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성 展

YESUNG KIM

 

Echo_50x30cm_mixed media_2010

 

 

갤러리 이즈

 

2013.  5. 8(수) ▶ 2013. 5. 14(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 T.02-736-6669

 

www.galleryis.com

 

 

Installation View_Peggy Phelps Gallery

 

 

김예성의 작업

 

세포와 행성, 기와 에너지, 그리고 생명의 원형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형식적으로 회화에 접근하는 태도며 방법에는 한정이 없지만, 편의상 그리기와 만들기로 구분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린 그림과 만든 그림으로 구분되는 것인데, 두 경향이 뚜렷하게 구별될 때도 있고 하나의 화면 속에 중첩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건 그 자체 결정적인 경우로서보다는 상대적인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여기에 그린 그림이 서사적이고 의미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만든 그림은 상대적으로 형식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으로는 작가의 기질을 들 수 있겠지만, 이보다는 매체적인 특수성에서 찾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말하자면 매체 자체의 성질에 속하는 것들, 이를테면 매체 고유의 물성과 질감과 색감 같은. 이런 매체 고유의 물성이며 질감이며 색감은 다른 말로 치자면 회화를 이루는 조형요소며 형식요소가 되겠다. 이렇게 만든 그림과 조형요소며 형식요소를 강조하는 그림이 하나로 부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합된 형식은 대개 추상적인 형태를 띠기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다시, 만든 그림과 형식요소를 강조하는 그림 그리고 여기에 추상적인 그림이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있는 그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의 유형화로 치자면 모더니즘적 형식주의 회화를 들 수가 있겠다. 어떤 의미내용보다는 형식적인 요소로 자기를 환원시키는 일종의 환원주의적 태도며 방법에서 회화의 당위성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의미내용은 형식요소에 비해 부차적인데, 말하자면 전제된 조건으로서보다는 사후적이고 우연적인,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비결정적인(의미론적으로 열려있는) 결과에 머문다.

 

 

Echo_60x48″_mixed media_2010

 

 

김예성의 그림이 그렇다. 작가의 그림은 만들고 붙이고 새김질하는(이를테면 한지를 덮은 골판지에 난 골을 따라 뾰족한 도구로 각을 새겨 넣어 그 골이며 선이 오롯하게 부각되게 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조형적인 하모니며 효과가 흥미롭다. 서사나 의미내용보다는 과정과 형식요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적 형식주의 회화에 그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모더니즘적 형식주의 회화 혹은 형식주의 회화로 나타난 모더니티 자체는 서구회화의 산물이지만, 편의상 회화에서 과정과 조형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을 아우르는 경우로 이해할 수 있겠다. 무슨 말이냐면, 작가는 원래 한국화를 전공했었다. 한국화 전공자로서 형상미술이 아닌 추상미술로 나아갈 수 있는 경우로는 수묵의 운필과 선염 곧 번짐 효과를 이용한 형식실험이 아니면 한지 고유의 물성에 주목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예를 생각해볼 수가 있겠다. 그 중 작가의 경우는 후자에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자체 한국화 고유의 매질(매체적인 특질)과 서구 회화의 모더니티를 결합한 경우로 볼 수 있겠고, 이로써 한국화의 표현영역이며 범주를 확장하고 심화한 경우로 볼 수도 있겠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의 전작을 간략하게 스케치해 보자면, 작가의 그림은 상호간 이질적인 기법과 방법, 매체와 매질이 하나의 화면에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한지를 길게 잘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중첩시켜 붙인 화면에서는 선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리고 때론 골판지를 콜라주한 화면에서 골판지 자체의 요철이 선의 변주된 한 형태로서 강조돼 보인다. 그런가하면 아예 지끈 곧 종이끈을 화면에 붙여 선을 부각하기도 한다. 눈치를 챘겠지만, 작가의 그림에서는 선이 강조된다. 화면에 한지를 뜯어 붙이고, 골판지를 콜라주하고, 여기에 지끈을 조합해 다양한 선의 바이브레이션을 연출한 화면이 바탕에 스며든 먹과 어우러지게 한 것이다. 그 과정은 일률적이고 기계적이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상황논리와 감각의 부름에 따라 즉흥적이고 분방하게 적용되는 것이어서 유기적이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상호간 이질적인 질료며 조형요소들이 중첩되면서 비정형의 레이어를 만드는, 그렇게 겹겹이 포개진 화면이 그 이면에 시간의 흔적이며 존재의 흔적을 머금은 듯한 고답적인 인상을 준다.

