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은 展

 

 

Verse_Puglia, Italy_43x33.3cm_C-print_2012

 

 

국제 갤러리 2관

 

2012. 10. 25(목) ▶ 2012. 11. 22(목)

Opening : 2012. 10. 25(목) PM 5:00~7:00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59-1 | 02-733-8449

 

www.kukjegallery.com

 

 

Finitude 1_Video installation with sound, (ea.) 8 hours_2012

 

 

국제갤러리는 일본과 독일을 거점으로 활발히 활동중인 작가 최재은의 개인전 <오래된 詩>를 개최한다. 국내에서는 1993년 국제갤러리와 2007년 로댕갤러리 이후 5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최재은은 오래 전부터 조각, 설치, 건축뿐 아니라 사진, 영상, 사운드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장엄한 스케일과 섬세하고 치밀한 조형성을 구현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황혼으로부터 새벽까지의 밤 하늘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과 사운드 작업, 일출을 연속 촬영한 사진, 오래된 종이 위에 짧은 시구(詩句)들을 기록한 드로잉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업 전반에 걸쳐 시간의 무한한 흐름과 유한성 속에서 그것을 지각하는 인간의 시선, 그리고 삶의 순환(循環)에 대해서 일관성 있게 다루어 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하늘’을 주제로 정중동(靜中動)의 이미지 속에 흐르는 영원성을 가시화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던 최재은은 당시 일본 아방가르드 예술을 주도하던 동경의 소게츠회관(草月會館)에서 일본 전통 화예(華藝)인 이케바나(生花)를 연구하게 되면서 화기(花器)와 식물의 관계 맺음에서 창조되는 공간과 시간성의 표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당시 소게츠회관과 와타리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던 서구 전위예술, 그 중에서도 요셉 보이스, 백남준 등을 주축으로 한 플럭서스, 그리고 미니멀 아트 작가들과의 조우는 최재은에게 이케바나의 조형성을 전혀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현대미술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작가로 하여금 동시대 현대미술의 실험성 안에서 사물들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생명의 순환을 가시화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 하였다.

 

1986년부터 시작해온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 World Underground Project>는 대지의 지층이 내포하고 있는 영원성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겹의 종이를 세계의 여러 곳에 수 년 간 묻은 뒤 꺼내어 종이 켜들의 각기 다른 변화 상태를 통해 기록된 시간의 지층을 보여준다. 즉, 서로 다른 장소의 문화와 역사를 결정지어 온 지질학적 이질성이 만들어낸 종이 위의 결과물을 통해 비가시적 대상인 시간을 물질화한 것이다. 지난 2010년 동경 하라미술관(Hara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열린 개인전 <아소카의 숲 Forests of Asoka>은 인도 최초의 통일제국을 건설한 아소카(Asoka)왕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풀어낸 전시이다. 최재은은 아소카 왕이 나무의 용도를 치유, 과일, 땔감, 집 짓기, 꽃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한 일화를 주제로 하여, 오래된 나무들을 쌓아 연출한 공간을 관객들이 걸으면서 자신의 발걸음을 듣게 한 설치작업과 천년 고목의 뿌리를 클로즈업 한 영상 등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작가는 여기서 시간을 초월한 생명의 이미지이자 영원에 도달하려는 영혼들의 상징으로 나무를 표현한 것이다

 

최재은은 이렇듯 흙과 나무와 같은 대지의 요소들을 주로 연구하며 생명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며, 이번 개인전에서는 시선을 하늘로 돌려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한다. 고대인들은 하늘의 별자리와 일기를 해석함으로써 세계와 생존에 대한 지식을 얻었으며, 동시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을 경외하며 종교적인 절대적 권위의 영역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지구 어디에서든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보편적인 공간이며 사색의 대상으로 인간들은 스스로의 좌표와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하늘에 질문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밤하늘과 관련된 신화나 설화, 예술, 문학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Finitude 2_Video installation with sound, (ea.) 8 hours_2012

 

 

갤러리 1층 공간에 전시중인 <Finitude>는 독일의 스토르코프(Storkow) 밤 하늘을 촬영한 세 개의 영상과 작가가 돌로 뒤덮인 거리를 걷고 있는 소리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각기 다른 세 방향의 하늘을 보여주는 영상은 해질 무렵부터 새벽녘까지 약 8시간 동안의 하늘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대면하게 되는 영상은 마치 정지되어 있는 밤하늘의 한 장면 같지만 실은 달과 별, 구름, 공기 등이 보일 듯 말 듯 미세하게 움직이는 고요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곤 하는 작가 본인의 발자국 소리를 밤하늘과 병치시켜놓은 사운드 작업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감각을 일깨우고 귀 기울이게 한다. ‘유한성’(有限性)이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마치 진리를 찾아 길을 떠나는 구도자의 발걸음 또는 별 밤을 걷는 방랑자의 그것과 같이 <Finitude>는 거대한 밤하늘의 숭고함을 대면하고 있는 인간의 소소함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보는 하늘의 별은 몇 광년 혹은 몇 십 광년 거리에 존재하는 태양과 같은 항성(恒星)의 빛을 보는 것으로 아주 오래 전의 과거의 빛을 현재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Finitude>는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객관적이고 선형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억 광년을 지나온 별이 남겨놓은 시간성, 이를 영상에 담는 과정이 만들어내는 작가의 시간성, 그리고 이 작품을 현재 바라보는 관객의 시간성을 동시에 중첩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의 단면들은 끊임없이 반복하고 순환하면서 매번 새로운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최재은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시간의 중첩된 구조를 지각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적 시(verse)의 가능성과 경험을 창조해낸다.

