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배, 박선영 초대展

 

“누군가의 공상&누군가의 일상”

 

집으로_화강석,동_60x40x55cm

 

 

장은선 갤러리

 

2013. 5. 1(수) ▶ 2013. 5. 11(토)

reception | 2013. 5. 1(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8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꿈꾸는나비_대리석,무라노유리_40X12x30cm

 

 

서사와 매체의 동행

 

이선영(미술평론가)

김근배의 조각은 단일한 기념비성 보다는 서사narrative의 과정을 드러내는 작은 무대들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문학적이고 회화적 특성이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인공들과 무대장치는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된 복잡한 형태들이 조립된 형식이다. 그러나 무대 세트는 오브제나 기성품으로 채워지기 보다는, 브론즈나 대리석 같은 고전적인 조각의 재료를 활용하여 주물이나 조각의 방식으로 가공된다. 그의 작품에서 청동 같은 금속은 주로 길이나 레일, 이동수단 같이 무대장치의 골조를 이루는 기계적인 사물을 재현하는데 활용되고, 대리석 같은 돌은 인물이나 동물 등 무대 장치 안에 배치된 주인공들을 재현하는데 활용되곤 한다. 재료와 대상은 적절하게 짝지어지지만, 재료가 내용을 위한 투명한 매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차들은 주물의 흔적이나 고색창연한 표면이 두드러지며, 대리석 조각들에도 색이 입혀져 있는 등, 재료의 불투명성opacity이 존재한다.

내용적으로 김근배의 작품은 모종의 이야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조형예술이 가지는 정지라는 속성이 야기하는 애매함이 남아있다. 그의 작품에서 서사는 매체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루고 있다. 공간적 예술인 조각에 서사라는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방식은 선조성을 가지는 길과 이동이라는 개념과 이미지의 도입이다. 그의 작품에는 토끼가 여러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타난다. 최근의 작품에는 토끼 대신 말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법의 빗자루부터 똥차, 달구지부터 트럭, 돛단배부터 전철에 이르는 여러 교통수단에 실린 토끼는 웅크린 채 이리저리 실려 다니는 수동적인 자연적 대상부터, 양복을 입은 문명인의 은유까지 다양한 면모를 가진다. 이러한 이동은 누추한 살림살이가 드러나는 초라한 광경부터, 미지로의 여행이라는 부푼 꿈에 충전된 감정의 편차를 내포한다.

이동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는 가방이다. 작품 [가방 속의 여행](2006)처럼, 가방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풍경 안에 사물이나 동물, 인물 등이 배치된다. 가방 안에는 레일로 형상화된 길도 담겨있다. 가방은 이동에 대한 이미지가 공시적으로 집약된 일종의 축소모델인 것이다. 인물이나 동물 대신에 환경이 이동하기도 한다. 흰 대리석 구름이 박혀 있는 금속 통과 거기에 매달린 날개달린 양복쟁이, 또는 동물은 관객이 통을 돌림과 동시에 하늘을 나는 환영을 창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작된 작품 제목에 많이 붙은 [대장정], [여정]이라는 단어는 그의 작품에서 차지하는 길의 위상을 예시한다. 길은 보통 금속 레일의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개곡선에서 폐곡선에 이르는 다양한 도형을 연출한다. 지하철 노선처럼 추상적으로 배치된 길부터 불규칙한 도형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길 사이사이에는 자동차, 집, 빌딩, 사람, 코끼리, 나무, 잎 등,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모티브들이 박혀있다.

 

 

위풍당당_동,화강석_60x45x70cm

 

 

