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e Bourgeois 展

 

PERSONAGES

 

FORET (NIGHT GARDEN)_92.1x47x36.8cm_Bronze, with brown and black patina and white paint_1953

 

 

국제 갤러리 3관

 

2012. 5. 23(수) ▶ 2012. 6. 29(금)

Opening : 2012. 5. 23(수) PM 5:00~7:00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59-1 | 02-733-8449

 

www.kukjegallery.com

 

 

PEAUX DE LAPINS, CHIFFONS FERRAILLES A VENDRE_251.5x304.8x403.9cm_

Steel, stainless steel, marble, wood, fabric and plexiglass_2006

 

 

국제갤러리는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PERSONAGES>를 개최한다. 2002년 국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이후 다섯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0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국내에서는 처음 마련된 자리이다. 전 생애 동안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해왔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업세계는 조각에서부터 드로잉, 설치, 손바느질 작업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규정짓기 힘든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부르주아의 초기 작업세계를 조명하며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에 작업했던, 모호하게 의인화된 조각 작품인 ‘PERSONAGES’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부르주아는 이 연작에서 그녀의 예술적 노력이 진정으로 성숙하게 표현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실제 이 작품들을 통해 그녀가 조각가로서 자리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PERSONAGES’ 연작을 대표하는 14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또한 부르주아의 가장 잘 알려진 설치작품 중 하나인 ‘밀실(Cell)’ 연작 중 1점도 함께 전시하여 감상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그녀의 오랜 작업 여정 가운데에서도 초기작들을 함께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 루이스 부르주아 작업의 특성을 다시 한번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Untitled_144.8x30.5x30.5cm_Painted Bronze and Stainless Steel_1954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1911-2010)는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와 뉴욕에 거주하며 기존의 어떤 양식이나 범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은, 독자적인 특성과 자유의지를 반영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작가의 입지 또한 7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시대적 주류 경향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부르주아의 작업태도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PERSONAGES>의 사전적 의미는 ‘저명인사’라는 뜻이면서 루이스 부르주아가 1945년에서 1955년 사이에 작업했던 수직적으로 추상화된 인물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1945년 12점의 페인팅으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4년만인 1949년 뉴욕의 페리도 갤러리(Peridot Gallery)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들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첫 조각작품 전시라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등신대의 조각이면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가늘어지고 단순화 된 외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 추상적인 작품들은 1938년 남편과 함께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주하였던 부르주아가 프랑스에 두고 온 그녀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르주아는 당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젊은 작가로서 느끼는 두려움과 공허함을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들을 불러내어 그 공간을 채우려고 하였다.

 

‘PERSONAGES’ 작품들은 형식상 크게 두 양식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단순하고 명료한 형태가 주를 이루었던 초기 조각들과 1950년 이후, 구조적으로 복합성을 띄기 시작한 작품이 그것인데, 한 덩어리를 깎아내어 조각을 했던 초기 작업 방식은 반복되는 모듈 형식을 축적시켜나가는 것으로 변화되어 다이내믹한 운동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부르주아는 작품을 의도적으로 바닥에 내려놓아 전시하였는데, 당시 조각을 좌대 위에 얹혀진 단순한 심미적 명상의 대상으로서 다루는 관행에서 탈피하여, 관람자와 같은 공간에 작품을 배치시켜 둘 사이의 소통을 유도했다. 관람자들은 인간의 신체 모습을 연상시키며 홀로 서 있는 가늘고 긴 조각 주위를 걸으며 조각의 물질적 현존뿐만 아니라 그 조각과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개별적인 각각의 조각들이 공간과 직접적인 관계 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Untitled_167.6x30.5x30.5cm_Bronze, painted

white and blue, and stainless steel_1947-49

 

 

부르주아는 당대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초현실주의와 무의식, 원시주의, 실존주의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있었다. <PERSONAGES>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다양한 이론들이 복합적인 형태로 영향을 주었음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주체와 물리적, 사회적 환경과의 공유 영역을 탐구하는 실존주의에 대한 관심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개별적으로 혹은 무리지어있는 작품 <PERSONAGES>를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 정체성, 고립, 욕망의 구조와 같은 문제를 타인과 연결 지어 사회적 영역 속에 두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부르주아의 대표적 설치 작품인 ‘밀실(Cell)’ 연작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연작은 작가의 작업 속에서 반복되는 모티브인 ‘가족’과 ‘집’이라는 주제를 인체 파편과 발견된 오브제를 결합하여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밀실은 보호와 억압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지니고 있는 집의 이중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중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Peaux de Lapins, Chiffons Ferrailles A Vendre>(2006)은 그 제목을 부르주아가 기억하는 어렸을 적 거리의 행상인들이 불렀던 민요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작품은 마치 세포와 같은 쇠 그물망 안에 여성이나 남성의 생식기와 같은 형태의 오브제들이 매달려 있거나 바닥에 놓여있는데 어느 것이나 형태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게 보여진다.

 

1911년 파리에서 태어난 루이스 부르주아는 수학의 예측가능하고 확고한 체계에 끌려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대수학과 기하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곧 수학적 관념이 불변의 진리가 아니며 이론적 구조일 뿐임을 깨닫고 예술의 세계로 들어서기로 결심한다. 부르주아는 에꼴 데 보자르(Ecole des Beaux Arts)와 에꼴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몽마르트 및 몽파르나스에 있는 화가들의 스튜디오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 시절에 그녀를 가르쳤던 여러 화가들 중에서도 특히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는 부르주아에게 삼차원에 대한 관념을 심어주어 훗날 조각가가 되는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Untitled_141x55.2x30.5cm_Painted Bronze and stainless steel_1954

 

 

 

 

■ Louise Bourgeois

 

1938년 미국인 미술사학자인 로버트 골드워터(Robert Goldwater)와 결혼하여 뉴욕으로 이주한 부르주아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유입된 유럽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으며 추상과 유기적 형태의 조합으로 구성된 작업 활동을 시작한다. 작업초기 판화가와 회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부르주아는 1945년 뉴욕 버싸 쉐퍼 갤러리(Bertha Schaefer Gallery)에서의 첫 개인전 <Paintings by Louise Bourgeois>을 갖는다. 이후 1940년대 말부터 기하학의 영향이 엿보이는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하였으며, 1949년 뉴욕의 페리도 갤러리에서 열린 <Louise Bourgeois, Recent Work 1947-1949: Seventeen Standing Figures in Wood> 전을 통해 조각가로 데뷔한다. 그의 조각은 재료의 다양성과 주제의 과감 성이 강조된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에는 급속하게 부상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더욱 강렬하고 파격적인 인상을 띠게 되었다.

 

1970년대 말부터 새롭게 주목 받기 시작한 루이스 부르주아는 1982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회고전을 계기로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로 미국과 유럽, 남미와 일본 등지에서 수 차례 회고전을 가졌으며,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였다. 부르주아의 작품은 현재 뉴욕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주요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부르주아는 2010년 향년 9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vol.20120523-Louise Bourgeo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