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실 展

 

 

 

인사아트센터 3층

 

2012. 12. 19(수) ▶ 2012. 12. 24(월)

2012. 12. 19(수) 오후5.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연 갤러리(제주)

 

2012. 12. 29(토) ▶ 2013 1. 5(토)

2012. 12. 29(토) 오후6.

제주시 이도2동 680-4 | 064-757-4477

 

 

 

 

꿈과 동경이 담긴 이상화된 제주도 풍경

 

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은 화가 자신의 예술적인 이상의 현현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로서의 꿈과 동경을 구현할 수 있는 이상향이 다름 아닌 그림이다. 구체적인 형상언어를 전제로 하는 구상회화는 현실적인 감각에 의존한다. 하지만 비사실적인 그림은 주관적인 해석에 의해 실제와는 또 다른 형태의 조형세계를 지향하게 된다. 그로부터 우리는 일상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는 승화된 현실로서의 조형언어가 만들어내는 탐미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조형세계라는, 현실과 다른 또 다른 형태의 예술적인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연실은 그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생활해온 제주도를 제재로 작업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은 제주도라는 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를 잘 드러낸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이건 제주도 풍경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 만큼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제주도 풍경 그림과도 다르다. 단순히 풍경 자체가 다르기에 어딘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조형언어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실제의 풍경을 소재로 하는데도 그림에서는 실제와는 다른 형태해석이 이루어지기에 그렇다. 뿐만 아니라 색채이미지 또한 현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그가 실제의 재현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해석에 의한 개별적인 조형언어를 추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열대 기후에 가까운 제주도는 무엇보다도 식물의 분포에서 육지와는 다른 섬으로서의 특유의 자연풍광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화산으로 형성된 검은색 지질과 토양 그리고 온화한 날씨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렇듯이 천혜의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지형적인 특색은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관광자원으로서의 빼어난 자연조건은 시각예술인 회화의 소재로서 각광받는 것은 물론이다. 자연주의 화가라면 누구라도 제주도의 그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탐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또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예찬하는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그는 눈에 보이는 사실의 재현 및 찬미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물론 그의 작업은 실제의 풍경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그 자신의 회화적인 이념에 합당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다. 즉,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림에서 보는 이미지는 실제의 상황과 많이 다르다. 그 전체적인 상은 현실적인 상황에 부합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완연히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현장작업이 아닌 실내작업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인상을 중시하면서 실내에서 작업을 완결하는 것이다. 이는 독자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을 통해 실제와는 확연히 다른 조형공간을 창출하는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현실에 존재하는 물상을 취사선택하여 그 자신이 지향하는 조형어법에 맞추어 넣는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물상을 가감하는 방식으로 그 풍경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적의 구도를 찾아낸다. 즉, 실재하지 않는 물상을 끼워 넣거나 또는 실제의 풍경에 있는 물상을 빼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사실적인 형태를 지향한 이전의 작업에서도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부분에 주관적인 해석이 덧붙여짐으로써 실상과는 다른 회화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 사실적인 작품에서는 초록색 및 청색 계열의 색채이미지와 더불어 극명한 명암대비를 통해 명료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맑고 쾌적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제주풍경이라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모두 실내작업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지적인 해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 및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의적인 조형적인 해석을 가한 결과인 것이다.       

이처럼 그의 실내작업은 현실적인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조형적인 자율성을 담보로 한다. 이는 개별적인 조형성을 관철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식의 실내작업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주관적인 해석이 강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주어진 조건을 일부분 수용하면서도 실제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까닭이다. 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을 좀 더 심도 있게 관찰, 그로부터 얻은 인상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은 개별적인 조형세계의 근간이 된다. 그는 눈에 보이는 사실을 넘어

