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림 展

 

 

Untitled-PB1211, 1212, 1213, 1214_100x200cm(each)_acrylic on canvas_2012

 

 

갤러리 인

 

2012. 9. 5(수) ▶ 2012. 9. 29(토)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1번지 | 02-732-4677

 

www.galleryihn.com

 

 

Untitled-G1210_160x160cm_acrylic on canvas_2012

 

 

갤러리 인은 오는 9월 5일 부터 9월 29일 까지 하상림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하상림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절제된 색과 생명의 울림이 느껴지는 선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신작들을 소개한다.

 

하상림 작가의 이번 전시는 앞선 2010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새로운 스타일의 작업에서 드러난 고민을 한결 높은 단계로 심화시킨 결과이다. 화면 전반을 가득 매우며 치밀하게 얽힌 선들은 그 정교함으로 인하여 일종의 경외감 마저 든다. 그녀의 선들은 기존의 작업에서 보여준 것보다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며 유연한 반면 날카롭다. 화면 속 형상들은 수없이 중첩되면서 언뜻 평면적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얼마간의 관찰을 통해 각각의 선들이 가지는 두께와 교차점을 곧 발견 할 수 있고 이로써 상당한 공간감과 겹겹의 층을 지닌 이미지라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 마치 울창한 정글에서 길을 잃은듯한 착각 마저 불러일으키는 이 장면은 사실 길 옆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범상한 풀섶의 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풀섶에서 산수화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가까이 들여다보기(접사촬영)라는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큰 폭의 시점변화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바라보는 이의 몸이 작아진 듯한 느낌을 유발하기 시킨다. 산수화는 여러 가지의 공간원근법을 활용하는데 대부분의 기법들은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숭고함을 부각시켜 인간의 외소함과 욕망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에 목적을 둔다. 작가는 풀섶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껏 몸을 웅크리고 낮은 자세로 풀들을 바라본다. 그렇게 촬영된 미시적인 세계를 산수화와 같은 거시세계의 층위로 변모시키는 점이 그녀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Untitled-OR1205_227x181cm_acrylic on canvas_2012

 

 

작품의 색에도 큰 변화가 관찰된다. 색의 쓰임은 색 면과 선의 두 부분으로 간소화되었고 전반적으로 강렬한 대비의 효과를 나타낸다. 그럼에도 절제된 단 두 개의 색만으로도 느껴지는 풍부함이 있다. 자연 본래의 색도,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색도 아닌 그녀의 색은 살결 아래로 흐르는 혈류의 흐름처럼 온화한 깊이감이 느껴지고 약한 빛에도 은은히 스스로 발색하며 변화를 거듭한다. 겹겹이 누적되는 색의 층들에는 시간과 작가적 성찰이 곳곳에 베어있다. 그녀의 작업 과정 중 컬러의 선택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며 이 순간은 한없이 주관적이고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바 없는 우연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상시 존재하는 그 사건들을 기억해 내며 색의 겹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자연채광에 비추어 보인다. 미세하게 반짝이는 펄의 기운과 함께 느껴지는 색의 깊이감에서 키 작은 한해살이 잡초의 존재와 대면하는 순간의 기억을 재생한다. 모리스 메를로 퐁티의 회화론에 언급 된 “공간과 표피, 색과 표피의 지점을 넘어선 새로운 층위”를 그녀의 색 면을 통해 감각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무리가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 동안 하상림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태도적 변화를 정확하게 반추해왔다. 또한 이를 통해 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핵심은 실존에 기반을 둔 ‘삶에의 의지’라는 것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이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라는 사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연약한 생명을 질기게 이어 나가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인생에 대한 너그러운 관조. 하상림 작가의 자연에 대한 찬미와 알 수 없는 깊이의 공간(색)에 대한 표현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클리셰로 작용하지 않고 강한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Untitled-P1217_80x80cm_acrylic on canvas_2012

 

 

Untitled-V1216_130x130cm_acrylic on canvas_2012

 

 

 

 

 

vol.20120905-하상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