길 위에 놓인 사물과 생물이 그 순서와 조합의 방식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길이 펼쳐지는 양상에 따라 작가가 할 이야기와 관객이 해석할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가령 꼬인 길은 재미있게 보이기도 하고 골치 아프게 보이기도 한다. 쭉 뻗은 길은 시원해보이기도 하고 권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길은 나무 같은 기념비적 형태 위에 얹혀있는가 하면 타원부터 별모양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혀있다. 길은 [회전도시](2007), [여정](2008)처럼 회전그네나 롤러코스터 형태로 변주되며, 작품 [5번째 생일](2006)처럼 나선형으로 상승되는 레일이자 화려한 샹들리에로 변화하기도 한다. 길과 길 위에 놓인 것들은 거대한 토끼가 가지고 노는 털 뭉치, 또는 포크나 젓가락에 들린 면발이나 양념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대장정이나 여정은 운명을 결정짓는 무심한 주사위 놀이나 먹고사는 문제가 그렇듯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문제로, 인생에 대한 또 다른 은유를 낳는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정착의 이미지는 도시와 자연 풍경에서 두드러진다. 작품 [달콤한 도시](2007)는 바구니 위에 얹힌 뭉치 사이사이에 사물과 사람이 박혀있다. 여기서 문명은 질서보다는 뒤죽박죽된 양상이다. 원통형 대리석으로 빌딩 숲이나 스카이라인 연출한 작품 [도시]는 각 빌딩 위에 계단, 집, 새, 의자 같은 형상을 배치하여 도시 풍경에 온기를 부여한다. 마천루 사이를 종횡으로 활보하는 인간은 매우 익명적이다. 그들은 모두 양복을 입고 얼굴은 동일한 무늬로 환원되어 표정을 읽을 수 없다. 공중에서 그들은 날개로 날고 있거나 낙하선을 타고 내려오는 중이다. 지상에서는 홀로 버스를 기다리거나 집단으로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가기도 한다. 기하학으로 환원된 도시 풍경 속에서 익명의 인간은 체스판 위에 던져진 신세이다. 한편 김근배의 작품에서 자연은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풀잎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코끼리나, 양복쟁이들을 충분히 감싸 안을 정도로 넉넉하다.

대리석 덩어리 위에 코끼리 세 마리가 돋아나는 작품 [여정](2006)은 자연의 판이 가지는 다산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서사의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낸다. 여기에서 서사는 묘사 보다는 작업과정의 흔적들에서 발생한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시각성과 서사성은 긴밀히 작용한다. 굳이 서사적인 작품이 아니어도 시각적인 것에는 의미가, 의미에는 이미지가 잠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볼프강 켐프는 논문 [서사]에서 서사의 원칙으로 변환, 욕망, 결여의 개념을 든다. 이를 통해 서사는 단순한 삶이 아니라, 고양되고 집중된 일생을 다룬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김근배의 작품에 적용시켜보자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환transformation인 서사는 길 위에서 진행되는 연속적인 기술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서사는 하나의 목표, 다시 말해서 주인공들이 얻을 수 있거나 그렇지 못하는 가치의 대상을 성취하려는 주인공에 관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끝없이 여행 중인 주인공들은 그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추구해야만 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욕망은 정지해 있는 체계의 균형을 깨고 의미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다. 마지막으로 결여란 가치를 얻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하나의 결여가 충족되면 또 다른 결여가 발생하며, 이는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필연적인 이유가 된다. 김근배의 작품에 나타나는 서사성은 미술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오랜 논점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레싱은 [라오쿤 또는 회화와 시 사이의 경계에 대하여](1766)에서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각이란 실체들을 공간 속에 배열하는 예술이라고 주장하였다. 조각은 공간적 예술이기에 시처럼 시간을 매체로 하는 예술형식과는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각 예술작품은 동시적인 구성을 통해서 행위의 한 순간만을 재현할 수 있으므로, 가장 함축적인 순간, 즉 전후의 상황을 가장 잘 암시해주는 한 순간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배는 길이나 이동이라는 주제를 통해 한 작품에 여러 시점을 공존하게 한다.

레싱이 언급했듯이 단일한 순간은 어느 정도는 확장 된다. 순간은 기억과 기대 사이에 놓인 문맥에 의해 보충되는 것이다. 동시성은 항상 연속성을 포함한다. 서사적 구성은 관람자를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이동하는 이미지들은 시간의 추이에 의해 성립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길 위, 또는 그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는 오브제 형태의 조각들은 일종의 기호sign이다. 그러나 그 기호들은 시공간상의 통일성이나 논리적 서술의 요건들을 충족시키지는 않는다. 선들은 끊기고 꼬이며, 오브제 조각들이 출현하는 순서나 빈도도 임의적이다. 이러한 불연속성과 분열성으로 이야기는 논리적 연쇄를 가지기 보다는 곧잘 시적 함축성을 가지게 된다. 기호들은 여러 작품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작품 속 주인공의 익명성 역시 비슷한 위상을 가진다. 그의 작품 속 서사의 주인공들은 얼굴이 패턴화 되어 있거나 동물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인다.

