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展

 

Paradise of Loneliness

 

Paradise of Loneliness_73x117cm_Color on Korean paper_2012

 

 

갤러리 한옥

 

2012. 10. 26 (금) ▶ 2012. 11. 4(일)

Opening 2012. 10. 26(금) pm.6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0-10 | T.02-3673-3426

 

galleryhanok.blog.me

 

 

Paradise of Loneliness_73x182cm_Color on Korean paper_2012

 

 

외로움의 낙원, 혹은 장유정의 회화

 

장유정 회화의 미적 기호는 간결하지만 제법 뚜렷하다. 도시와 선인장.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기호가 ‘낯설게’ 긴장하며 하나의 화면에서 양립하고 있다. 저 대칭적인 두 기호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 즉 작가가 조용히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내면을 엿보기 전에,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하나 해보자. ‘만약에’ 인류가 여전히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고 있다면, 그러니까 인류가 아직도 물고기를 잡고, 나무 열매를 따고, 이 숲 저 산에서 산짐승을 사냥하며 살고 있다면, 그래도 도시는 존재했을까? 존재했다면 그 모습은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시는 존재할 수 없었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수렵과 채집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양식이었으므로 정착은 할 수도 없었고 할 필요도 없었다.

도시는, 인류가 스스로를 자연에서 추방하는 순간, 다시 말해 유목과 수렵 대신 농경과 정착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잉태되고 있었다. 그리고, 농경을 버리고 산업화를 선택하는 순간, 도시는 폭발하듯 성장해 세계 곳곳에 메트로시티를 만들어 놓았다. “도시는 고독이 모여 만든 공간이다.” 러시아 근대 문학의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레오니드 니콜라이비치 안드레프가 한 말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삶의 자궁인 자연을 통째로 버렸다. 그로부터 200년 후, 혹은 100년 후 인류는 자연을 떠나며 잃은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도시, 기계, 자본, 물질, 풍요 그리고 갈등과 소외와 외로움…….

 

 

stunt flying_65x91cm_Color on Korean paper_2012

 

 

장유정의 회화 풍경 안에는 인간이 부재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틀림없이 인간이 존재한다. 도시가 '세계‘ 또는 ‘타자’를 상징한다면 선인장은 ‘자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도시 저 반대편에 있는 자연, 수렵 대신 농경과 산업화를 선택한 인류가 사실은 제법 오랜 시간 외면한 ‘그 자연’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테지만, 그의 도시 풍경 속에서 선인장은 아무래도 ‘자아’를 의미한다고 보는 게 더 효과적인 독해로 보인다. 다시 선인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선인장이 애리조나의 어느 사막이나 고산지대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자연의 일부이다. 열정이라는 꽃말을 가진 나무이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식물일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원산지가 아메리카인 저 식물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선인장은 회화적 기호로 치환된다. 도시가 작가를 둘러싼 ‘세계’라면 선인장은 세계에 둘러싸인 작가 자신, 즉 ’자아‘이다.  

회화는 경험 또는 기억을 뿌리삼고, 여기에 작가가 내적 반응을 섞고 융합하여 창조한 시각 언어이다. 회화의 힘이자 특징은 가시화, 즉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혹은 보이게 해주는) 데 있다. 마찬가지로 장유정의 회화는 어느 풍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생각해보라. 도시의 시멘트 바닥을 뚫고 나오는 선인장을 본 적이 있는가? 창가에서 서성이는, 혹은 빨랫줄에 매달려 시들어가는 선인장을 실제로 본적이 있는가?) 그가 해석한 ‘세계’와 그 세계에서 자존하는 ‘자아’를 도시와 선인장으로 은유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 세기 전 안드레프가 근대 시민의 고독을 말했다면 장유정은 외로움을 보여준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외로움을 가시화하고, 외로움을 그만의 방식으로 의미화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외로움은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은 그 무엇 때문에 인간은 운명적으로 우울을 가슴에 품고 산다. 장유정이 보여주는 외로움은 그러나, 타자와  ‘불화하는’ 외로움이 아니다. 그가 회화에서 의미화하는 것은 오히려 사유의 외로움이고, 모색의 칠정이다. 장유정이 가시화하는 것은 그러므로 생기와 가능성을 품은 따뜻하고 즐거운 고독이다.    

    

글 유명종(문화평론가)

 

 

Paradise of Loneliness_100x60cm_Color on Korean paper_2012

 

 

Flying_61x73cm_Color on Korean paper_2012

 

 

Paradise of Loneliness_61x91cm_Color on Korean paper_2012

 

 
 

장유정

 

2011 8.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학과 졸업 | 2008 2. 건국대학교 회화학과 한국화 전공 졸업

 

개인전 | 2012 2회 개인전‘Paradise of Loneliness'(갤러리 한옥) | 기획전 (횡성군청갤러리) | 기획전 ( 갤러리 티) | 2010 1회 개인전‘나는 지금 어디에' (스페이스선+ 갤러리)      

 

단체전 | 2012 Color of New york 展 (가이아 갤러리) | Bulls展(유나이티드 갤러리) | 2011 솜털 展 2인전(더케이 갤러리) | 한–두바이 한국 현대미술초대전(두바이 국립미술관) | The S展 ( 더케이 갤러리) | 2010  Sart 선물전 ( 코엑스 아쿠아갤러리) | 금박회화 소품전(시티은행) | 삼청갤러리기획 공중누각 3인전 (삼청갤러리) | 대한민국현대한국화페스티벌 (대구-울산문화예술회관) | 2009  Bulls 아트페어 (세종문화회관 광화문갤러리 (부스전)) | 아시아프‘미래와 만나다'(옛 기무사 건물 ) | 건채회 진채전 ( 가이아 갤러리) | 2008  진채! 현대회화로의 가능성전 ( 안단태 갤러리 ) | November 신진작가 7인전 ( os 갤러리)

 

 
 

vol.20121026-장유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