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展

 

경계에 서서(On the edge)

 

On the edge_341x200x200cm_섬유, 공기주입모터_2011

 

 

갤러리 온

 

 2012. 5. 1(화) ▶ 2012. 5. 12(토)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www.galleryon.co.kr

 

 

힘내요! 미스터 리_40x50x46cm_섬유 및 복합재료_2012

 

 

‘코끼리 연작’ 시작 단계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코끼리를 작가자신과 동일시하는 과정을 거쳐 내부갈등을 표출하는 수단으로서 조각,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조형적 언어로 풀어가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작업의 진행 과정 중 그 의미는 내부에서 외부로 점점 확장되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거대한 풍선코끼리로 그려내면서 정주하는 듯 보이나 그렇지 못한, 혹은 현실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상황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게 된다. 특히, 이번 ‘갤러리 온’에서의 전시는 봉제인형 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거대하게 확대하여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반대로 축소하여,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형태의 봉제인형이 된다는 것은 다중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은 더욱 친근한 소재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도 있을 것이며, 동시에 더욱 풍자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코끼리는 그들만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서 조직적인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과 매우 유사한 사회구조를 가진 동물이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코끼리들은 거의 무리에서 이탈한 채 혼자 있다. 코끼리가 무리에서 빠져 나와 자유와 고독을 즐기는 것은 죽음을 담보로 한 일탈이다. 사회에 적응하며 인습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과 그것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현대인의 혼란스러운 상황, 개인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여기에 담는다.

 

 

Flying Elephant_50x24x75cm_섬유 및 복합재료_2012

 

 

작품평론

2011월 12월 ‘A Trunk 전’, Gong Art Space 전시서문에서 발췌

이문정(조형예술학 박사)

 

정치, 경제, 과학, 철학, 문화, 예술 등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에게 정신적.물질적 풍요와 자유를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향유하기 위해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들을 충실히 수행하며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energy)를 소모한다. 희생하면 할수록 더 큰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과 환상은 슈퍼맨(superman), 슈퍼우먼(superwoman)이 되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약속된 이상향(理想鄕)에 가까워질수록 공허만이 가득하며 종국에는 무의미한 소모와 욕망의 쳇바퀴만 반복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방향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정윤의 드로잉 속 코끼리들이 목적지도 모른 채 힘든 여정을 지속하는 것처럼 표류(漂流)한다. 엉덩이에 슈퍼맨의 마크(mark)가 새겨진 채 울고 있거나 화장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코끼리들은 영화 속의 영웅처럼 되기를 강요 받는 슬프고 지친 길을 잃은 범인(凡人)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정윤은 이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화 형식을 선택했다. 구두를 신은 코끼리의 모습은 관객에게 유쾌함과 익살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그 낯선 조합은 설레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첫인상 때문에 이정윤의 작품은 애니메이션(animation)이나 동화를 차용한 팝 아트(pop art)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친근한 이솝 우화(Aesop's Fables)가 인간의 삶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예리한 칼날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이정윤의 작품은 삶의 갈피를 찾지 못하고 우주미아(宇宙迷兒)처럼 부유(浮遊)하는 현대인의 아픈 현실을 들춰낸다.

이정윤에게 구두는 우화 형식을 강조하고 현대인들의 힘든 여정을 극대화시키는 중요한 소품이다. 무거운 동물을 대표하는 코끼리가 구두의 얇은 굽에 의지해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모습은 사회 속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인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구두-신발-은 인간의 가장 미천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발을 가려주는 것이자 타인과 함께 하는 공적(公的) 공간에서의 필수품이다. 특히 작가가 선택한 옥스퍼드 슈즈(oxford shoes)와 하이힐(high-heeled shoes)은 격식을 차린 복장에 어울리는 것이다. 마치 유니폼(uniform)을 입은 듯, 같은 구두를 신고 같은 방향을 향하는 코끼리 무리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훈육(訓育)되고 통제되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投影)한다. 한편 코끼리의 몸에 비해 지나치게 작고 불편해 보이는 구두는 전족(纏足)을 연상시킨다. 선천적인 몸의 형태를 고의적으로 변형시키는 전족은 규율과 전통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폭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이힐은 결코 매력적이거나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폭력적이고 가학적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즐겨 신는 하이힐은 전족과 자주 비교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편함과 통증을 유발하고 발의 형태가 변하며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둘의 공통된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미의 기준과 유행, 문화 규범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고통을 감수한다. 이처럼 작가는 코끼리와 구두의 조합을 통해 사회가 옳다고 정해 놓은 길을 가고 사회가 좋은 것이라 말하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외면에서부터 내면까지 사회적 틀에 끼워 맞추는 현대인의 초상을 보여준다. ……….(중략)

 

 

On the edge_80x100x100cm_섬유, 솜_2011

 

 