 

 

여정_대리석,화강석,동_35x35x50cm

 

 

자세도 몇 가지로 단순화되어 있고, 그들이 입고 있는 양복은 마치 유니폼처럼 개체로서의 속성을 지워버린다. 뻣뻣하게 서있거나 웅크리고 있으면서,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몸짓은 심신의 일치를 꾀하는 고전적 조각의 구조적 투명성과 거리가 있다. 또한 작가는 다양한 색채의 구사를 통해 작품의 표면을 강조한다. 구조에서 표면으로의 이동은 명확한 메시지보다는 물성의 표면에서 매순간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에 주목하게 한다. 그것은 주제가 아닌 매체의 문제이다. 따라서 김근배의 작품에서 서사의 측면만을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더 손쉬울 수도 있는 오브제나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조각의 문법에 충실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는 보여주는 기술로서의 미술의 힘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위해서 매체적 특성에 대한 숙지와 활용은 필요조건이 된다. 매체를 간과하고 주제에만 치중할 때 조각은 문학이나 회화의 아류에 머물기 때문이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매체는 모방과 환영을 위한 투명한 수단이 아니다. 가령 브론즈로 된 트럭이 자동차의 흉내 이상의 매력적인 사물이 되는 것은 조각가의 솜씨가 드러난 표면의 풍부한 물성 때문이다. 조각가로서 오랫동안 훈련해 왔던 돌과 금속에 대한 특정한 기교는 작품이 단순히 일화적 요소로 축소될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현대의 비평가 중에서 미술의 매체적 특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그린버그는, 마찬가지로 레싱의 논의로부터 시작되는 [더 새로운 라오쿤을 향하여](1940)에서, 독립적인 직업과 원리, 기술로서의 예술,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절대적으로 자율적인 예술의 개념을 피력했다. 여기에서 작품의 주제는 매체 뒷전으로 밀린다. 그린버그가 미술을 무엇보다도 매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모든 예술은 보편적으로 이념이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경험의 요소들을 더 직접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매체의 표현능력을 확대시키는 것은 곧 물질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학 대신에 음악은 순수주의를 위한 더 훌륭한 모델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김근배의 길(레일)들은 선율처럼 흘러가고, 사이사이의 사물들은 음표처럼 배치되어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음악적, 즉 추상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조형예술은 문학에 비해 매체를 고립시키는 것이 더 쉬우므로, 결과적으로 현대미술은 문학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순수성을 얻었다는 것이 그린버그의 평가이다. 순수주의의 관점에서 조형예술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느껴야 할 것들이 있을 뿐이다.  예술작품의 순수하게 조형적인 혹은 추상적인 성질, 즉 매체적 특징의 강조는 소통을 위한 효용성 보다는 시각예술의 순수하게 조형적인 가치가 전면에 나타나게 한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조각의 물질성은 때때로 단선적으로 흐르는 서사를 단절시키고, 결정된 의미나 주제로부터 벗어난다. 그것은 단순히 메시지 전달을 넘어서 관객에게 시적 울림을 주기 위함이다. 물론 김근배는 매체적 순수성에만 사로잡혀 형식주의로 매몰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은 매체의 물성과 서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균형을 잡으려는 지점에서 개성을 발한다.

 

 

봄을기다리다_혼합재료_60X50cm

 

 

나의 소소한 일상 - 박선영 작가

 

경기도미술관 학예사 여경환

“도쿄의 미타카 집에 살 때에는 매일같이 근처에 폭탄이 떨어져서, 나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그러나 이 아이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지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라는 걸 못 보고 죽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쓰가루 평야 한가운데서 태어났기 때문에 바다를 보는 것이 늦어, 열 살 무렵에 처음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의 흥분은 지금도 나의 가장 귀중한 추억 중의 하나이다. 이 아이에게도 한번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자이 오사무 수필「바다」중에서

 

 

꿈꾸는나비_혼합재료_60X50cm

 

 

