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희 展

 

Blossoming_72.7x53cm_oil on canvas_2012

 

갤러리 라메르 제1전시실

 

2013. 3. 20(수) ▶ 2013. 3. 26(화)

Opening 2013. 3. 20 Pm.5:30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 T.02-730-5454

 

www.gallerylamer.com

 

 

Blossoming_162.2x112.1cm_oil on canvas_2013

 

 

우아하고 세련된 조형언어로 꾸며지는 개별적인 형식

 

 

신항섭(미술평론가)

화가는 저마다 궁극적으로 독자적인 형식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전인미답의 조형언어 및 조형어법을 구사하여 개별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힘든 일이다. 이전의 화가들이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조형언어 및 조형어법을 강구하기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대다수의 화가들은 기존의 표현양식이나 형식을 그대로 좇아가고 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소수의 화가들은 독자적인 형식을 확립함으로써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다.  

기태희는 남다른 조형감각 및 창의력의 소유자임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스스로가 그렇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미 개별적인 형식에 도달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얼른 비교대상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특한 형식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형태의 변형 및 왜곡 그리고 평면적인 해석이라는 조형어법을 구사하는 그의 작업은 형식적으로 크게 탓할 데 없을 만큼 견고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소재 및 형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그가 결구해낸 최종적인 작품의 형식미는 독립적인 한 화가로서의 위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구태여 찾아내려 한다면 유사한 작업을 하는 화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형식 및 내용에서 개별적인 형식으로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원색적인 색채 대비 및 조화를 통해 유채화의 아름다움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호소력이 있다.  

한마디로 그의 작업은 소박파적인 간결한 형태와 풍부한 색채를 기반으로 하는 아주 세련된 조형언어를 구사한다. 뿐만 아니라 맑고 투명하여 청정의 세계를 보는 듯싶은 감정에 이끌린다. 여기에다가 평면적인 형태해석 그리고 밀도 높은 채색기법이 덧붙여짐으로써 어느 부분도 크게 탓할 데 없는 완성도를 지닌다. 더구나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원색적인 색채의 배열 및 대비는 강렬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발산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은 짐짓 화려하고 명료하며 세련미가 넘친다. 무엇보다도 비례 조화 균제 통일 등 조형적인 요소를 적절히 안배하는 미적 감각이 안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적한 절제미가 돋보인다. 그는 조형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의 세계와 조형의 세계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다. 그러기에 실제에 기반을 두면서도 거기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조형감각, 그 자유로움을 구가한다.

그의 작업은 식물들만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인간의 발길이 전혀 미치지 않아 태초의 순결을 간직한 듯싶은 원시적인 세계를 상상케 한다. 보기 흉한 존재가 전혀 침범할 수 없는 오롯한 미의 세계, 그 순수성에 닿아 있다. 그의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 무원죄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듯싶은 감정에 빠져든다. 이는 감정의 이입이자 미의식의 정화라고 할 수 있다.

 

 

Blossoming_162.2x112.1cm_oil on canvas_2013

 

 

 마치 꽃과 풀과 나무들이 화면을 꽉 채우는 그의 그림은 원시의 세계 그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초 그대로의 원시성을 간직한 청정의 식물들이 발산하는 맑은 기운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까닭이다. 여러 형태 및 색채의 꽃과 풀들이 어우러지고 있음에도 어지럽다거나 혼란스럽지 않다. 저마다 다른 형태 및 색채로 이루어진 꽃과 풀과 나무들이 모여 있는데도 일사불란한 모양새다.

