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한 師弟同行 展

 

한진만 김명규 김재애 김정희 박병춘 박서령 박종갑 봉은영

안성구 안진의 양홍수 윤희정 이용석 임진성 전숙인 홍지윤

 

 

 

한원미술관

 

2012. 5. 18(금) ▶ 2012. 6. 15(금)

Opening 2012. 5. 25(금) Pm 6.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49-12 | T.02-588-5642

 

www.미술관.org

 

 

한진만作_金剛頌_135x180cm_한지에 수묵담채_2007

 

 

오래된 동행(同行) : 그 맑고 향기로운 만남

 

 長江 박옥생,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미술평론

1. 우리 그림과 한진만 교수

한원미술관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한진만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선생님과 15인의 제자들의 돈독한 정(情)을 기리기 위한 전시를 마련하였다. 김명규, 김재애, 김정희, 박병춘, 박서령, 박종갑, 봉은영, 안성구, 안진의, 양홍수, 윤희정, 이용석, 임진성, 전숙인, 홍지윤 이 15명의 제자들은 한진만 교수가 1988년 홍대에 부임하고 만난 처음 제자들인 셈이다.

한국현대사 가운데 1980년대는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군사독재정권을 향한 민주화의 염원이 불길처럼 피어올랐던 1980년의 5.18이 있었고, 1987년 6월 항쟁은 군사독재의 종식과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민중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맞이한 1988년의 서울올림픽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자유, 민주, 평화에 관한 희망과 염원으로 세계인이 주목하는 가운데 개최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헤쳐 나가야 할 한국현대화 과정에서 겪었던 비합리적인 노동문제와 사회곳곳에 뿌리 깊게 내린 부정·부패, 분단국가가 안고 가야 할 국가적, 국제적 문제들은 산재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경제성장으로 급속하게 변화된 환경과 활발한 국제교류에 의해 변화된 사고체계의 변화는 진정한 우리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자기반성과, 그 의미에 관한 정체성에 심도 깊은 숙고와 성찰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를 포함한 사회 발전의 과정에서 속도가 아닌 전통과 역사에 관한 사회적인 재고와 진지한 성찰이 대두되고 있었다.

 

 

 

김명규作_스티브잡스_91x72cm_광목위에 아크릴_2012

김재애作_한국Ⅱ(자아)_90x72.7cm_한지, 혼합재료, 유리공예품, 태우기, 긁기_2011

 

 

“팔팔한 師弟同行展”은 이러한 급변하는 시기를 스승과 제자로서, 대학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고 고민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성장한 민중의 의식으로 분출하는 노동, 자유, 억압, 자본, 분배, 통일과 같은 문제들에 첨예한 사회의 대립과 기대감이 혼재된 시대속에서, 그 시대의 고민을 함께하는 창작인이자 지성인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술계에 있어서 이들의 만남은 정신성을 강조하는 단색조 회화에 고무된 수묵 운동이 진행되고 있던 때이다. 묵의 정신성을 재확인하고 민화와 같은 전통 채색화의 가치를 조명, 종이와 먹을 넘어서는 다양한 재료가 가진 물성(物性)에 관한 고찰과 확장이라는 새롭고 다각적인 전통회화가 실험되던 시기였다.

한진만 교수는 한국현대수묵화의 발전에 있어 전통의 계승과 변모, 내용과 기법의 모색에 남다른 행보를 보여준 작가이다. 특히 그는 새로운 한국성을 찾기 위해 일었던 수묵화 운동을 통하여, 수묵 속에 내재된 정신성을 통하여 겸제 정선의 실경산수의 새로운 해석과 조형의 방법적 모색을 보여주었다. 그는 현실의 세계를 먹의 정신성과 철학성으로 변환시키며 생명력으로 요동치는 새로운 우리 산수화의 경지를 열어주었다.

 

 

 

김정희作_학과 돼지_135×100cm_캔버스에 흙과 채색_2012

박병춘作_욕지도를 날다_125x192cm_한지에 먹_2011

 

 

그가 그려온 사생을 통한 산천은 필의 시작점을 눌러 짧게 그은 선묘와 점들의 이합집산의 변주들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필의 예민한 움직임으로 탄생한 선들은 우리 민족의 뼈속(骨) 깊이 내재된 작지만 대담하고,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아리랑의 곡조 같은 우리네 성정을 닮아 있다. 그의 필법은 산천 골짜기의 숨기고 드러남, 바람이 머물다 지나간 물의 손짓과 대지와 호흡하는 보이지 않는 기운들을 가시화한다. 이는 성긴 듯 옹골찬 그의 필법이 이룩한 결과인데, 능숙한 필묵의 흔적들에서 대상의 숨겨진 본질이 단순하고 명료하게 드러난다. 그 속에서 탄생된 본질은 우주와 교감하는 오래된 우리 땅의 가치인 것이며, 민족을 잉태하고 자라나게 한 질박함 속에서 피워낸 우리 삶을 주관한 신성한 힘이다. 그리고 그것은 춤을 추는 듯 유기적이고 기운차며, 숭고하다. 이는 오롯하게 고립되고 함몰된 정신의 승화된 과정에서 경험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가시적 형상이며, 우주의 심성이 형체로 전이된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계이기도 하다. 즉, 이는 동양사상의 핵심을 들추어내는 것으로, 숭고한 자연에 관한 성찰이며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 본성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인 것이다. 그 물음은 그가 보여주었던 우리 산천의 <금강산 시리즈>나 <영산(靈山)>에 이어 <히말라야 시리즈>로 이어지는 모습을 통하여, 그의 관심이 천변만화하는 우주의 실체를 함축하고 있는 대상을 포착하고 그 본성을 드러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박서령作_山水鄕Ⅳ 12(Landscape the originⅣ)_12_91x91cm_india ink oil on canvas_2012

