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展

 

 

북경 달마_23x34cm_종이에 연필 및 수채 드로잉_2011

 

 

갤러리 고도

 

2012. 6. 20(수) ▶ 2012. 7. 3(화)

Opening : 2012. 6. 20(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12 | 02-720-2223

 

www.gallerygodo.com

 

 

불쌍한 놈_40.6x50.8cm_종이에 연필 및 수채 드로잉_2012

 

 

-평론-

아무렇게나 쓴 글

 

캡 모자, 흰 수염, 청바지, 그리고 껄껄껄

 

  “어, 네 생각은 어때?”

 교수님은 가끔 수업시간에 영상이나 사진을 보여주고선 전후 설명 없이 다짜고짜 이렇게 묻는다. 멍하니 보고 있던 학생들은 주위의 시선에 떠밀려 아무렇게나 대답한다. 아무렇다는 것은 일차원적으로 대답한다는 것이다. “좋아요”, “멋진 것 같아요”, “더러워요” 그러면 교수님은 항상 껄껄껄 웃으셨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수업방식이 우리를 실험한다고 생각했다. 수업에 앤디워홀이 누구인진 알려주지 않고 매일같이 이런 질문들로 학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적어가고자 했던 학생들은 매일 같이 빈 노트로 강의실을 나섰다.

 내가 삼학년이 돼서야, 내가 미술프로젝트를 한답시고 교수님 연구실에 들락날락 하고서야 알았다. ‘네 안에 가진 생각들과 경험들을 중요하게 생각해라. 그게 진짜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 인질 알아야 한다. 그게 먼저다.’ 교수님은 나에게 말씀하셨고, 수업시간에도 늘 그렇게 말씀해 오셨다.

 

 

광풍이 불다_40.6x50.8cm_종이에 연필 및 수채 드로잉_2012

 

 

  “너 내 서문 한번 써볼래?”

 그날도 교수님은 나에게 대뜸 서문을 의뢰했다. 수업시간에 늘 하신 당황스런 질문처럼 그리 놀랍진 않았다. 내가 아는 교수님은 충분히 그럴만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제자가 교수님의 전시서문을 쓴다? 그거 재밌겠는데?’ 나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서문을 쓰기로 했다. 걱정도 앞섰지만 곧 그 마음은 접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못 쓴들 어쩌겠나. 그에 연연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쓰기로 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친놈, 또라이, 바보, 무법자, X할 놈, 털보, 달마, ‘나는 너를 좋아해’

 

 교수님에겐 아주 재미난 점이 있다. 바로 별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다. 교수님은 항상 제 3자처럼 별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관심이 많다. 전대후문 신호등 앞에서 매일 같이 혼잣말을 해대는 아주머니에게 관심이 많고, 타로 카드를 길바닥에 던져 점을 치는 이상한 땡중에게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네이버에 ‘장석원 개새끼’라고 검색하여 알게 된 어느 이름 모를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다. 교수님은 늘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들을 좋아한다.

 교수님의 그림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미친놈도 있고 독종도 있고 털보도 있으며 달마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서 교수님을 본다. 소주 한잔하고 깔깔깔 웃는 모자 쓴 이의 호탕함과, 될 대로 되라는 비소로 세상을 등진 대머리의 고집과, 천진난만한 미소로 바보를 자청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그리고 여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모두 교수님과 닮아있다. 교수님은 어째서 별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을 종이 위에 그리는 걸까.

 교수님의 그림이야말로 내 글처럼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림과 같다. 아직도 ‘아무렇다’는 말을 그저 대충이라고 생각할진 모르지만 그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아무렇다’는 것은 되는대로 솔직하게 그린다는 의미다. 종이 앞에 어떠한 이성적인 작용도, 꾸밈도 없이 손이 가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그린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그런 성품을 지닌 분이다. 교수님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그런 당신을 지키고픈 고집일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좋아해.

 

교수님의 삶은 모든 것이 장난 같으나, 그것은 메시지다. 교수님의 수업방식도,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림들도, 마지막으로 나에게 맡긴 서문도.

 

p.s. 2010년 여름 즈음, 무언가 간절했으나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나에게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에 대해 왜 좋은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오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 이유를 이렇게 남긴다.

독립큐레이터 이미화

 

 

 

 

 

 

■ 장석원

 

197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1977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1983  공간 편집장 | 1984-현재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 | 1995  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 2000  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 | 2001  아시아 예술 담론 형성을 위한 국제학술 세미나 | “아시아 거대 예술 담론은 가능한가?” 조직 및 발제 | 2002  한중현대미술교류전 “노출.반전/아시아 담론” 공동 큐레이터 | 2003-2004  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 2004  전남대 해외파견교수 독일 현대미술 연구 | 2005-6  홍콩 베니스비엔날레 참가작가 선발 심사위원 | 2008  7회 광주비엔날레 글로벌 인스티튜트 지도교수 | 2008-2009  전남대 연구년교수로 중국 현대미술 연구차 북경 체류 | 2009  국제아트비전 "Asia Panic" 총감독 | 2010  솔라 이클립스 게스트 아티스트 참여 | 2011  쿤스트 할레 전시기획, Gwangju Inside Vol.3

 

1988  미술평론집 “80년대미술의 변혁” 발간 | 1993  예술에세이집 “뉴욕 25시” 발간 | 2000  “해체냐, 통합이냐?” 광주비엔날레 도록 평문 | 2006  논문 “요셉 보이스는 죽은 토끼에게 무엇을 말하였나?” 발표 | 2009  평문 “이웃의 시선으로 본 중국현대미술” 발표 | 2011  ‘비평없는 아시아의 중심, 그 허상과 실상’ 예술문화비평 가을호

 

 

 

vol.20120620-장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