‘강렬한 평범함’에 대한 단상

  꽤나 뜬금없는 일이다. 박선영의 종이 조각에서 왜 다자이 오사무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인간실격』 『만년』 등의 데카당스 문학으로 전후(戰後) 일본 문학계를 뒤흔들었고 실제로 그의 삶도 다섯 번의 자살 기도와 마약 중독으로 점철되어 결국 애인과의 동반 자살로 서른아홉의 짧은 삶을 마감했던 불멸의 청춘을 대표하는 이름, 다자이 오사무 말이다. 그의 수필집에는 놀랍게도 두 아이의 아빠로서 소박하고 다정다감했던 다자이 삶의 단편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매일 같이 폭탄이 떨어지고 방공호로 대피하는 것이 일상인 전쟁 중에서도 다섯 살 난 어린 딸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 그 마음을 배반하는 문학인으로서의 다자이는 송두리째 자신의 삶을 소설과 사회에 내던졌다. 전쟁과 패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섬세한 촉각을 가진 예술가가 현실과 예술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절규하고 쓰러지고 미치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폭탄과 아이, 바다와 평야, 추억과 흥분...수필집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난 주체할 수 없이 서글퍼졌던 것 같다.

  아주 그럴듯한 일상을 접했을 때,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한 행복을 만났을 때, 문득 궁금해진다. 일상의 불균일성을 넘어서 유지되는 항상성에 대하여, 기쁘고 노엽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들의 기복이 가져오는 삶의 미세한 균열들을 다시 메워낼 수 있는 그 힘에 대하여, 끊임도 없고 쉼도 없는 삶의 호흡과 함께 지속되는 그 운동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이다.

“나는 내가 꿈꾸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곳에 아이와 남편과 집과 내가 꿈꾸는 것들이 있다. 그곳은 내 꿈의 세계이자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다.”- 박선영

 

 

집으로_화강석,동_45x40x37cm

 

 

‘장식적인’이라는 수식어 앞의 당당함

  박선영은 조각을 전공했지만 종이를 오리고 캔버스에 꿰매어 붙이는 종이 조각가다. 그녀의 작품은 먼저 강렬한 색채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얇은 미농지로 한번 감싸서 바느질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랑, 분홍, 파랑, 주황의 비비드한 형광색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리듬감은 보는 이를 들뜨게 만든다. 현란하지만 정교한 색채의 구사는 ‘내가 입은 옷이 바로 나’라는 식의 자의식을 표출하는 여자의 패션처럼 당당하다. 그 당당함이 주는 통쾌함은 단순히 색채 감각에 그치지 않는다. 꽃․나무․호랑이 등의 명확한 소재성, 규방문화의 상징인 바느질이라는 행위를 드러내는 시침선, 그리고 크리스탈 장식까지 박선영의 작업은 무엇보다 ‘장식적’이다.

  하지만 장식성은 왜 아직도 본질이 아닌 효과나 여분이라는 선입관과 싸우면서 여전히 마이너리티에서 그 예술적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것일까.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모더니즘 회화의 발전논리로 평면성을 설파했던 1940년대 이후 그린버그의 논의들은 수없이 비판받고 의심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의 조형성은 평면성, 추상성에서 얻어진다는 믿음은 일종의 권위가 되어 우리를 유령처럼 지배하는 것은 아닐까. 박선영의 작업은 오히려 그 장식성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강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장식성이야말로 그녀의 무기다.

  게다가 박선영이 자신의 작업에서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바느질이야말로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지만 페미니즘에 의해 새롭게 발굴된 영역이다. 여성적인 것으로 일반화된 미의식에 대한 회고적 그리움이 아니라 촘촘한 시침선이 증명하듯 여성적 바느질이라는 행위를 전면에 내세운, 바느질을 드러내는 바느질인 것이다. 다만 그 자의식은 거창한 목표나 대의에 봉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작품 안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것은 미적 리듬감으로 환원된다.

  

 

마법의주전자_대리석,크리스탈_42x40x35cm

 

 

일상을 긍정하는 힘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아이와 남편과 집이 자신의 꿈이며 삶이며 곧 작업이라고. 과도한 여성성에 대한 강조 대신 자신의 현재와 삶에 대한 긍정이 자리했을 뿐이다. 그녀 작품 속 꽃잎으로 된 구두를 신고 금방이라고 꿈을 꾸러 떠날 듯하고 꽃잎 들이 흘러나오는 마법의 주전자는 온 세상을 물들이는 것 같다. 자신의 일상을 물들이는 꿈과 그 꿈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에 대한 고백은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다채롭고 변화무쌍하다. 바로 일상에 대한 소박한 긍정이야말로 어떤 주장보다 강력한 바이러스가 아닐까.