박종갑作_붉은 돌_각40cmx50cm_한지위에 수묵채색_2011

 

 

사실, 근자에 변화된 작품들에서 <<장자>> 천하(天下)편에서 말하고 있는 至大無外와 至小無內의 세계관이 간취된다. 지대무외는 무한대의 우주의 본성을 가리키고, 지소무내는 무한소의 우주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필(筆) 하나에 지대무외의 우주의 실체를 담아내고, 유기적으로 호흡하고 생동하는 산수를 통해 무한대로 확장하거나 무한소로 작아지는 변화무쌍한 살아있는 우주의 실체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묵법을 통해 교감하는 우주와 그 속의 자연, 자연과 인간의 관계 항에 관한 그 본질의 성찰은 새로운 한국적 수묵산수화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봉은영作_원(願)+망(望)천위에 분채_80x116.5cm_2012

안성구作_新몽유도원도_110x45mm_한지에 수묵담채_2012

 

 

2. 만남의 길에서 피워낸 꽃

사실 한진만 교수가 고민하는 필의 운용 그리고 그것을 통한 한국적 수묵화의 정체성의 발현은 제자들에게도 계승되고 있다. 어쩌면 80년대 일었던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테제에서 우리 그림의 정체성에 관한 대안적 모색으로의 전개는 스승이 제자에게 보여주었던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15인의 제자들은 동양화의 테두리에서 스승에게서 이어지는 진경산수화의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1990년대를 20, 30대를 지내오는 과정에서 일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인한 실험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축적된 안료의 우연성에서 연출되는 색의 변주와 형상을 주목하는 김명규, 유리와 한지의 만남과 태우기를 보여주는 김재애, 지두화의 임진성은 재료와 기법의 실험적 모색을 구현하고 있다. 장식적인 구상과 추상들 속에서 빚어지는, 모순되는 세계의 조형과 오방색에 주목하는 김정희, 천연재료를 통한 꽃의 미학적 변주를 연구하는 안진의, 한지의 재료적 감성을 극대화시킨 윤희정 이들은 전통재료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 있다. 안성구와 전숙인, 양홍수는 담담한 내면세계를 실제 가시화된 형상에 이입(移入)하고 있으며, 박병춘은 우리 땅의 형상을 구현하고 조망하는 현대감성을 녹여낸 실경산수화를 보여주고 있다. 박서령, 이용석. 박종갑은 내면의 풍경을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풍경으로 대체하고 있다. 봉은영은 한국전통의 이미지들을 도안화시키고 있으며, 홍지윤은 시작(詩作)을 통해 문학으로 승화된 심상(心象)들을 민화의 조형성에 대입하여 동시대미술로서 가시화한다.

 

 

안진의作_Code L1201_Mixed media on Korean paper

양홍수作_숲(2011)_50×70cm_수묵채색_2011

 

 

이들이 보여주는 종이, 먹, 채색에 관한 전통의 이해와 고민, 동양화론이 담고 있는 형사(形似)를 뛰어넘는 사의(寫意)의 표출, 겸재 정선이 구현한 실경산수의 동시대적 모색, 우리 민화 속에 내재된 매력적인 조형성의 해석과 계승은 한국 현대미술이 봉착하고 있는 우리 것에 관한 의미와 모색의 당당한 발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들 弟子들의 섬세한 작품내용과 화가로서의 역량 등, 미술계 안과 밖에서 이룩한 성과는 한국현대 미술계에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이들 하나하나의 뛰어난 성과들을 논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들이 일구어낸 삶 속의 예술을 통하여 스승 한진만 교수와 제자의 관계가 남다른 깊은 애정과 사랑으로 관계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선생은 스승이전에 외로운 화가의 길을 가는 인생의 선배이자, 우리 그림의 진정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위로하는 제자들의 힘이 되어주는 창작인으로서의 동행(同行)이기도 하다.  

이들의 모습에서 공자와 안회顔回(顔淵)의 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공자의 제자는 수없이 많았지만, 공자는 스승의 가르침에 성실히 임하고 그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는 안회의 모습에 마치 어버이가 자식 사랑하듯 진실히 대하였다. 그리고 안회는 공자를 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아지는 선생님의 뜻을 우뚝한 언덕 같다 여기며, 스승의 높은 가르침에 예(禮)를 다하였다.(論語, 子罕 편)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과 안회의 모범적인 실천은 가르침과 배움의 이상적 덕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팔팔한 師弟同行展”의 의미가 새로운 것은 공자와 안회의 관계를 반추하는 4 반세기를 이어 오며 가르침과 배움에서 피어올린 이들의 맑고 향기로운 만남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진만 교수가 보여주는 우리 민족의 성정을 드러내는 힘차고 역동적이며, 때론 관대하고 여유롭게 드러낸 우리의 혼(魂)과 우주와 자연에 관한 성찰, 15인의 제자들이 펼치는 깊게 사고 된 우리 것에 관한 승화되고 음미된 어법들은 현대 한국화의 계승과 모색의 긍정적이며 모범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겠다. (2012.4)

 

 

윤희정作_飛_70X56cm_한지 혼합재료_2012

이용석作_붉은 정원1112_83X130_한지에 주묵_2011

 

 

임진성作_충돌-易_134x134cm_화선지에 혼합재료, 지두화_2011

전숙인作_만추

 

 

홍지윤作_인생은아름다워(Life is beautiful)_장지에 수묵채색_80×117cm_2008

 

 
 

 

 
 

vol.201205018-팔팔한 師弟同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