 

 

Echo_48x48″_mixed media_2013

 

 

때론 한지를 구겨서 배접하는 과정에 연유한 자연스런 구김의 흔적이 한지 고유의 (반)투명성 내지는 은근한 먹색과 어우러지는 유기적인 화면구성이 강조되기도 하고, 더러는 일련의 선들이 강조돼 보이는 기하학적인 화면구성이 돋보이거나 한다. 형식적으로 유기적인 화면구성과 기하학적인 화면구성 사이의 스펙트럼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인데, 그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선이고, 그 결과로 강조되는 것도 선이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에서는 다시금, 선이 강조된다. 아예 낱낱의 그림에 부친 제목이 선이고, 주제 또한 선율과 울림(정확하게는 선율 그리고 조용한 울림)이다. 여기서 작가가 선이라고 하지 않고, 선율이라고 명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저 형식요소로 환원되고 마는 선이 아니라, 선을 매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어떤 아우라를 갖는 선이며, 어떤 표정을 머금은 선을 그리고 싶은 거다. 그래서 선율이고 울림인 거다.

 

 

Echo_48x36″_mixed media_2010

 

 

이처럼 작가의 그림에서는 진작부터 선이 강조된다. 그리고 근작에서 선은 마침내 그 자체 자족적인 존재성을 획득하면서 극대화되기에 이른다. 말하자면 근작에서의 선은 더 이상 형식요소에 머무르지도 않거니와, 나아가 어떤 의미론적인 표상 역할마저 도맡는다. 형식적이고 의미론적인 기능을 떠안음으로써 전작과는 다른 과정이며 결과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선을 매개로 전작과 근작이 구별되면서 하나로 연이어지고 있다고나 할까.

여하튼 근작에 대한 인상은 전작에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여러 이질적인 형식요소가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어우러진 유기적인 화면에서 화면구성이 한눈에 드러나 보이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화면으로 변화한 것이 주목된다. 바탕화면이 플랫(올오버페인팅)해졌고, 이처럼 플랫한 화면에 걸맞게 가공합판(그 표면질감이 캔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에 부가된 아크릴 채색으로 종전의 한지에 스며든 먹색을 대신했다. 먹색이 화면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깊이감과 함께 어떤 내재적 울림을 강조하고 있다면, 근작에선 파스텔 톤의 부드럽고 우호적인 색채감정이 강조되기도 하고, 때론 대비되는 색채를 사용해 극적 긴장감을 유도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을 얻기 위한 형식요소들이 일소되거나 정리된 감이 없지 않다. 무슨 말이냐면, 한지를 잘라서 중첩시키거나 골판지를 콜라주하거나 지끈을 오브제로서 도입하는(모두가 나름의 선을 얻기 위한 구실인) 등의 종전의 방법을 찾아볼 수가 없다. 종전의 방법 중 유일하게 지끈이 주요한 형식요소로서 살아남았다고나 할까. 여러 이질적인 과정이 어우러져 선을 얻었던 종전의 방법이 지끈이라는 단일 오브제로 모아졌다고나 할까. 아마도 작가의 작업에서 선은 진작부터 주요한 형식요소로서 자리매김 되어졌던 터였고, 따라서 자연스레 선 자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작업 과정이 진행되어졌을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지끈에 이른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작품 부분

 

 