“나의 행복한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 작품은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내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이 담겨지길 기대하면서...”

- 박선영

 

 

 

부부조각가로 잘 알려진 김근배, 박선영 작가의 전시타이틀인 ‘누군가의 공상&누군가의 일상’으로 어린 시절 꿈꾸었던 공상과 상상의 세계를 이야기하듯 표현하는 김근배 작가와 자신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표현하는 박선영작가의 순수함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작품 속에는 해학과 유머 그리고 일상의 여유와 따스함이 느껴진다.

 

조각가 김근배 선생은 기념비성의 조각이라기 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특성을 가진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성품으로 채워지기 보다는, 브론즈나 대리석 같은 고전적인 조각의 재료를 활용하여 주물이나 조각의 방식으로 가공된다. 작품들을 들여다 보면 대상 하나하나에 어떠한 상황이 펼쳐져 있어 문학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브론즈의 색감, 질감 표현을 보면 상당히 회화적이다.  공간적 예술인 조각에 서사라는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방식은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보여진다. 단순한 표현에 담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동적이면서도 집중력 있는 표현력과 고상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색감들이야 말로 김근배 선생의 매력이라고 본다.

김근배 선생이 부수고 만드는 작업을 소박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면 박선영 선생은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돌과 브론즈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각의 재료들도 많이 사용하지만 길게 잘라 속을 만들고 이것을 반투명 종이로 감싸 바느질로 고정시켜 만든 단위들이 모여 복합적인 형태를 이루는 종이를 가지고 조각을 하는 작품들도 선보여 준다. 조각적인 무거움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상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돌조각과 종이작업 모두 그의 작품은 모나지 않고, 아기자기하며 따뜻한 느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누군가의 공상&누군가의 일상’ 에서는 일상과 자연의 조화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상상력를 재미있게 풀어낸 것과 작품에서 뿜어 나오는 작가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대한 긍정을 느낄 수 있는  신작20여점을 보여준다.

 

김근배, 박선영 선생은 서울시립대학교 및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 아카데미를 졸업 후, 다수의 그룹전과 1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김근배 선생은 시립조각회, 한국미술협회의 회원으로 있으며 경기대학교에 출강을 나가고, 박선영 선생은 왕성하게 작가 활동중이다.

 

 

 
 

김근배

1995년  서울 시립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 | 1999년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 아카데미아 졸업

개인전  | 1997년 제1회 개인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갤러리 페트아르테 에디치오니 아틀리에) | 1998년 제2회 개인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빌라 베르실리아나) | 1999년 제3회 초대 개인전 (서울 갤러리 조) | 1999년 제4회 초대 개인전 (아틀리에 데 아펠하벤, 네덜란드 호른) | 2001년 제5회 이탈리아 카마이오레시 초대 개인전 (이탈리아 카마이오레 시립 미술관) | 2002년 제6회 초대 개인전 (아틀리에르 데 알펠하벤,네델란드 호른) | 2002년 제7회 초대개인전 ‘3인 3색전’(서울 성곡 미술관) | 2003년 제8회 미국이민 100주년 기념 초대전 (미국,L.A) | 2004년 제9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 2005년 제10회 초대 개인전 ‘대장정’ (서울사간,갤러리 조선) | 2006년 제11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 2007년  제12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 2008년  제13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 2008년  제14회 초대 개인전 (서울,장은선 갤러리) | 2008년 제15회 초대 개인전 갤러리 모니카 백 (독일,홈브로코) | 2009년  제16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 2010년 제17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 2011년 제18회 초대 개인전 (서울,청화랑) | 2012년 제19회 KCAF 초대 개인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2인전 | 2000년 김근배,박선영 피에트라 산타시 초대2인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시립미술관) | 2000년  김근배,박선영 갤러리 아르토마토 초대2인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갤러리 아르토마트) | 2004년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 조각전 (가나 인사아트센타) | 2009년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꿈꾸는가을전”(여원미디어,파주출판단지) | 2010년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전 “하늘을 담다”(장은선 갤러리) | 2012년  김근배,박선영“쓱싹,뚝딱 만들어요”2인전 (경기도미술관) | 2013년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전 “누군가의공상,누군가의일상”(장은선갤러리)

