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삼 展

 

<이기적 진실>

 

conversion 46_130.3x162.2cm_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_2012

 

 

갤러리 온

 

2012. 11. 16(금) ▶ 2012. 11. 30(금)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www.galleryon.co.kr

 

 

conversion 47_116.8x182cm_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_2012

 

 

전시의도

신원삼 작가의 작품은 어둡고 축축하다. 작가가 표현한 음울한 하늘과 시커먼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기세로 느껴진다. 마치 초현실 공간처럼 보이는 하늘과 대지 사이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비행기’가 그려져 있다. 이는 기계문명이 발달한 이래 최고의 발명이자 인간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거룩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신의 영역을 탐했던 인류의 신화적 상상력의 결정체일 것이다.

거대한 기계의 몸체는 넓게 관통되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서로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느낌에 하얀색으로 뒤덮여 성별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뭉개진 유령 같은 형상은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유령이나 좀비처럼 목적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군상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결국 인간의 편의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상들과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무력하게 반대로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인간들의 모습조차 하나의 이미지로 덮여 버려 몰개성화와 모호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스스로 창조자가 되고자 했던 현대인들이 사회의 집단 속에 반대로 무력하게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인간의 사물화를 조장하는 듯한 현대인들의 무력한 자화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몰개성화 때문에 개인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두려움과 모호성을 작가의 불편한 시선으로 담아낸 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사물로서의 관점이 아니라 반대로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 온 큐레이터 이희복

 

 

conversion 48_97x291cm_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_2012

 

 

작가노트

현대사회가 산업화되면서 인간의 자기주체성은 약화되고 사회 속의 하나의 부산물 정도로 인식 되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의 개성, 성격을 지닌 특별한 실존적 존재가 아닌 하나의 사회 속의 부품화가 되어버렸다. 나의 작업은 현대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면의식과 반대되는 성격을 나타나게 되는 현대인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나타내었고, 나중에는 사물화, 물질화 되어지는 현대인을 나타내었다.

문화의 발달에서 사람의 정신에 효력을 미칠 수 있겠으나 그것은 거짓된 표현이다. 형제애든 모성애든 성애든 지간에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은 사회의 변화와 발달에 맞춰서 꾸며진 것이다. 나의 작업에 나타나는 인간상들은 자신조차도 속이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부정하고 발버둥 치고 있는 인간들이다. 사회는 커다란 집단에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 더욱더 많이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 취미가 표준화 되어 있고 쉽게 영향 받으며 예측할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적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원한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자신에게서, 동료에게서, 자연에게서 소외 된다. 저마다의 불안이 있고 고독하며 외롭고 차갑다.

배경의 표현방법은 파란인간의 묘사와는 다소 대비적인 원색의 느낌을 주지만 결국에는 하나가 되는 형상이 나타나도록 표현을 한다. 이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의 모습조차도 이미지의 하나로 덮혀져 버리는 느낌을 나타낸 것이다. 우리들은 사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의 작품에서 이렇게 원색적인 색감을 사용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사물화를 나타내는 것인데, 인간들이 사물들을 사용하면서 그것들에 익숙해지는 기능적 인간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은 결국엔 인간 활동의 산물이며 그것들 역시도 인간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이 현대인들의 어두운 면들을 작업에 표현하고자 하지만 보여 지는 이미지는 작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는 반대되게 밝은 분위기로서 표현되어지기도 한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나는 지금 축제의 한가운데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마치 축제를 하는 사람들처럼 상품이란 것은 판매를 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산물이다. 그것들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화려해지고 눈부신 윤택함의 이미지가 되는 것인데, 그것은 축제의 이미지이며, 따라서 인간들이나 사물들의 모습은 원래의 이미지에서 변화하여 예쁘고 눈에 끌리도록 표현 되어지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사용 되어지는 사물로서의 관점이 아니라 반대로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TV에서 나오는 광고나 매스 미디어는 수많은 메시지를 토해내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사물화를 조장한다.

사람은 어딜 가든지 그곳에 적응하게 되며 ‘化’ 되어지게 되어 있는데, 그런 적응력이 우리들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불과 수 십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생활은 자연에 가까워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과의 거리는 멀어져 갔고 인간의 편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형상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인간들의 이동과 소통을 편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인터넷 등을 만들었지만 나는 그것들에서 어색함을 느낀다.

‘化‘ 라는 것은 지금 우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되었지만, 작품 속의 인물들을 보면 그들은 사회화된 인물일수도 있고 자연화된 인물일수도 있다. 내가 표현한 인물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형상은 갖추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차가워 보이고 생명력을 잃은 모습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은 마치 사회 속의 사물의 모습처럼 자연 속의 포함된 하나의 광물의 모습처럼 보이도록 표현하였다.

 

 

conversion 49_130x89.4cm_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_2012

 

 

작품비평

멋진 신세계, 낯선 유토피아

김상미(미술비평)

 

신원삼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멋진 신세계』(1932)라는 책이 떠올랐다. 저자인 올더스 헉슬리가 제시한 신세계는 극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에 의해 인간까지도 만들어 내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계이다. 유전적으로 모든 사회적 능력이 결정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과 환경이나 교육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 결정된다는 환경 결정론 아래 그야말로 섬뜩한 신세계를 그려냈다. 그곳은 정말로 모든 게 완벽한 신세계 일까? 마치 신원삼의 작품은 헉슬리가 그려낸 비극적 유토피아의 몰개성적인 인간들을 그대로 가둬 놓은 듯하다. 모순으로 가득한 두 풍경이, 비슷한 듯 닮기도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풍경이 묘하게 겹쳐진다.