하늘을 나는 코끼리와 땅 위를 이동하는 코끼리는 각각 노마디즘과 노마디즘을 가장한 이주(移住)를 보여준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사람들은 이동이 쉬워졌고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에 걸맞게 전(全) 지구의 곳곳을 누비고 돌아다닌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엄밀히 말해 현대인들의 이동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유목이 아니라 사회의 틀과 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르는 껍질뿐인 유목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이주민(移住民)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하다. 노마디즘이 의미하는 이동은 단순히 장소와 공간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사유(思惟)의 자유로운 이동이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진정한 유목민(遊牧民)은 국가로 대표되는 억압적인 코드(code)가 인간의 삶을 일정한 방식으로 고정시키고 구속하는 것을 허물 수 있도록 새로운 삶을 제시하는 존재이다. 또한 스스로를 탈영토화(脫領土化)시켜 질서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의무와 권리를 강요하는 권력으로부터 이탈한다. 홀로 활공 비행하는 코끼리가 그렇듯 유목민은 자발적으로 무리에서 이탈하여 자유를 누리는 고독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임을 확인한다.

이정윤은 해피 엔딩(happy ending)이 기대되는 순간에 그것을 신으면 한 걸음도 이동할 수 없는 브론즈 구두를 꺼내놓는다. 또 한 번의 반전을 시도하는 것이다. 코끼리의 이탈을 위해 사용한 도구가 언젠가는 다시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낙하산이라는 데에서 이미 반전은 예고되어 있었다. 또한 코끼리 풍선은 작은 구멍으로도 바람이 빠져 추락할 수 있으며 작은 충격에도 터져서 사라질 수 있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중 반전은 현대인이 꿈꾸는 노마디즘의 행로를 원점으로 되돌려놓는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자유와 이탈을 꿈꿔도 사회의 코드들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설령 시도한다고 해도 그것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화의 마지막에는 늘 신중한 지혜를 담은 경고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정윤의 우화가 만들어내는 반전 놀이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와 인습에 적응하여 살아간다는 것과 그것들로부터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우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우리는 어느새 자기 자신에 대해,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어진 통찰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해우소 解憂所_200x200cm_공간내 설치, 섬유, 공기주입모터 및 복합재료_2011

 

 

Limited Edition_14x18x22cm_섬유 및 복합재료_2012

 

 

 

 

■ 이정윤 LEE, JUNG-YOON 李姃潤

 

2011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박사과정 재학 | 2007  M.F.A.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조소전공 졸업 | 2004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부 조소전공 졸업

 

현재  | 동아대, 중앙대 출강

 

SOLO EXHIBITION  | 2011  A TRUNK, 공아트스페이스, 서울 | 2009  Sad Elephant, 맥화랑, 부산 | 2008  Hi! Heels Project, 공화랑, 서울 | 2006  Hi! Heels Project 2006, Pratt Institute, 뉴욕

 

GROUP EXHIBITION  | 2011  부산 국제바다미술제, 송도, 부산 | 2011  한국현대조각초대전, 춘천 MBC, 춘천 | 2011  맥화랑 소품전, 맥화랑, 부산 | 2011  크라운 해태 야외조각전, 송림공원, 부산 | 2011  효림전, 부산대학교 아트센터, 부산 | 2011  제 1회 선양 에코 힐링 국제 설치미술제, 계족산 휴양림, 대전 | 2011  중앙대학교 교강사전, Space 1984, 안성 | 2010  크라운 해태 야외조각전, 송추아트밸리, 경기 | 2010  한국현대조각초대전, 춘천 MBC, 춘천 | 2010  사사로운 일상, 갤러리 ON, 서울 | 2010  맥화랑 소품전, 맥화랑, 부산 | 2010  중앙대학교 교강사전, DMC 갤러리, 서울 | 2009  신라대학교 교강사전, 부산시청 갤러리, 부산 | 2009  뉴욕메트로픽쳐 드로잉엽서전, 메트로픽쳐 갤러리, 뉴욕 | 2008  창원아시아미술제, 성산아트홀, 창원 | 2008  이정윤, 정갑진 모녀전, 부산시청 갤러리, 부산 | 2007  인체의 새로운 해석, 캐나다 영사관 갤러리, 토론토 | 2007  뉴욕, 캐나다 작가연합전, Lennox 갤러리, 토론토 | 2007  BAG 소품공모 당선작전, Artist Gym, 뉴욕 | 2007  제 21회 NJ 아트센터 국제공모 당선작전, NJ Visual Art Center, 뉴져지 | 2006  Perceptions, 포크론 스튜디오, 뉴욕 | 2005  Progressive 3인전, Paula Barr Chelsea, 뉴욕 | 2005  Underneath MCcaig-welles 갤러리 선정작가전, MCcaig-welles, 뉴욕 외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 참가

 

ART FAIRS  | 2012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 2011  Any art at Paradise,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 2011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하얏트호텔, 서울 | 2011  SCOPE Art Fair, Pier 40, 뉴욕 | 2010  Busan International Art Fair, BEXCO, 부산)

 

AWARDS  | 2011  춘천 MBC 현대조각대전 권진규 특별상 | 2011  부산 국제 바다미술제 우수상 | 2011  크라운 해태 과자입체조형공모전 대상

 

 

 

vol.20120501-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