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 여행 - 출판기념회 및 스케치 展

 

 

크로키

 

2012. 11. 15(목) ▶ 2012. 11. 23(금)

Opening 2012. 11. 15(목) pm 7:00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3-2 | T. 031-248-3033

후원 | 경기일보, 경기문화재단

 

 

산수유마을

 

 

딱, 장편(掌篇)이요, 시화문학이렷다! 손바닥 지면에 시그림 버무린 꼴이 문사(文史)요, 그 글역사로 현실의 후경(後景)을 내리치니 철학이 따로 없다. 게다가 그 시그림글이 사뭇 숭고하지 않은가! 에잇, 그림 따위나 비평하는 후배는 뭔 꼴로 살란 말이고. 좋다! 그럼 선배 그림이나 따져볼까? 하아, 그런데, 이것저것 훔치다가 따지다가 다 놓쳤다. 풍경들이 글아귀를 비집고 다 도망갔다. 시를 따라서, 역사에 빠져서, 철학이 되어서 바람처럼 흩어졌다. 흩어진 자리에 발자국만 남았다. 오호라!

 

김종길 미술평론가

 

 

수종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를 말해보라면,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여행 계획을 짜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술이 들어갈수록 여행은 더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자꾸 떠나게 된다. 실현되건 실현되지 못하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 나중에 꼭 가자.’ 이 말이면 족하다.  어떤 친구와는 십 년 후에 사막을 횡단할 것이고, 또 어떤 친구와는 할머니가 되면 동백꽃을 시작으로 일년 내내 꽃구경을 다닐 것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여행 계획을 짜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을 말해보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서 술을 마시며 다음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단풍 구경을 하러 갔다가 호숫가에 앉아 매운탕에 낮술 한 잔을 하면서 겨울에는 어디를 갈까, 하고 실컷 수다를 떠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저기 저 먼 곳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좋다. 여기.’그러면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또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러게, 좋네.’ 또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서 술을 마시며 다음 여행 계획을 짜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을 말해보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혼자 여행을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여행 계획을 짰던 수많은 날들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산수유 나무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고 봄바람 사이를 지나가면서. 느티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면서. ‘같이 왔으면 좋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럴때면 머릿속은 아주 단순해져서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에 상처받는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랑하려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여행지에서 만난 나무 한그루들은 알려준다. 그 가지가 바람에 떨리는 것을 맞은편에 앉아 한없이 쳐다본다. 어떤 사람은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어떤 사람은 그 풍경을 몇 줄의 문장으로 담고, 어떤 사람은 그 풍경을 온전히 눈에 가득 담는다. 그 풍경에 내 것이 되도록 자신 안으로 깊숙이 밀어넣는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발가락이 간지러울 것이다. ‘저기 저 곳’이 그리워서. 그 풍경 가운데서 막걸리가 마시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어서 하고 싶어서.

 

                                                                        윤성희(소설가)

 

 

제부도

 

 

시와 그림은 본래 한 집안이나 진배없다. 오래 전부터 구해온 ‘詩中有畵 畵中有詩’가 그 증좌다. 이해균 작가도 그런 작업을 즐기나 보다. 그가 웬만한 시인보다 시를 더 많이 읽는 화가라는 것은 잘 알려진 비밀. 그러고 보면 그의 도저한 편력 혹은 귀결은 아무래도 ‘畵中有詩’의 진경이지 싶다. 조만간 그림 안에 아예 자신의 시를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선은 「시가 있는 풍경」으로 오랜 갈망을 갈무리하고 더 깊이 떠날 듯하다. 그렇게 찾고 만나고 그려낸 풍경 속으로 기꺼이 나서본다. 시와 그림이 서로 꿰찬 나들이가 참으로 그윽하다.

 

                                                                               정수자(시인)

 

 

죽은향나무

 

 

담쟁이처럼 돌아난 사유의 통로

그림자 밖 모퉁이

모헨조다로가 황토를 뒤집어쓰고

타클라마칸에서 사자死者의

울음이 마르고 있다.

혈류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다.

내 안에 내비게이션처럼

탑재되어 있다.

불규칙적으로 살고 싶다.

바람멀미에 비틀대며 끊어지는 북소리

이슬처럼 맺히고

먼 마을 저녁연기처럼 번지며

 

 

 

창곡리 엄나무

 

 

중계동104번지

 

 

 
 

이해균

 

개인전 8회 및 기획 초대전 다수

 

현재 | 한국미술협회, 경기구상작가회 회원

 

저서 | <수미산 너머 그리운 잔지바르>, <시가 있는 풍경>

 

Email | leehg102@hanmail.net

 

 
 

vol.20121115-이해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