도시의 한 복판, 그가 멍하니 어디쯤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1시간이 넘게 그 곳에 서 있으면서 작가가 보고 있던 것은 무엇일까? 자신 앞을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탁한 공기와 먼지로 뒤덮인 길가에 서서 그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

1분, 5분, 10분...... 처음 얼마 동안은 시시각각 변하는 거리의 풍경들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과 자신을 둘러 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과 가게의 간판들, 그 곳을 지나치는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부산하게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좀 점까지 자신이 보고 있던 풍경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신원삼의 눈에 개별적으로 보이던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 한데 뒤섞이다 못해 도시는 울렁거렸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른 듯 비슷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그의 의식 속에서 일련의 풍경으로 묻혀버렸다.

신원삼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변화하는 거리의 풍경을 기억 속에 그리고 화면 안에 그대로 담아냈다. 그가 그려낸 커다란 화면 안에는 현란한 색상의 물감으로 뒤덮인 채 주르륵 흘러버릴 것 같은 거리가 있었다. 흐른다는 것은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어떤 것이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두둑이 올린 물감들이 엉겨서 표현된 거리와 진득한 물감 사이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흘러버린 흔적은 작가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물질적 표현이자 거리의 기억으로부터 표출되는 복잡다단한 심경과도 연관된다.

그가 그려내는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형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담백하게 표현된 푸르스름한 색의 인간들일 것이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시릴 듯 차가운 푸른색의 피부를 노출한, 성별만은 구별이 가능한 인간 군상 말이다.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와 도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차갑다’라는 일련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신원삼 또한 같은 생각을 가졌고, 그가 생각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그러한 인상과 직결되는 푸른색을 띠고 있다. cold blue라고 불리는 그들은 어느 하나 주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피력할 수 없는 현대인의 무기력함과 피곤함 내지는 절망감이 뒤섞여 안쓰럽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현대 문명에 기생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간들은 차갑지만 이내 묻혀버릴 듯 외롭고 우울하다. 그들이 있는 곳을 딱히 어느 곳이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지만, 뭉뚱그려 도시라 명명할 수 있는 어느 번화한 거리의 한복판쯤, 작가가 서 있었던 그 곳인 듯싶다. 금세 무너져 내릴 듯 불완전한 건물 사이사이, 도시의 일상적 풍경은 그들을 언젠가는 삼켜버릴 듯 불안해 보인다.

작가에게 이전 기성세대들로부터 듣게 되는 ‘나 어렸을 적’ 혹은 ‘우리 어렸을 적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그들의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그다지 고릿적 일들은 아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지금 너무나 먼 과거의 이야기들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 그저 신기한 옛날이야기들일 테지만, 과거를 살아온 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아직도 거듭 발전하고 있는 현대 문명이 너무나 낯설고 신기할 뿐이다. 작가 신원삼이 서있던 그곳이 거리든 아니든, 이전 세대들에게 번쩍거리는 도시의 한 복판, 화려한 지금은 마치 ‘멋진 신세계’이자 ‘낯선 유토피아’ 같아 보이지 않았을까.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제를 되새길 새도 없이 모두가 내일을 오늘같이 향유한다.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한 채 무던히 반복적인 패턴의 삶 속에 갇혀,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너무나 익숙해져 주변의 주기적인 변화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이에 반응 조차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삶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는 낯설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더 이상 경이롭게 생각하지 않는 지금의 사람들과 거리에 서서 시간의 가속을 무던하게 지켜보고 있던 자신이 말이다.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자신이 직면한 현실에 적응하며, 그 곳에 맞게 ~化 되버린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주변의 변화에 따른 불편함은 어느새 망각한 채 그 장소와 시간, 주변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무섭게도 놀라운 적응력은 이미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살아남기 위한, 다분히 본능적인, 편리한 능력이다.

 

 

conversion 51_150x200cm_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_2012

 

 

 

 

■ 신 원 삼 Shin, Won-sam

 

2011  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 | 2008  경기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학과 졸업

 

개인전  | 2011  Brave new world전, 갤러리 MOA, 헤이리 | 2011  Conversion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 2010  化전, 대안공간 도어, 서울 | 2008  ~화되다전, 대안공간 눈, 수원

 

단체전  | 2012  Just Fairy Tales!전, Sunny 갤러리, 헤이리 | Korean Contemporary Art전, LEE 갤러리, 베를린 | 2012  Neo-Inscription전,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서울 | 2011  DEMO전, 경기대박물관 전시기획실, 수원 | 가리이니 나누리다전, 수원미술전시장, 수원 | 아티스트 릴레이프로젝트 Part-1, POP 갤러리, 서울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4기 오픈스튜디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 브릿지 프로젝트 Bridge Project전, UM 갤러리, 서울 | 2010  대전레지던시, 청주창작센터 교류전, 한마음 아트존 갤러리, 대전 | 교환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 도배전, 대안공간 도어, 서울 | 신기류전, 이앙 갤러리, 서울 | 2009  DEMO전, 대안공간 도어, 서울 | 江강水원來전, 5.18기념문화회관 전시실, 광주 | 한국미술의 빛전, 한가람미술관, 서울 | 통과의례전, 수원시미술전시관, 수원 | 예술과 주술 리포트전,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지원금  | 2012  경기문화재단 유망작가 예술프로젝트 지원 선정

 

수상  | 2012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신진작가 공모전 대상

 

레지던시  | 201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작가 | 2009  화성행궁동레지던시 2기 입주작가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한국미술박물관

 

 

 

vol.20121116-신원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