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ai Kei 展

 

갤러리 담 기획초대전

 

Landscape in prussian blue-2_38x45.5cm_prussian blue, 호분, 아교, 일본전통지_2012

 

 

갤러리 담

 

2012. 5. 16(수) ▶ 2012. 5. 30(수)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7-1 | 02-738-2745

 

www.gallerydam.com

 

 

Landscape in prussian blue-4_72.7x91cm_prussian blue, 호분, 아교, 일본전통지_2012

 

 

아라이 케이의 작품에 대해서

오카다 타케시(동경대학 대학정보학 교육학 연구과 교수)

 

아주 오랜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야마가타에 있는 쵸카이산에 등반 했을 때, 센죠가하라라는 고층습원에서 날이 저물어서 어쩔 수 없이 야영을 한적이 있다. 반경 수 키로 되는 주변에 단 한 사람도 없이 홀로 보내는 밤에, 별이 가득한 하늘은 나를 덮칠 듯 했고 혼자 하는 여행이기에 마음은 초초해 있었다. 언뜻 산기슭을 바라보니, 어두운 청록의 숲과 그 앞에 좀더 밝게 펼쳐진 갈림길, 키가카타 마을의 불빛이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다. 내 자신을 이입하게 되는 그 등불에서 왠지 모르게 인간의 생애를 느끼며 초초했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는 느낌 이였다.

그때의 풍경은 그 후에 점점 희미해져 갔지만 아라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페르시안 블루로 작업한 작품을 보았을 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번 장기 기억에 저장된 사건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잊혀져 버린 듯 한 것은, 생각을 이끌어낼 실마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실마리를 잃어 버려서 미쳐 끌어내지 못한 기억 속에는 불안한 별 하늘의 표정,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한 날의 애인의 눈동자, 소중한 사람을 먼저 보낸 깊은 밤의 슬픔도 있을 것이다.

아라이 작가의 작품은 사람들의 기억의 저변에 묶여있는 소중한 생각을 꺼내어 다시 한번 빛을 비춰주는 힘이 있다. 페르시안 블루를 사용한 시리즈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보고 온 사람들은 그림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고 이야기 한다. 누이를 엎고 오른 산에서 본 마을의 풍경을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노인, 밤열차의 차창으로 바라봤던 다원풍경을 떠올리는 남성, 자신의 고향의 풍경을 그린 것 이라고 이야기하는 외국인……

아라이 작가는 그러한 관객의 방향을 즐기는 듯 하다. 긴 시간을 들여 100점에 달하는 연작의 작품을 한 점 한 점 보고 왔을 때, 여행을 끝마치고 온 듯 했다고 한 손님이 건 낸 말에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잘 전달되었음에 기뻐했다.

그런데 아라이 작가의 페르시안블루의 시리즈는, 반수처리한 일본전통 종이 위에 발라진 페르시안 블루가 불러일으키는 우발성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물론 우발성 만으로는 작품이 완성되진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번짐 위에 몇 번이고 붓질을 가해, 붓질의 흔적은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은, 하루 아침에 습득된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그가 젊은 적부터 길러온 고도의 회화기술과 긴 시간에 걸쳐 일본화의 범위를 넓히려 시도해왔던 창작활동들, 그리고 인생의 여러 사건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쌓아 올려진 여러 경험들이 숨겨있을 것이다.

아라이 작가의 말에 따르면 35살 경에 창작활동의 목적이 바뀌었다고 한다. 좀 길어지지만, 작가의 말을 인용하겠다.

<지금의 일본화라는 장르 안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모체가 되는 장르와 싸우면서 작업을 해왔는데, 그 시리즈작업을 하면서부터는 보는 관객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은 어떤 존재인지 보는 자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접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거나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보는 사람의 대표가 되어서 보는 사람이 자신의 풍경을 생각할 수 있도록 붓의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붓질을 해나갑니다. 저의 작품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거기에 생겨난 흔적에 보는 사람의 눈을 집중시키면서 풍경을 발견해, 그것이 그 사람의 기억과 결부되어 이미지가 전개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거나,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시간을 거쳐서 많은 아티스트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작품은 만들어 냅니다. 긴 기간에 걸쳐 창작의 격투 후에 아라이 작가의 안에는 새롭고 재미있는 그래서 사람의 인생을 깊이 자극하는 작업을 해나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도, 감상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몰입되어가는 듯, 조금은 신비한 감각을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중년에 접어든 한 작가의 작업과의 만남을 많은 사람들이 맛보길 바란다.

 

 

 

 

■ 아라이 케이

 

1967  일본출생 | 1990  츠쿠바대학 졸업 | 1992  츠쿠바대학대학원 석사과정졸업 | 2000  동경예술대학대학원 석사과정졸업 | 2004  동경예술대학대학원 박사과정졸업 | 2003~  동경예술대학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동경예술대학 보존수복일본화의 준교수 | 일본내의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

 

 

 

vol.20120516-Arai K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