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근 展

 

환 상 공 간

 

Dreams of Building-10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전관

 

2013. 1. 19(토) ▶ 2013. 2. 10(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66 | 02-720-5789

 

www.suncontemporary.com

 

Building-25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며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해온 조각가 고명근의 <환상공간>전이 1월 19일부터 2월 10일까지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여러 장의 투명한 사진이 중첩된 표면의 3차원 다면체를 만들어내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꾸준히 다뤄오던 자연과 건물을 주제로 한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건축, 사진, 조각의 결합으로 보여지는 고명근의 작품은 3차원의 건축물을 발단으로 한다. 작가는 뉴욕 유학시절 주변에서 흔히 보던 낡은 건물에 매료되어 필름에 담기 시작하였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수집한 십만 장이 넘는 사진 중 작업에 쓰일 이미지를 신중히 골라 OHP필름에 출력한다. 그 뒤 인쇄된 이미지를 여러 장씩 겹쳐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압착시키고 각 모서리를 인두로 접합하여 구조물로 만든다. 입체에서 평면으로, 평면에서 입체로 변화하는 동안 대상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섞어지고 합쳐진다.

 

 

Building-57

 

 

이러한 3차원 콜라주와 같은 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가 채택하는 재료의 투명한 성질이다. OHP필름은 겹쳐진 이미지들을 투영시켜 마치 본래 하나의 이미지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또한 전체의 작품을 바라볼 때는 구조물을 이루는 각 면이 투명하게 서로를 비춰 미세한 각도의 움직임에도 다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렇듯 하나의 공간 안에 담긴 여러 장의 이미지들은 허공을 감싸는 표면 위에 차분히 스며들어 관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작품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작가가 과거 어느 시점에 마주했던 현실이자 경험, 또는 그에 대한 기억으로 보여진다. 고명근은 건물과 자연을 하나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의 관계가 반영된 공간으로 인식한다. 몇몇 작품에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건물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작품 또한 프레임 밖 어딘가에, 혹은 건물의 두터운 벽 너머에 사람이 존재함을 상상하게 한다. 이와 같이 작가는 건물 자체를 조명하기보다 인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들여다 본다.

 

고명근은 자신이 바라본 공간에 대한 감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조각으로 만들어 박제한다. 머리 속에 품고 있는 인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고 잊혀지지만, 그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안에 가둬진 풍경들은 실체화되어 그대로 남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품 안에서 겹쳐져 한 장을 이루고, 동시에 한 구조물을 구성하는 사진들이 사실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온 풍경이라는 것이다. 즉, 그의 작품은 여러 시공간의 결합체이며 실재를 재료로 꾸며낸 환상의 공간이다.

 

 

Building with Tree-8

 

 

재료의 투명성, 기억을 반영하는 이미지를 비롯해 고명근의 공간을 환상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빈 내부이다. 그의 3차원 조각은 2차원의 재료로 만들어진 까닭에 자연스럽게 내부에 물질의 부재가 발생한다. 표면에 드러난 풍경은 환영처럼 아른거리지만 실제로 만져지는 것은 없다. 본래 채워짐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의 이치를 거스르며 고명근의 공간은 비워지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무엇이든 채우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이뤄낸 물질 과잉의 시대이다. 도시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건물들과 그 안에 가득한 사람들이 증명하듯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이는 인간의 욕망은 우리 삶의 여유를 빼앗아가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로 가득 찬 세상과는 대조적으로 고명근의 텅 빈 공간은 관객들에게 한 줌의 휴식으로 다가온다. 이 무(無)의 공간 안에서는 어떠한 근심도, 중력도 없이 그저 공기를 가르며 유영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작가는 작품의 내부를 물질 대신 감정, 기억, 정신과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필요한 비물질적 대상으로 채우기를 기대한다.

 

고명근 작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 Pratt Institute에서 대학원과정을 수료하였다. 작가는 1991년 뉴욕의 Higgins Hall Gallery에서의 첫 개인전 <Sculptured Photo-Collage>을 시작으로 지난 이십 년간 국내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본래 국민대학교 예술대학의 교수를 역임하였던 그는 2007년 이후 개인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교단을 떠났다. 작가는 1996년 모란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관, 일민 미술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Stairway7-1

 

 

 

 

■ 고 명 근 (Koh, Myung Keun)

 

1991  미국 뉴욕 Pratt Institute 대학원 졸업 (M.F.A) | 198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B.F.A) | 1998~2007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개인전  | 2012  <고명근 전> 도시 갤러리, 부산 | 2011  <투영의 건축> 아트파크 갤러리, 서울 | <Eco Healing> 123 갤러리, 서울 | 2010  <고명근 전> 리안 갤러리, 대구 | <DOUBLE VISION> Louis Vuitton, 타이페이 | <Blue Wind> 갤러리 PEN, 서울 | <고명근 전> 도시 갤러리, 부산 | 2008  <Building-Body-Nature> 김종영 미술관, 서울 | <Windows on Nature> Frey Norris Gallery, 샌프란시스코 | <Stone Body> 한미사진 미술관, 서울 | 2007  <Transparent Container> 리안 갤러리, 대구 | <Stone Body> Andrew Bae Gallery, 시카고 | <Buildings> O.K Harris Gallery, 뉴욕 | 2006 <Stone Body> Frey Norris Gallery, 샌프란시스코 | <Koh myung keun 個展>Tokyo gallery, 동경 | 2005  <고명근 사진전> 한미사진 미술관, 안동 | 2003  <투명한 조형감각> 한미사진 미술관, 서울 | 2002  <Dream of Buildings> 학고재 갤러리 | 2000  <복제의 파라다이스> SK포토 갤러리 | 1999  <복제 & 복고> 학고재, 아트스페이스서울 | 1997  <고명근의사진조각> 금호미술관 | 1996  <고명근 전> 전경숙 갤러리, 부산 | 1994  <사진조각> 예술의 전당 | 1993  <사진, 콜라쥐, 조각> 금호미술관 | 1991  <Myung-Keun Koh's New works> Boyoon Gallery, 뉴욕 | <Sculptured Photo-Collage> Higgins Hall Gallery, 뉴욕

 

수 상  | 1996  모란미술상 수상

 

 

 

vol.20130119-고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