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展

 

 

Emptiness-11108_181.8x227.3cm_acrylic on canvas_2011

 

 

갤러리 신라

 

2012. 6. 8(금) ▶ 2012. 7. 15(일)

대구시 중구 대봉1동 130-5 | 053-422-1628

 

www.galleryshilla.com

 

 

Emptiness-11119_181.8x227.3cm_acrylic on canvas_2011

 

 

끊임없이 실험적 작업을 해온 현대미술가 이강소 개인전이 6월 8일부터 7월 15일까지 갤러리 신라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 회화작품 및 세라믹, 사진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70년대부터 일찍이 실험미술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렸고 끊임없이 다양한 매체,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예술형식을 스스로의 작품 속에서 찾아왔습니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선과, 우리에게 친숙한 오리를 그려온 작가는 2008년부터 '허(虛-Emptiness)' 연작을 통해 선은 간결해지고 여백의 공간은 많아지고 단순해진 색감으로 정신적 표현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캔버스에 있는 공백은 '그림을 그리고 남은 여백이 아니라 최대한 표현을 단순화하며 비워둔 자리'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층 아름답고 깊어진 선이 있는 회화와 자연스레 생성된듯한 세라믹작품을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Becoming-10c25_40x40x40cm_ceramic_2010

 

 

캔버스에 그려진 선은 묵직한 붓으로 순간적으로 지나간 듯,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힘찬 기운과 생동감이 느껴지고 붓의 흔적은 흐르는듯한 움직임과 동시에 그 자리에 남아있는 정적이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있어서 작가는 명상을 하듯 정신을 집중하고, 오랜 시간 동안 에너지를 충족시킨 뒤 쏟아내듯 우주와 자아가 일체가 되어 순간적으로 힘을 이끌어 붓을 움직인다. 그렇게 그려진 붓의 흔적은 작가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언어이며, 행적이고 사유이라 할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오리나 집으로 보이는 형상은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잔재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작가의 의지로 그린 그의 personality가 묻어나오는 유일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중반 그의 초기 회화작품은 거칠고 강렬한 색감과 물결무늬를 연상시키는 굵은 선을 반복적으로 그린 추상회화로 시작하였다. 그러다 90년대 초반에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그 위에 사슴이나 배와 같은 형상을 그림으로써 존재-소멸-흔적의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로 갈수록 화면에 가득 칠해졌던 캔버스에는 점차 여백이 많아지고 획이 가지는 아우라는 더욱 깊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가 좀 더 함축된 표현을 통해 보다 넓은 의미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듯하다.

 

비록 작가는 현대미술을 하는 서양화가라 하지만 가장 동양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을 한다. 그의 선은 마치 옛 명필가의 획과 같으며 간결한 선으로 그려진 형태와 조화를 이루어 서양화인 동시에 화선지에 묵으로 그린 한편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동양적인 성격은 동양적인 산수화처럼 시간을 가지고 보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즉 그림을 보는 사람이 한 부분을 보고 또 다른 부분을 보면서 작품 속에 들어가 시상을 느끼고 참여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화가가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린 그 과정을 느끼며 채색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들어나는 형상과 붓의 터치 등의 예상치 못한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주관을 강조하기보다는 보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연상을 유도하고 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완성시키는 그러한 통로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전통 산수화에서 변화무쌍하고 거대한 자연을 도저히 한눈에 볼 수 없으므로 그림 속에 들어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다시 점을 통해 감상하는 구성과 거의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김영나. ArtVivan. 1996-

 

 

Becoming-10c26_35x40x35cm_ceramic_2010

 

 

회화와 같이 그의 조각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조각은 의도한 형태가 아닌 그저 던져진 물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던져진 흙은 그 자체로 존재가 된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가 회화에서 붓으로 획을 그어내듯 작가는 흙덩어리를 던지고 그에게서 떨어진 흙은 공간을 날아 바닥으로 낙하하며 자연스레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전에도 브론즈, 석고, 화강암과 같이 다양한 재료로 조각을 만들었던 작가는 한층 자연에 가까운 흙을 이용하였다. 도자기 흙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진 후의 단단한 특성과 거칠거나 반짝이는 표면으로 나온 작품은 마치 자연 속에서 형성되어진 암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굳이 어떤 형상을 만들려 하지 않는 그의 조각들은 완성된 형태를 통해 암시적이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구축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조각작품이 '어떻게 경험되는가' 하는 점이다. 회화는 2차원적 평면으로 존재하는 반면 조각은 기본적으로 3차원적 물체로서 존재한다. 물체로서의 조각작품은 언제나 자신이 3차원적의 공간 속에 실재하는 것임을 당당히 과시한다.

-김성희. '이강소(마로니에북스)'. 2011.-

 

작가는 자신의 생각만을 표현하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하여 끊임없이 사유하며, 보는 이가 작품과 소통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강소(1943-)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 파리비엔날레 (1975), 상파울루 비엔날레(1977)에 출품, 영국 테이트 미술관 단체전, 경주선재미술관 개인전(2003), 대구미술관 어미홀(2011), 갤러리현대(2009), PKM (2011) 등 다수의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였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한국), 호암미술관(현 리움미술관), 금호미술관, The International Museum of 20th Century Arts & Cultural Center(미국) 등에 소장되어 있다.

 

 

 

 

 

vol.20120608-이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