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칠 展

 

거주hs1,거주sb1,거주sm1_15×12×15cm,29×17×17cm,17×17×17cm_철_ 2011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2013. 3. 8(금) ▶ 2013. 3. 31(일)

Opening 2013. 3. 8(금) pm 6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 T.053-661-3089

 

www.bongsanart.org

 

 

전시장 전경_모든 작품의 한변의 길이는 40cm이하_철_2009 -2011

 

 

기억 공작소Ⅰ『이기칠』展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또 다른 기억, 낯선 풍경을….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전시장 전경_모든 작품의 한변의 길이는 40cm 이하_철_2009-2011

 

 

「밖과 안」

야외 바닥에 네 개의 덩어리가 놓여있다. 쇠로 된 이 덩어리는 구르다가 멈춘 지점 또는 처음 놓인 그 자리에서 변화무쌍한 시간과 공간의 현실적 스펙트럼을 마주하고 있다. 눈과 비, 바람, 태양, 새벽이슬과 저녁노을, 도시의 먼지와 소음, 어른과 아이들, 어둠과 적막을 만나며 그 자리에 있는 이 쇳덩어리는 표면이 붉게 산화된 녹과 흔적을 통해 그 장소에서의 시간적 실존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덩어리는 안이 뚫려 비워져있고 외형이 오각형이나 원형의 관 형태이며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듯 도려낸 기하학적 절단면 때문에 축을 통해 서로 연동되는 기계부품 혹은 사용처는 알 수 없지만 구멍을 통해 주변 환경이 들여다보이는 희한한 물건 정도로 상상할 수밖에 없는 낯설음의 대상이다. 그리고 안을 뚫어놓은 형태 그대로를 철 주조로 채우거나 원형의 특수 강관을 도려내어 꽉 찬 쇳덩어리 무게감을 드러내며 허구 없는 진정한 물질감을 보여주고 있다.

바깥 야외공간에서 이어진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3줄로 길게 진열된 27개의 또 다른 덩어리를 볼 수 있다. 마치 기하학적인 쇳덩어리의 중심적 매력을 상찬하고 이와 연결된 그 이상의 세계와 소통하는 신전 의식을 보는 듯하다. 바깥 야외의 덩어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가 좀 더 작고 소중한 존재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으며, 구멍이 없는 집모양의 덩어리도 섞여있다는 점이다. 27개의 사각기둥으로 받쳐진 강건한 표정의 이 존재들은 각자 다른 기억의 울림으로 실존적 중심이 되고, 자신이 탄생하게 된 긴 호흡의 ‘작업실’과 ‘거주’를 이야기하고 있다.

 

 

거주rb1_48×30×30cm_철_2012

 

 

「거주 Dwelling」

조각가 이기칠은 초기에 단단한 자연석의 물리적 저항을 뚫고 파내는 ‘작업’ 연작을 통해 조각 작업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돌 속의 조그만 내부 공간으로 집약되어 해소되는 자신 만의 실존적 공간체험을 이루고자 하였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작업실을 짓고자 하는 건축 계획을 조각적인 방법으로 실현하는 ‘작업실’ 연작을 전개하면서 조각의 사회적 기능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최근, 그는 온갖 갈등과 문제를 극복하며 조형하는 조각의 행위가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조각가라는 사회적 역할과 본분 자체를 자신이 살아가는 거주지로 간주하면서 그의 생각을 시각화한 ‘거주’ 연작에 이르게 되었다. 이 ‘거주’ 연작에서 작가가 머무르는 공간의 외연은 더욱 넓어지고 추상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에 의하면, 육중한 쇳덩어리 조각은 하나의 물질이라기보다는 삶과 예술이 일치되고 비움과 채움이 교차되는 상징적 장소에 대한 물화라고 설명한다.