이런 연유로 근작에서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감정이 지배적인 심플한 화면 위에 유일한 오브제로서 도입한 지끈이 만들어내는 형태가 오롯해진다. 지끈이 만들어내는 선이며 형태를 보면, 지끈을 간격 없이 촘촘하게 말아 화면에 붙이는 과정을 통해서 화면상에 각종 크고 작은 정형 비정형의 원 형상을 연출해 보인다. 바탕화면도 그렇거니와 지끈이 만들어 보이는 형태도 화면을 평면적으로 어필되게 한다. 다시금, 형식주의를 강조한 것이고, 평면으로 소급되는 환원주의를 강조한 것이고, 회화적 모더니티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은 여기에 그치지도 머물지도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화면에 포치한 크고 작은 정형 비정형의 원 형상들이 지끈의 표면질감 탓이기도 하거니와 촘촘하게 감긴 형태로 인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그렇게 지끈이 만든 형태는 빛에 반응하면서 비록 그 자체 평면이지만 화면 위로 돌출돼 보이기도 하고 화면 속으로 함몰돼 보이기도 하는, 평면이면서 입체이기도 한 일루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빛의 강도와 시점의 변화에 따라 화면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게 형상은 자가 분열하는 세포처럼도 보이고, 막막한 우주 속을 떠도는 행성처럼도 보인다. 여기에 규칙적인 동심원을 그리며 중첩되는 형태가 빛의 파장처럼도 보이고, 수면에 일렁이는 파문이며 파동처럼도 보인다. 여기서 파장이나 파문 그리고 파동이 일종의 역학임을 인정한다면, 그 형태 자체는 기 혹은 에너지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알다시피 세포는 생명의 최소단위이며, 그 단위소가 기 혹은 에너지의 표상과 통한다. 이로써 작가의 작업은 회화 고유의 형식요소(특히 선과 같은)를 강조하면서도, 그 이면에 일련의 의미론적인 표상형식을 품고 있다(그리고 표상은 때로 풍경적인 일루전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세포나 행성 같은. 기나 에너지 같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명의 원형 같은.

 

 
 

김예성

 

학력 | 2001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졸업 | 2003 |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학과(MFA) 졸업 | 2007 |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MFA) 졸업 | 2011 | Pacific State University(MBA) 졸업

 

개인전 | 2013 | 갤러리 이즈 | 2008 | LAAA/Gallery 825, Los Angeles, CA, U.S.A. | Brand Library and Art Center, Glendale, CA, U.S.A. | John Ben Memorial Trust Art Gallery, NV, U. S. A. | 2007 | Peggy Phelps Gallery, CA, U. S. A. | 2005 | COLOR EXPO(코엑스) | KCAC(서울시립미술관) | 강릉문화예술회관 | 2004 | 동양화 새 천년전(예술의전당) | 2003 | KCAF-현대미술제(예술의전당) | 2002 | 모인화랑

 

