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희 展

 

‘강경, 오늘의 잔상’

 

 

 

갤러리 룩스

 

2013. 5. 8 (수) ▶ 2013. 5. 14(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T. 720-8488

관람시간 | 평일.토요일 AM 10:00 - PM 19:00, 일.공휴일 AM 11:00 - PM 19:00,

마지막 화요일은 낮 12시까지

 

www.gallerylux.net

 

 

 

the House

 

 

촬영지는 충남 논산시에 속하는 작은 소읍인 강경이다. 강경은 한때 시장과 포구가 번성했던 지역으로 해방 이후 정체되면서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이다. 촬영은 특정한 방향이나 의도를 정하지 아니한 채 곳곳을 거닐고 관찰하면서 그때그때 감성이 이끄는데로 진행하였다. 한편 이 전시회에 앞서 사진집 『강경』을 펴내었다.

 

 

 

Autumn, Still Life

 

 

 강경에 내려가 나지막한 집들이 다소곳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선 읍내 전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이곳을 자주 방문하리라는 예감이 가늘게 피어 올랐다. 그 예감대로 그 후 강경에 자주 내려갔다.

 나에게 있어 강경에 간다는 것은 곧 강경의 이 길 저 길을 걷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끊길 듯 이어지는 골목길, 간간하게 곰삭은 내음을 풍기는 천변 길, 금강 하류의 물줄기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강둑길.... 이런 길들이 말없이 내게 눈짓하고, 걸을 때마다 다른 감상을 안겨주었다.  

 나는 여러 길들 중에서도 골목길에 들어서면 한껏 걸음을 늦추었다. 여타 도시와 달리 서로 불화하지 않는 집들을 감싸고 이어지는 낡은 담장과 건물 외벽,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좁은 골목길에서는 오래 적부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두런두런 들리고 그들의 애환 어린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충청남도의 아래 쪽에 자리한 작은 읍인 강경과 관련하여 여러 편의 논문이 있고, 역사?경제?사회적인 고찰과 함께 제법 큰 규모의 전시회가 개최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강경으로의 여정을 마친 지 한참 뒤였다. 다행스러웠다. 특정한 선입견 없이 담담한 상태에서 마음 이끄는데로 시선 발걸음이 가는데로 거닐고 렌즈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전국에서도 두 세번째로 손꼽히는 시장과 포구가 있었다는 역사를 전설처럼 안고 있는 강경. 그곳 사람들은 이 지역만 변화가 없다면서 곧잘 상실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변화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 강경이다.

 옛날과 다름없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들도 담장과 외벽이 퇴색하거나 변색하고, 그 위로 다른 색이 덧칠해지기도 한다. 담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이고, 그 흔적은 이곳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역정이기도 하다.

 

 

between Houses

 

 

 어느 날 강경의 길을 걷다가 뇌리 깊숙이 묻혀있던 아득한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유년 시절, 아주 짧은 동안 강경에 산 적이 있었던 것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의 실마리를 더듬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시절 고단했을 어른들의 상념을 내 것인 양 반추하며 걷는다. 그럴 때면 카메라를 목에 걸고 이길 저길을 오가는 나 자신이, 마치 봇짐을 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 같기만 하였다.

 나의 작업에는 강경의 중요한 상징이나 기념비적인 건축물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한 것들은 내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카메라와 벗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삶의 애환이 담긴 사진을 찍고 싶었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강경에서 촬영한 사진의 표면에는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문패가 작게 걸린 집의 담벽 안쪽이나 저 멀리 길 건너편에 있을 것이다.

 내가 강경에서 보고 느낀 것은 강경이라는 공간이라기보다 그곳에서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사람들의 숨결과 곳곳에 베어 나오는 시간의 흔적이었다. 즉 강경의 ‘오늘’이 아닌, 시간의 한 점이 되어 있을 ‘오늘의 잔상’인 것이다.

 

 

a Small Madang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내게 도시는 혐오하지만 떠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거주지와 삶은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로 도시에서의 생활은 곧 불안과 중압감의 일상 이었다. 도시 안에서 생성된 완전한 사회와 집단 속에서 항상 이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재단된다.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어 대학까지 이르는 단계별 교육과정을 거쳐 직장과 결혼에 이르고 가족구성원을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은 또다시 앞의 과정을 대물림 받는다. 그 과정 안에서 이탈하거나 늦어지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서 소외되며 도태된다. 본인은 이러한 사회적 기준에 거부감을 가진다. 하지만 앞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탈 사회적 경로를 따르기엔 망설여지는 유약한 소시민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자아는 타자와 함께 있을 때 실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은 도시를 쉽게 떠날 수 없으며 획일화된 이데올로기 속에서 공허한 사회성을 띄고 살아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미국의 심장 전문 의사 로버트 엘리엇(Robert S. Eliet)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하게 사는 법> 에 나오는 명언이다. 이 흔한 표현이 진부한 이유는 결국 그만큼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만 피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한 상처와 소외를 치유하고자 작업은 시작되었다. 작업의 주제는 ‘조용한 위로’ 이다.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의도로 본인을 포함한 도시현대인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기 위해 산보자가 되어 “무명의 장소”를 찾아 나섰다..

 

-정말희 논문 중 발췌-

 

 

 

a Dead Spider

 

 

People One

 

 

Fragments

 

 

 
 

정말희

 

개인전 | 2010 ‘일상과 불화하다’

 

출판 | 2012 사진집 ‘강경’ 출판

 

 
 

vol.20130508-정말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