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이미 그 출발선상에 서 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상) 이진용 | (중) 성종학 | (하) 강경아

 

(상) 전량기 | (중) 박혜원 | (하) 신정두

 

 
 

 

 
 

vol.20130712-정글 project 2013 - 한중문화관 기획초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