단체전 | 2013 | 중앙대학교 교강사 작품전 (공평 갤러리) | 아트 이탈리아 대한민국 미술전 (서울 시립미술관) | 마북동 삶 이야기 전 (한국미술관) | 2012 | 임진년-용의 비늘, 중앙대학교 교강사 작품전 (공평 갤러리) | 2011 | Dream on Canvas, Four Seasons Hotel, Westlake Village, CA, U.S.A. | 2010 | The 41st Annual Multi Media Mini Show, The Redlands Art Association Gallery and Art Center, Redlands, CA, U.S.A. | 2009 | Dream on Canvas, City Art Gallery, Van Nuys, CA, U.S.A. | 2008 | Open Show, Gallery 825, Los Angeles, CA, U.S.A. | Living Beyond Limits, 98ten Fine Art, Irvine, CA, U.S.A. | LA Art Show, Barker Hangar, Santa Monica, CA, U.S.A. | Penumbra, Gallery 825, Los Angeles, CA, U.S.A. | Gem, Gallery 825, Los Angeles, CA, U.S.A. | Dream on Canvas, City Art Gallery, Van Nuys, CA, U.S.A. | Little Light, 98ten Fine Art, Irvine, CA, U.S.A. | 2007 | Works on Paper, South Shore Art Center, MA, U.S.A. | 22nd Annual International Exhibition, Meadows Gallery, The University of Texas at Tyler, TX, U.S.A. | 38th Annual Multi-Media Mini Show, San Bernardino County Museum, CA, U.S.A. | Gem, Gallery 825, Los Angeles, CA, U.S.A. | Dream on Canvas, The Circle of Care Foundation, Van Nuys, CA, U.S.A. | 5th Annual Tarfest, The Korean Cultural Center, Los Angeles, CA, U.S.A. | Synchronic, Arena 1 (A Project of Santa Monica Art Studios), Santa Monica, CA, U.S.A.  | 2006 | Made in California, 21th Annual Juried Exhibition, Brea Gallery, Brea, CA, U.S.A. | Small is beautiful. (성남 아트센터) | National Orange Show, San Bernardino, CA, U.S.A. | 8th Annual Contemporary Art Juried Online International Exhibition, (www.upstreampeoplegallery.com) | Works on Paper Exhibition, Long Beach Art Gallery, Long Beach, CA, U.S.A. | Brand 35, Annual Juried Exhibition Works on Paper, Brand Library and Art Center, Glendale, CA, U.S.A. | Center for the Arts Juried Exhibition 2006, Center for the Arts, Eagle Rock, CA, U.S.A. | Bow and Arrow: Nature, Expansion and The Stripe, Claremont City Hall, Claremont, CA, U.S.A. | 2005 | 세화전 (종로 갤러리) | The Abstract Show, Claremont City Hall, Claremont, CA, U.S.A. | 2004 | 도끼자루전 (노암 갤러리) | 천년작가 정예전 (갤러리 올) | 지의 물성전 (종로 갤러리) | 중앙 한국화 대전 (세종문화회관) | 아시아 여성 미술 초대전 (세종문화회관) | 2003 | 감성과 열정의 파동전 (목엽 갤러리, 일본) | 한국/오스트리아 현대작가 국제 교류전 (Palais Palffy, 오스트리아) | 지의 물성전 (종로 갤러리) | 은채전 (인사 아트프라자) | 한국미술대학 우수대학원생 초대전 (안산 단원 전시관) | 중원전 (갤러리 라메르) | 서울 인사동 거리미술 축제 (모란 갤러리) | ART SEOUL (예술의 전당) | 전국 우수수상 작가전 (인사 아트플라자) | 신진작가 발언전 (인사 아트플라자) | 한국/베트남 중진작가 초대전 | 2002 | 문-그 들고(入) 남(出)에 대하여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 중원전 (갤러리 라메르) | 공공전 (갤러리 라메르) | 지의 물성전-5m 전 (종로 갤러리) | 신진작가 발언전 (예술의 전당) | 2001 | 중원전 (동덕 아트갤러리)

 

수상 | 2005-07 CGU Fellowship-ART2000 | 구상전‘특선’(국립 현대미술관)2005 | 단원미술대전 ‘특선’(안산단원전시관)2004 | 경기미술대전 | 2003 | 서울미술대전 ‘특선’(서울시립미술관) | 여성미술대전(서울 국제 디자인 프라자 | 미술세계 대상전(안산단원전시관) | 2002 | 단원미술대전‘특선’(안산단원전시관) | 동아미술제(국립현대미술관) | 미술세계대상전(안산단원전시관) | 여성미술대전(예술의전당) | 2001 | 여성미술대전 ‘특선’(서울시립미술관) | 구상전‘특선’(국립현대미술관) | 대한민국회화대전(국립현대미술관) | 단원미술대전(안산단원전시관)

 

현재 | 중앙대학교 출강

 

 
 

vol.20130508-김예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