제주도라는 특수한 자연적인 조건이 만들어내는 자연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다시 말해 화산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오름’이라는 독특한 이미지의 언덕과 바람이 많은 자연현상을 주시하였다. 그리하여 이 두 가지를 조화시켜 그 자신만의 조형적인 언어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오름’은 일종의 기생화산이다. 한라산을 만들어낸 화산활동이 일어났을 때 그 주변에 크고 작은 용암이 분출하여 형성된 작은 화산인 셈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작은 기생화산은 봉긋한 언덕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으며, 억새와 풀들이 자라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게 된 것이다. 멀리서 보면 그 유연한 곡선과 부드러움 그리고 양감은 어머니의 젖무덤을 연상케 할 만큼 평안하고 너그러워 보인다. 그 아름다운 곡선이야말로 제주도의 자연풍광을 함축하는 가장 명징한 상징적인 존재로서 손색없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완만하고 부드러우며 여유가 느껴지는 곡선은 다름 아닌 ‘오름’의 형태적인 이미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치 물너울처럼 연속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곡선의 이미지는 제주도의 바람을 형상화한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오름’을 넘어가는 빠르고 유연한 바람결을 그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변환해낸 것이다. 그의 최근 작업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조형언어가 풍경 전체를 통일된 이미지로 이끌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조형언어를 구사하는 최근 작업은 색채이미지 또한 비현실적이다. 초록색 계열의 색상으로 요약되는 그의 색채이미지는 실제와는 많이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를 표현한다. 바람결 이미지로 이루어지는 작품 이전부터 대다수의 작품이 초록색 계열의 색상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일찍이 독자적인 색채이미지에 대한 의지가 강했음을 알 수 있다. 남다른 색채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개별적인 조형세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초록색 계열의 색상을 중심으로 하는 그의 작업은 현실과 유리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띤다. 현실적인 풍경의 작품일 경우에도 어딘가 생소하다는 느낌인데, 이는 색채이미지에서 비롯되는 정서적인 반응이다. 더구나 구체적인 형태를 떠나 바람결과 같은 곡선적인 이미지로만 이루어진 최근 작업은 신비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풍광을 함축적으로 표현했음을 감지하기 어렵지 않다.    

 

 

 

 

바람결 이미지의 조형언어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그 전체적인 이미지가 아주 간결하다. 실제의 풍경을 최대한 압축하고 함축함으로써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이미지만을 남긴 채 실재하는 소소한 물상 대다수를 생략하고 단순화한 풍경은 시각적으로 말끔하다. 그 말끔함이란 일종의 여백과 같은 것이다. 생략 및 단순화 그리고 함축적인 미는 필경 시적인 긴장을 발산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오름’은 물론 해변 또는 바닷가 언덕을 표현한 작품들은 서정성이 농후하다. 함축적인 풍경 속에 서정적인 이미지가 들어서는 까닭이다. 거기에는 문학적인 정취가 흥건하다. 뿐만 아니라 사색을 유도하는 철학적인 내용도 읽혀진다. 이는 모두 그림이 지니고 있는 내적인 의미, 즉 내용인 것이다. 그처럼 간결한 인상의 제주도 풍경은 승화된 현실이라는 회화적인 이상에 합치한다.  

이렇듯이 그의 작업은 현실과 이상의 접점, 즉 경계선에 위치한다. 제주의 지형적인 특색을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다. 실재하는 풍경인데도 그의 그림에서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처럼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조형의 마술이다. 그 자신의 꿈과 동경 그리고 이상을 조형언어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제주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자리함은 물론이다.   

 

 

 

 

 
 

김연실

 

신성여자고등학교 졸업 | 제주대학교 미술교육학과 졸업 | 중등미술교사 역임(27년) |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 부지회장 역임 | 제주도미술대전 운영위원 역임 | 제주시건축미관 심의위원 역임 | 제주시문화유산 심의위원 역임

 

수상 및 전시 | 제1회 제주도미술대전 최고상 수상 | 제2회, 3회 제주도미술대전 금상 수상 | 제주도미술대전 운영위 선정 추천 초대작가 추대 제1호 | 개인전 3회(1992/제주,  1998/제주,  2012/인사아트센터) | 협회전, 그룹전, 초대전, 해외교류전 등 300여회출품

 

주요작품 소장 처 | 기당미술관 |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 | 제주학생문화원(3.0m*2.20m) | 제주도교육청(3.50m*2.80m) | 신성여자고등학교(6.30m*2.20m) | 제주제일고등학교(8.0m*2.20m)

 

현재 |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 회원 | 재경 한라미술인협회 회원 |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

 

 
 

vol.20121219-김연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