그런데 여기에서 꽃이나 풀 그리고 나무를 자세히 보면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보아온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하게 된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화초와 나무들로 보이는 데도 실제로는 그의 미적 감각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형태인 것이다.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모양일 뿐 실재하는 현실적인 소재의 재현이 아니다. 이는 현실과 조형의 세계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림은 어디까지나 조형의 세계일 따름이다. 그러기에 현실과 일치시켜야 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창작이라는 관점에서는 현실과 다른 비현실성을 강조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재현적인 표현양식이나 형식에서는 실제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조형세계라는 입장에서는 현실과 다른 조형적인 해석이 요구된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업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점에 위치하는 셈이다. 현실적인 형태로부터 유리된 것이 아니면서도 실제성을 상실한 비현실적인 형태감각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의 작품에 드러난 조형적인 특징은 모든 형태가 곡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꽃이든 풀이나 나무든 유연하고 매끄러우며 우아하게 전개되는 곡선의 이미지로 통일된다. 자연의 꽃과 풀 나무들도 대체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자연에서 보는 곡선의 이미지는 질서정연한 모양이 아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다만 자연스러울 뿐이다. 그는 이와 같은 자연의 자연스러움에 조형적인 질서를 부여했다. 그리하여 혼잡한 가운데서도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함과 더불어 율동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정형화된 조형언어의 반복, 즉 동어반복에서 비롯되는 지루함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의 변주를 모색한다. 소재를 화면 가득히 채우는가 하면, 적지 않은 부분을 여백으로 처리하는 등 일련의 소재 배치 및 구성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배경과 소재의 색깔의 대비 및 조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다채로운 조형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개성이 뚜렷한 독자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일지라도 형식이 완성되는 그 순간부터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Blossoming_162.2x112.1cm_oil on canvas_2013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이나 풀 그리고 나무의 형태는 현실 속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어느 특정의 꽃이나 풀, 나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분명히 실제의 형태를 닮았으나 실제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이다. 즉, 그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미지인 것이다. 지적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조형적인 이상에 부합할 수 있는 독자적인 형태인 셈이다. 한결같이 우아하고 세련된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미는 지극히 인위적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꽃이나 풀 나무의 형태는 의인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록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을망정 질서정연하고 리드미컬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뭇 의도적인 소재의 형태 및 배치에 따른 결과이다. 인위적인 이미지는 다름 아니라 소재들이 의인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꽃이나 풀, 나무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자연의 형태가 아닌 인위적이고 인격적인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사불란한 곡선의 흐름에서 마치 잘 훈련된 조직적인 질서, 그 아름다움을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그는 꽃이나 풀, 나무 등 자연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이면에 인간 삶을 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꽃이나 풀, 나무를 한참 들여다보면 마치 대화가 가능한 인간 군상처럼 느껴진다. 이는 자연의 소재를 인격화하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시각적인 인상이다. 실제의 꽃이나 풀, 나무가 아니라 그 자신의 미적 감각에 의해 창조된 의도적인 형상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어쩌면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다 현실 속의 인물을 대신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 인물을 포함하여 다양한 계층의 인간 군상이 꽃과 풀과 나무의 형상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가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툼 없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그림으로 구현하려는 것이기에 그렇다. 저마다 크기와 모양새 그리고 색깔이 다른 꽃, 풀, 나무가 한데 어우러질 때 얼마나 아름다운 시각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지를 실증한다.

그림은 그것이 어떠한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든지 일단 감상자의 미적 감정을 자극하고 고조시킬 수 있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세상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면 가능하면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미적인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의 작업은 아름다운 세상 그 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

 

 

Blossoming_116.8x80.3cm_oil on canvas_2012

 

 

 

Blossoming_90.9x72.7cm_oil on canvas_2013

 

 
 

기태희

 

개인전 | 2002  제 1회  개인전 (롯데호텔 대덕갤러리, 대전) | 2004  제 2회  개인전 (삼성프라자 갤러리, 분당 유성갤러리, 대전) | 2005  제 3회  개인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 2007  제 4회  개인전 (이안갤러리, 대전) | 2008  제 5회  개인전 (라메르갤러리, 서울) | 2009  제 6회  개인전 (라메르갤러리, 서울) | 2009  기태희  초대전 (현인갤러리, 제주/IL MARGOT, 대전) | 2010  제 7회  개인전 (N갤러리, 분당) | 2010  기태희  초대전 (봄갤러리, 서울) | 2011  기태희  초대전 (갤러리산학연, 서울) | 2011  제 8회  개인전 (율갤러리, 분당) | 2012  기태희  초대전 (현대아산병원갤러리, 서울) | 2012  Arts & Antiques Fair (Kowloonbay무역전시관, 홍콩) | 2013  제 9회  개인전 (라메르갤러리, 서울)

 

수상 | 1999 대한민국 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00 목우회 공모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03 목우회 공모전 (세종문화회관, 서울)외 다수

 

단체전 | 서울그랑발레전 (서울시립미술관) | 한,베트남전 (총영사관 문화원, 호치민시) | 유성문화원 개관초대전 (유성문화원 갤러리, 대전) | 국제 뉴살롱전 (갤러리 라메르, 서울) | 대전미술제 (대전시립미술관) | 서울국제미술박람회 (서울시립미술관) | 동구문화원 드로잉 초대전 (대전동구문화원) | 한국미술협회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 캐나다-한국 현대 작가 초대전 (토론토 영사관) | 현대작가 100인 초대전 (연정국악문화회관, 대전) | 아름다운 소통전 (간다리아 아트리움, 자카르타) | 2004 - 2009 대전드로잉협회전(대전광역시청 전시실) | 2005 - 2009 전국누드크로키300인전 (단원미술관, 안산) | 한국현대미술 신기회 정기전(서울미술관)

| 현대미술 신기회 청송야송미술관 초대전(청송미술관) | 대한민국미술단체 페스티벌(예술의 전당, 서울) | 남한강전(관아골갤러리, 충주) | 한국미술 신기회 정기전(공평아트센터, 서울)외 다수

 

현재 | 한국미술협회 회원 | 한국현대미술 신기회 회원

 

e-mail | keetaehee@naver.com | blog | https://blog.naver.com/keetaehee

 

 
 

vol.20130320-기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