 

‘작업’과 ‘작업실’, ‘거주’로 연속되는 이 사건은 작가로서의 삶 안으로 향하려는 지향과 동시에 밖으로 현실 거리를 유지하려는 균형에 관한 동기와 결과로 짐작되며, 안과 밖의 변증법적 교차를 이루려는 지속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이 시도에서 '거주'라는 사건의 실재는 비어있고 물화된 조각 덩어리로 남게 된다. 속이 뚫려있는 조각 덩어리 형태는 사건의 상황에서 공백을 뺀 상태를 고착화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보여주려는 것은 아마도 지금은 상태로 남아버린 사건의 상황에 대한 기억과 비어있는 공백의 의미가 아닐까? 비어있는 것, 즉 안과 밖이 통하는 공백은 아마도 삶의 조건과 환경, 태도와 방법이 용융된 시간과 공간의 스펙트럼일 것이다. 그의 거주 장소는 예술이라는 추상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예술가로서 자신은 의지와 경험, 기억들을 이야기와 노래로 바꾸어 전달한다. 의사소통의 예술적 형식은 이렇게 완성되어 새롭게 기억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되지만, 추상적으로 확대된 ‘거주’ 사건은 정돈된 흔적, 순수 형식으로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밖과 안’의 ‘거주’에 관한 작가의 기억, 조각가로서의 의지와 실현에서 비롯되는 그대로의 현실적 흔적을 기억하고 다시 공작한다. 한 예술가의 ‘거주’는 우리들 미래의 어떤 순간과 잇기 위한 최선의 기억공작소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기획담당 정종구

 

 

거주rb3_110×30×30cm_철_2012

 

 

거주rb2_48×30×30cm_철_2012

 

 
 

이기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 동환경대학원 졸업 | Chelsea College of Art, London Institute, MA Fine Art 졸업

 

개인전 | 1995 나무갤러리(서울) | 1996 토탈미술관(장흥) | 1998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서울) | 2000 Mafuji Gallery(London, U.K.) | 2001 모란미술관(마석) | 2004 김종영미술관(서울) | 2006 갤러리신라(대구) | 2009 갤러리신라(대구) | 2011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서울)

 

주요 단체전 | 1996 | 토탈소장품전(토탈미술관) | 작은 조각 트리엔날레(워커힐미술관) | 1997 |  모란조각대상전(모란미술관) | 사물이 있는 풍경(한전플라자갤러리) |1998 | 어느 조각 모임(관훈미술관) | 오늘의 한국 조각‘98-물질과 작가의 흔적(모란갤러리) | 1999 | 조각가의 드로잉전(모란갤러리) | Fresh Air Show(Old Rectory, Quennington, UK) | 2000 | Millennium Art Exhibition(Mafuji Gallery, London) | 2001 | 기초|전망|예술의 힘-청년작가전(서울미술관) | 용산가족공원조각설치전(용산가족공원) | 중원문화 은빛날개(국립청주박물관) | 2003 | 조각의 환기(대전시립미술관) | 특별전-미륵이 온다(국립전주박물관) | 무빙 마인드(영은미술관) | 2004  신소장품전(국립현대미술관) | Spirit(갤러리 키미) | 이화여대박물관기획 '집의 숨, 집의 결(영암도기문화센터) | 아트캡슐-오늘을 담다(연세대학교박물관) | 되돌아보는 한국현대조각의 위상(모란미술관) | 2005 | 시간을 넘어선 울림-전통과 현대(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모란갤러리) | 2006 | Simply Beautiful|Breath of Nature in Korean Contemporary Art(Centre PasquArt, Switzerland, Le Grand Jardin, France) | Art Canal 2006, Biel canal( Switzerland) | 드로잉에너지(아르코미술관) | 잘 긋기(소마미술관) | Space Project (시안미술관) | 김세중조각상 20주년 기념전(성곡미술관) | 2007 | 한국현대조각초대전(춘천MBC) | 신무릉도원(관훈갤러리) | 2008 | Party Party Party(Kellys' Coffee, 서울) | Sense & Spirit(경북대학교미술관) | 2009 | 오디세이아 컨템포러리 크라프트 & 드로잉 전(치우금속공예관) | Similarity & Non Similarity(Brick Hall, Nagaski) | 2010 | 한국현대조각초대전(춘천문화방송) | 현대조각의 단면전(대구학생문화센터) | 2011 | Vision 2011(경북대학교미술관) | 어느조각모임전(김종영미술관) | Made in Daegu(대구미술관) | 한국조각 다시 보기-그 진폭과 진동(소마미술관) | 2012 | 창원아시아미술제(성산아트홀) | 춘풍 나가사키로부터(경북대학교미술관) | Sky of Yunnan, Wind of Daegu(Xiao Cen Art Museum, 중국)

 

수상 및 선정 | 1997 모란조각상 대상 | 1999 김세중 청년조각상 | 2004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현재 | 경북대학교교수

 

 
 

vol.20130308-이기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