단체전 | 신세계아트페어(퍼플케익) | 여름방학특별전 “Happy Birthday”(인사가나아트센타) | 2007미술과놀이-펀즈터즈(예술의전당)

국제아트페어 | 독일 쾰른,네덜란드아트페어3회,KIAF한국국제아트페어,서울 화랑미술제,SOAF,아트에디션,호텔아트,홍콩아트페어

수상 | 제11회 이탈리아 국제조각심포지움 “난토 피에트라 2001” 1등상 (이탈리아 난토) | 제2회 국제 미술조각대전 “에르만노 카솔리” 입상 (이탈리아 세라 산퀴리코) | 외국내외 다수 수상

공공기관 소장 |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시 모형미술관 | 이탈리아 난토 시청 | 이탈리아 카마이오레시립미술관 | 수원 월드컵경기장 | 부산 천마산 조각공원 | 천안 병천 문화의거리(유관순기념관) | 여수 무슬포 조각공원 | 당진 김창희미술관 | (주)삼성 테스코 | I-PARK 현대산업개발,현대(힐스테이트) | 4.19 50주년기념탑(광화문,열린마당) |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 필립스,서울농협중앙회

역임 | 서울시립대학교,강원대학교,충남대학교,경기대학교,성신여자대학교,서울미술장식품 심의위원

현재 | 시립조각회.한국미술협회회원 | 경기대학교출강

 

박선영

1994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 학과 졸업 | 1999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아카데미 졸업

개인전 | 1994  제1회 개인전 “가족” (서울 갤러리 나무) | 1997  제2회 초대개인전 “천국”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갤러리 아르토마트) | 1998  제3회 개인전 “꿈”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빌라 베르실리아나) | 1999  제4회 초대개인전 (네덜란드 호른 갤러리 아틀리에르 데 알펠하벤) | 2000  제5회 초대 개인전 “마법” (서울 갤러리 조) | 2001  제6회 초대 개인전 “마법에 걸린” (이탈리아 까마이오레 시립 미술관) | 2001  제7회 초대 개인전 (네데란드 호른 갤러리 아틀리에르 데 아펠하벤) | 2002  제8회  카프 초대 개인전 (서울 예술의 전당) | 2003  제9회 미국 이민100주년 기념초대 개인전 (L.A이민역사 기념관) | 2004  제10회 카프초대 개인전 (서울 예술의 전당) | 2005  제11회 초대개인전 (장은선갤러리) | 2006  제12회  카프 초대 개인전 (서울 예술의 전당) | 2007  제13회 코아스 초대 개인전(서울인사아트센타) | 2008 제14회 카프 초대 개인전 (서울 예술의전당)

2인전 | 2000  김근배,박선영 피에트라산타시 초대 2인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시립 미술관) | 2000  김근배,박선영 갤러리 아르토마트 초대 2인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갤러리 르토마트) | 2002  변재희,박선영 “달콤한 꿈으로의 초대” 2인전 (서울 갤러리 조) | 2004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 조각전 (인사아트센타) | 2009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전 (여원 미디어,파주) | 2010  김근배,박선영 초대2인전 “하늘을 담다”(장은선갤러리) | 2012  김근배,박선영“쓱싹,뚝딱 만들어요”2인전 (경기도미술관)  

그룹전 | 2004 KIAF 한국 국제아트페어 COEX | 2005 내 친구 종이를 만나다 (가나 인사 아트 센터) | 2005 “Open Art for KIDS”전 (평창동 가나아트센타) | 2006 미술과놀이-펀스터즈 (예술의전당,어울림미술관) | 2006 여름방학특별전 “Happy Birthday" (가나 인사아트센타) | 2007 “꽃 그아름다움에 대하여전” (고양 아람 미술관) | 2007 “이미지추상-상징과표현”전 (안양예술공원 알바로시자홀) | 2008  “박스 아트전”(크라운 해태 본사1층갤러리) | 2009  2009 서울국제도서전“Book & Painting"특별전 (코엑스,갤러리 진선) | 2010  “책을 그리는 작가전” (홍성찬갤러리,보림출판사) | 2010  BOOK to BOOK전 (박영 갤러리) | 2011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홍콩 만다린호텔)

 

 
 

vol.20130501-김근배, 박선영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