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展

 

Still Life

 

No.3 (yellow pot)_Light jet print_2009

 

 

갤러리 온

 

2012. 7. 20(금) ▶ 2012. 8. 2(목)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www.galleryon.co.kr

 

 

No.2 (flowering plants)_Light jet print_2012

 

 

일상의 경관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에서 자신의 감각과 감성에 반응된 대상을 플레이밍한 작업으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하고 소소한 사물과 장소를 마주하며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은 기억과 생각의 편린들을 끄집어 올린다.

이 작업은 사물들이 의미가 전환되는 방식과 인간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다는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평범한 일상적 사물이 시각적인 의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 <Still Life>에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의식적으로 감성적인 접근을 배제하려 했던 이전의 작업(Uniform 2004, Lifescape 2006) 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대상에 다가선 주관적인 서정과 감정의 단서가 드러나고 있다.

갤러리 온 큐레이터 이희복

 

 

No.7 (things)_Light jet print_2012

 

 

작가노트

버려진 듯 놓여있는 화분, 한참을 돌보지 않았는지 메마르고 파리하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사물들의 초상은 참으로 볼품 없고 초라하다.

무관심 속에서도 번식하는 식물들처럼 죽어가는 듯하지만 살아있는 이 사물들에 생기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사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그 외연이 달리 보일 뿐이다.

한때는 대통령의 별장까지 있었고 내 어린 시절엔 유명 관광지였던 그곳의 풍경은 이젠 빛 바랜 오렌지 빛이다. 인적 없는 그곳엔 여전히 관광객을 기다리는 호텔과 식당이 늘어서있지만 오랜 낡은 간판들은 곧 꺼질 듯 불안하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가본 여행지에서의 낯선 붉은 네온 불빛과 그때서야 처음 먹어봤던 노란색 바나나로 선명히 기억되는 그곳은, 이제는 오랜 세월 쇠락해온 풍경에 날근날근 하고 색 바랜 사물들까지 더해져 공허하기 그지없다.

가끔 가족과 함께 그곳을 지나치게 될 때마다 그런 그곳의 경관은 번번히 나를 자꾸 건드린다.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몇 번이고 그냥 지나쳤던 길, 그곳에서 일부러 멈추어 서서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여다본다.

 

 

No.8 (old wall)_Light jet print_2009

 

 

나는 왜 이것을 이리도 보고 있는 걸까.

내 삶의 주변과 여행지에서 마주한 비루한 이러한 대상들은 단순히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나의 취향 혹은 기억만을 환기시키는 것은 아니다. 시선에 우연히 들어와 나를 잡아 끈 이 사물들로 인해 기대하지 않았던 생각의 고리가 이어지기도 하고, 이 바라봄이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나의 상실을 혹은 내 연민의 시선을 대신하는 듯하기도 하다. 무심한 듯 외면하려 했지만 왠지 가슴이 슬쩍 긁힌 듯한, 둔한 쓰라림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가, 다음에 마주할 땐 작고 묘한 들뜸이 들기도 한다. 아주 이런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에 말이다.

사진 찍는다는 행위는 그 사이에 있다. 스쳐 지나치거나 무시될 수 있었던 사물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어 특별한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진의 프레임 안에 들어옴으로써 매우 평범한 일상적 사물은 시각적인 의미를 지닌 특별한 그 무엇이 된다.

더욱이 이것들은 아직 살아있지만 사라져가는 어떤 것이기에, 곧 사라지고 잊혀질 이 사물들에 대한 연민은 그것들을 이미지로 부여잡고 다시 그것에 새로운 생기와 의미를 부여하고 싶게 한다. 프레임에 담기면 그것은 단지 정지된 사물이 아니라 감정이 깃든 사물로서 삶의 단면을 품게 된다. 비 연속인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삶의 모습을 이루는 것처럼, 이 이미지들은 모여 더욱 큰 내러티브를 드러내 보인다. 이 이미지들에서 나는 내 삶의 정서의 경관을 본다.

 

 

No.9 (broken stones)_Light jet print_2012

 

 

No.12 (windows)_Light jet print_2011

 

 

 

 

■ 이 성 희

 

개인전  | 2012  Still Life, 갤러리 온, 서울, 한국 | 2006  Lifescape, 갤러리 온, 서울, 한국 | 2004  Uniform, 대안공간 풀, 서울, 한국

 

그룹전  | 2011  EAR, 갤러리 온, 서울, 한국 | 2010  다중풍경, 2인전, 갤러리 킹, 서울, 한국 | 죄악의 시대, 대안공간 루프, 서울, 한국 | 2009  핑야오 국제사진페스티벌, 핑야오, 중국 | 서울아트살롱, AT센터, 서울, 한국 | 2008  NGAF(New Generation Art Fair), 상상마당, 서울, 한국 | 디지털네트워킹, 벨벳 인큐베이터, 서울, 한국 | 걷ː다, 동덕아트 갤러리, 서울, 한국 | Woman's Holic, 갤러리 온, 서울, 한국 | Cafe Art Market, 까페 vw, 서울, 한국 | 2007  Portraits, 더비 미술관, 영국 | 고정과 흐름, 갤러리 온, 서울, 한국 | 삼청동 프로젝트 Inside outside, 삼청동 35-103번지, 서울, 한국 | Stationary and Flowing, 인민대학 서비홍 예술학교, 북경, 중국 | ‘The 6th Sense, F’, UV 하우스, 파주, 한국 | 디지털 확성기전, 덕원 갤러리, 서울, 한국 | 가족의 재탄생전, 갤러리 킹, 서울, 한국 | 2006  5*7전 사진을 말하다, 갤러리 브레송, 서울, 한국 | 아마추어 증폭기전, 덕원 갤러리, 서울, 한국 | Korea Artist Festival, Knapp Gallery, 런던, 영국 | 2005  comcom 리플전, 갤러리 온, 서울, 한국 | 광복 60년 기념 ’한국사진의 과거와 현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 서울, 한국 | 서울청년미술제 포트폴리오 200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 오늘은 예술… 내일은 아니다, 샘표 스페이스, 이천, 한국 | 2004  거기에 있었다, 상명 동숭동 갤러리, 서울, 한국 | 커버스토리, 가 갤러리, 서울, 한국 | At first sight, 동구문화체육회관, 대구, 한국 | Dislocation, 폭스바겐 포토갤러리, 홍콩, 중국 | 2002  The selection, 보다 갤러리, 서울, 한국 | 2000  광주비엔날레 “인간의 숲, 회화의 숲”, 광주, 한국

 

Grant  | 2006  문예진흥기금 신진예술가 선정

 

 

 

vol.20120720-이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