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기헌 展

 

도시유감

 

자화상(새로운 시작을 위하여)_909x727mm_캔버스에 아크릴컬러

 

 

갤러리 온

 

2012. 8. 25(수) ▶ 2012. 9. 6(금)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www.galleryon.co.kr

 

 

전시회 관람2_530x455mm_캔버스에 아크릴

 

 

전시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관심은 항상 동일 했던 것 같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고, 그 세상 속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고,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다. 나에 대한 호기심은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나라는 존재의 궁금증이 다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그러한 의문이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의문으로 회귀된다. 결국 나의 사고는 나와 이 세계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굴레가 되어 무한이 반복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는 (인간 역사의 어떠한 시대보다도 강화된) 거대한 공통의 가치들로 양식 되어진 사람들이 촘촘히 심어져 살아가고 있다. 개개인의 개성이 모여 도시라는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를 만들어냈지만, 스스로가 세포조직이 되어 도시가 만들어내는 공통의 가치라는 양분을 빨아들이며 길들여진 사람들은 결국 개개인의 존재를 희석시켜버린다. 스스로의 가치기준을 빼앗겨버리고 공통의 가치에 강요 되어져 버린 사람들에겐 존재적 상실감과 그에 따른 근원적 고독감은 필연일 수 밖에 없다. 도시라는 세상이 만들어낸 공통의 가치는 이 세계에 속해있는 모두의 욕망과 가치들이 뒤섞여 만들어낸 누구도 도달 할 수 없는 허상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고독과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합리화를 통한 인지부조화적 자기최면과 자존적 가치의 부재로 말미암은 타인의 삶을 쉴 새 없이 곁눈질 해대는 관음증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세상에서 고독과 상실감이 필연이라고 한다면 내가 느끼는 고독과 상실감 또한 타인의 그것과 공유 되어 질 수 있다.

타인과 나는 동일한 가치에 의해 동일한 존재로 구성 되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자화상(새로운 시작을 위하여)_909x727mm_캔버스에 아크릴컬러

 

 

하지만 때로는 도시에서 느껴지는 고독은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선택되어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의 사람들은 타인의 속에 속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그들과 맞닿지 않도록 자발적 고립을 위해 애쓰기도 한다. 공통의 가치와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공통으로 묶지 못하고 애써 구분 지으며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고립 시키려 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모두가 동일한 가치와 욕구를 쫓아야 하며 그러한 동일한 가치에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다라고 세뇌하는 현 시대의 강요에 대한 본능적 저항이 아닐까. 거대한 공통의 가치에 자신의 존재가 희석되어 사라질 것에 대한 불안이 생존본능을 일깨워 진정한 존재의 추구에 대한 갈망이 고독이라는 모습으로 반응 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때문에 나 또한 고독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와 자존감을 일깨우려 한다. 고독을 통해 사유의 시간과 사고의 깊이를 얻어내려 한다. 내가 작업하는 그림들은 이러한 사고의 과정이며 종착지이고 '나'의 표현들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 존재의 증명이고 발걸음이다.

 

 

연말파티_1168x910mm_캔버스에 아크릴

 

 

작가노트

도시의 삶에 순응하며 사는 도시인의 삶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태어난 이후 줄곧 도시에 살며 도시의 고독자 생활을 탐닉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삶은 지치고 고달프다. 도시에서의 삶은 자기파괴적이고 자기상실적이며 타인의 삶에 대한 만성적 관음증에 시달리고 채우기 힘든 고질적 고독감에 빠져들게 한다.

마약 같은 도시의 맛은 사람들을 쉽게 중독시켜버리고 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드물게 샘솟는 자존의 의지 또한 농도 짙은 도시의 마약성분에 금새 희석되어 사그라지고 만다. 인간의 피상적 삶을 숙주로 살아가는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내뿜는 마취가스에 자기존재적 가치의 사고에 대한 의지와 방법을 마취 당하여 삶에 대한 인지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한 살아있는 늪 같은 이 곳의 삶에서 나는 존재하고 있는가?

나는 실재하고 있는가?

나의 시선은 여전히 도심을 향하고 있다.

 

 

City_1168x910mm_캔버스에 아크릴

 

 

 

 

■ 옥 기 헌

 

2006.2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전공 졸업

 

전시  | 2008.12~2009.1  夢-Illusions DREAM & FANTASY, Gallery ON, 사간동 | 2009.10  the{3} - 3인전, Gallery DOOR, 동교동 | 2009.11  ONE展(공원전) ; 동네 한 바퀴, Gallery DOOR, 동교동 | 2009.12  20 Korean Contemporary Artists, Cremona, ITALY | 2010.3~4  Save the green plane Exhibition ; 지구를 지켜라展 | 2010.5  DesignFesta Vol.31_Tokyo BIG SIGHT | 2010.5~6  제3회 도배展, Gallery DOOR, 동교동 | 2010.8.13~22  사사로운 일상전, Gallery ON, 사간동 | 2011.4.1~4.11  Communication & Combination한국 벨기에 수교 110주년 젊은 작가회전, Gallery the Chai, 헤이리

 

 

 

vol.20120825-옥기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