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림 展

 

The land of condolence

 

타인의 꿈_130x80cm_장지에 분채_2012

 

 

 

2012. 6. 19(화) ▶ 2012. 7. 2(월)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116-9 | T.02-412-9560

 

 

For the unprotected soul_104x134cm_장지에 분채_2012

 

 

:이례적인 폭우에 우리를 지탱하던 땅이 무너져 내린다: 견고하고 단단할 것만 같았던 거대한 그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그리고 누군가는 비통함 속에 자신을 잃었다:

 

나도 그랬다. 맥없이 무너져내리는 산을 보며 내 안의 연약함과 죽어있던 나 자신의 일부를 만났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거대한 지지체, 신념 또한 그러한 것이다.

우리는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에 의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먹고 일하고 대화 나누고 걱정하고 사랑하고 울거나 웃고 화내거나 즐거워 한다.

 

출처없는 불안에 잠 못이루는 날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데 눈물이 나곤 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며 다독이면서도, 마음 저편엔 언제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인지 ,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분명 어딘가로부터 내게 온 것이었고, 그 생각들의 주체는 ‘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로 부터 주입되어 마음 속 깊이 ‘각인된 높은 자아이상’은 그와는 동떨어진 ‘보잘 것 없는 현실의 나’의 모습과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실체 없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에 허우적거렸다.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상을 쫒는 동안, 우리는 딱 그 만큼의 자신을 외면하게 된다. 그 빈자리가 나로 하여금 만성적 공허감에 시달리게 했다.

 

 

A song for the unprotected area_104x134cm_장지에 분채_2012

 

 

오랫동안 외면당한 나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연민의 마음이 일어난다. 그것은 마치 자기 자신의 무덤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여기, 나는 그동안 상처받고 지쳐있던  나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제는 보내주어야만 하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거짓자아’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의식을 치른다.

나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 나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 크고 작은 혼란과 좌절, 불안과 상처들로 응어리진 마음들을 빗줄기로 씻어 내리고, 강요 된 자아와 마주하여 그것을 태워낸다.

 

익숙한 것을 놓아주어야만 할 때는 의례 극심한 고통과 저항이 따른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과 이별할 때 그러하듯, 나와 한몸이 되어 살아왔던 거짓자아를 놓아주는 일이란 쉽지가 않다. 우리는 한번 형성된 애착은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관계일지라도 유지하려고 한다. 신념이라는 감옥 안에서의 생활이 그 나름의 안락함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짓자아’는 본래 실체가 없었으므로,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연기처럼 흩어져버린다.

 

부유하는 대지 형상의 티슈는 어떤 순간에만 존재하는 일회적인 공간,  실체가 없는 것, 환영, 연약함을 대변한다.

형상만 있고 실체는 없으며, 늘 한번 쓰고 버려진다.

한번 쓰고 버려진다. 쓰고 버려진다. 쓰고 버려진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쫒는 것은 좌절이 예고된 시작이다.

‘외부의 유토피아’, ‘타인의 꿈’, ‘거짓자아’. 이렇게 모든 상처와 고통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실재’로 착각하고 쫒을 때 생겨난다.

 

 

The reflected utopia_90x90cm_장지에 분채_2012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고정된 실체 또한 없으며, 무수한 가능태가 공존하고 있다. 인간이 인식하는 스펙트럼은 실재의 극히 일부일 뿐이며, 어쩌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상이 허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부의 거짓자아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겹겹이 환영으로 구조되어 있다. '환영'속에 갇히지 않으려면 내부에 무엇이 살아있는지 살펴야한다.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면 이미 나는 여기에 없다. 단지 나는 외부세계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매일 밤,

귀를 찌를듯한 고요함의 진동 속에,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보며

그 날의 내게 용서를 구하고,

깊은 슬픔을 전한다:

 

2012 한아림

 

 

Out of the unreal_90x90cm_장지에 분채_2012

 

 

애도-별 헤는 밤_53x80cm_장지에 분채_2012

 

 

 
 

한아림

 

2009년 홍익대 동양화과 일반대학원 졸업 | 2007년 홍익대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2  <The land of Condolence> - 에이원 갤러리, 서울 | 2011 <광저우 미림미술관 한중일 현대작가 초대전>- 미림미술관, 광저우, 중국 (개인부스전) | 2009 동양화 새천년<한국화의 현대적 변용-“다섯번째 계절”展>- 예술의 전당, 서울 (개인부스전) | 2008 <Breathing> - The little gallery, Calgary, Canada | 2008 <도시에 쉼표를 찍다> – 경인미술관, 서울(2인전)

 

그룹전 | 2011 <대한민국 현대한국화 국제페스티벌>-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 2011 <LOVE LOVE LOVE>-가나아트센터, 서울 | 2010 <백송화랑 기획전"나르시스의 방"展> -백송화랑, 서울 | 2010 <GROW OUT展> -Gallery The K, 서울(4인전) | 2009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09>-그랜드하얏트 호텔, 서울 | 2009 <옥과미술관 기획초대전 “바람을 타고 가다”展>-옥과미술관, 전남 | 2009 <아시아프 We meet the future> -구 기무사건물, 서울 | 2009 <International Park Fine展> - Park Fine Art Gallery ,뉴멕시코주, 미국 | 2008 <한국. 미국, 일본 현대미술展 “차이와 공존”> – ASTO MUSEUM of ART in U.S.A | 2008 <제 14회 현대 미술 한일展> - 北千住1010 갤러리, 도쿄, 일본 | 2008 <아시아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서울 구 역사, 서울 | 2007 <대한민국 뉴페이스∙페인팅展> - 세종문화회관, 서울 | 2007 <한일교류전 Beautiful Impact> - 경향갤러리, 서울 | 2007 <한국∙터키 수교 50주년 기념展> - 이스탄불 올디즈왕궁전시관, 터키 | 2007 <same boat 展>- 경향갤러리, 서울

 

수상 | 제 15회 관악현대미술대전 대상 | 제 10회 안견미술대전 특선

 
 

vol.20120619-한아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