 

한편, 갤러리의 2층 공간은 어두운 밤하늘과는 극적인 대조를 이루도록 구성되었다. 작가는 칠흑 같은 밤하늘의 숭고함으로부터 새벽에 이르러 떠오르는 일출 장면의 태양을 포착하고 있다. <Verse_Puglia, Italy, 2012>(2012)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면을 1분 간격으로 촬영한 50점의 사진 작품이다. 죽음으로 상징되는 암흑의 공간에서 생명 탄생의 공간으로 전환을 표현하는 이 작업은 끊임없는 우주의 질서 속에서 반복과 회귀를 통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순환’의 한 순간을 가시화하고 있다.  25점의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만물상 The Myriad of things>에서 작가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매 순간마다 떠오른 단어와 문장들을 짧은 시구들처럼 그려서 보여준다. <1001년을 살아온 노송나무 Old pine tree that has lived 1001 years>, <루-시라는 이름을 갖은 소녀 A girl with a name Lucy>, <순환이 지속되는 집 The House that continuously circulates>과 같이 하나하나의 독립된 글귀로 이루어진 이 드로잉들에 사용된 종이는 거리에서 발견된 낡아 버려진 헌 책들에서 얻은 것이다. 각기 다른 종이결과 빛 바랜 세월의 흔적들 위에 존재에 대한 사유와 작가의 제스처를 직조하여 만들어낸 이 드로잉들은 종이를 통해 축적된 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이는 작가가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와도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The Myriad of things_46.7x43.7cm_Old paper and charcoal pencil_2012

 

 

 

 

■ 최 재 은

 

1953  서울 출생

 

현재  | 일본 도쿄에 거주하며 작품활동

 

1976  일본으로 건너감 | 1976-80  일본 소게츠 회관 수학/졸업 | 1984-87  데시가하라 히로시에게 사사

 

국제 비엔날레.트리엔날레  | 2012  제7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 2008  프라하 트리엔날레, ITCA 2008, 내셔날 갤러리, 프라하, 체코 | 1999  제3회 아시아 태평양 트리엔날레, 브리즈번, 호주 | 1995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 대표, 베니스, 이탈리아 | 제6회 유로파-오스타시언 트리엔날레, 슈트트가르트, 독일 | 1991  제21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상파울로, 브라질

 

스크리닝 (영화 페스티벌)  | 2001  제2회 전주 국제 영화제, 전주, 한국 | 제54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로카르노, 스위스 | 제25회 몬트리올 월드 페스티벌, 몬트리올, 캐나다 | 제14회 도쿄 국제 여성 영화제, 도쿄, 일본 | 제21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하와이, 미국

 

개인전  | 2012  오래된 詩, 국제 갤러리, 서울 | 2010  아소카의 숲, 하라 미술관, 도쿄, 일본 | 2007  루시의 시간, 로댕갤러리, 서울 | 1993  국제 갤러리, 서울 | 1991  갤러리 밀라노, 밀라노, 이탈리아 | 갤러리 우에다 SC, 도쿄, 일본 | 갤러리 고야나기, 도쿄, 일본 | 1990  경동교회, 서울 | 두손 갤러리, 서울 | 1989  갤러리 고야나기, 도쿄, 일본 | 지벡, 고베, 일본 | 1988  갤러리 우에다, 도쿄, 일본 | 1987  갤러리 우에다, 도쿄, 일본 | 1985  소게츠 플라자, 도쿄, 일본 | 1984  소게츠 화랑, 도쿄, 일본

 

단체전  | 2008  플랫폼 서울 2008, 구 서울역사, 서울 | 1994  아시아의 새 바람, 소게츠 미술관, 도쿄, 일본 | 1993  파리 대다회, 유네스코 본부, 파리, 프랑스 | 1992  아르떼 셀라, 셀라, 이태리 | 1991  시큐리티 퍼시픽 갤러리, 시애틀, 미국 | 1988  동쪽이 서쪽을 만나다, 로스앤젤레스 아트 페어, 로스앤젤레스, 미국 | 1987  깊은 곳까지, 아오야마 스파이럴 가든, 도쿄, 일본

 

주요 환경 프로젝트  | 1996-8  해인사 성철스님 사리탑 <선의 공간>, 합천 | 1992-3  대전 엑스포 <재생조형관>, 대전

 

주요 야외 조각  | 1997  사이타마 신도심 청사 프로젝트, 사이타마, 일본 | 1996  모모치 센터 스테이지 에이로 갤러리, 후쿠오카, 일본 | 1994  시간의 방향, 삼성의료원, 서울 | 1991  다양한 삶, 나고야 성지, 나고야, 일본 | 제 2회 세토다 비엔날레, 세토다, 일본 | 1988  과거-미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진행중인 프로젝트  | 1986-현재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케냐)

 

영화  | 2000  길 위에서, 다큐드라마, 70분

 

 

 

vol.20121025-최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