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대 展

 

낙원

 

낙원_20x40inch_c-print_2006

 

 

갤러리 온

 

2012. 3. 2(금) ▶ 2012. 3. 8(목)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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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늦은 봄, 서울시는 도심의 녹지 축사업을 위해 ‘세운상가’ 철거를 발표하였다. 작가가 이곳을 찾았을 때,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던 그 기상은 어느새 전설이 되어있었다.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다’라는 미명아래 1968년에 건립된 세운상가는 서울의 현대화를 상징하는 척도였다. 종묘에서 필동으로 이어지는 8개의 거대한 구조물은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 당대 세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세운상가의 옛터는 소개공지대(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공습에 의한 화재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둔 공간)로 ‘종삼’이라 불리던 사창가와 도시빈민들의 거주지가 밀집한 구역이었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졌던 당시의 서울시장은 무법지대였던 이곳을 철거하고 대규모의 상업시설건립을 계획하였다. 소개공지대를 중심으로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들을 밀어내고 우뚝 선 세운상가는 이들이 치른 희생의 대가라고 하기에, 너무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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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시의 발표는 세운상가의 운명을 더욱더 위태롭게 만들었다. 오래 전, 한차례 불었던 도시개발 사업은 상층부에 거주했던 사회저명인사들을 강남으로 떠나 보냈고 하층부의 종합전자상가마저도 용산이라는 더 큰 시장에 내어주었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세운상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작가의 카메라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그가 누른 셔터는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세운상가의 서글픈 추억을 붙잡으려는 사진가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마지막을 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어느새 파리의 뒷골목을 헤매던 으젠느 앗제(Eugene Atget, 1857-1927)와 마주한다. 19세기 오스만(Georges E. Haussmann, 1809-1891)남작은 파리를 유럽의 수도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도시계획과 정비를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파리의 도시풍경은 급속히 변하였고 ‘앗제’는 이를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앗제’의 눈이 그랬듯, 작가의 카메라도 사라질게 될 무엇인가 앞에서 늘 멈춰 섰다. 그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사실만을 전하는 냉정한 목격자와 같았다.

작가의 사진이 미학적 접근을 배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 속에는 언젠가 소멸될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수세과정의 착오로 변색된 ‘앗제’의 갈색 톤 사진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작가의 사진 속 흐린 날씨와 사람의 부재는 이와 유사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작가의 사진은 기록적 가치를 인정받는 다큐멘터리 사진형식을 통해서 보는 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진 본래의 의미로 작가의 도시풍경 사진은 이에 가장 근접한 면모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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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낙 원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만든 구조물들 또한 시간의 풍화 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70년대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상 복합 건물인 세운 상가의 현재 모습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서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개발 독재의 기념비와 같았던 건물은 이제 지나버린 영광의 나날을 추억하는 한 노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음울한 연극 무대를 떠오르게 하는 건물의 분위기는 앗제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파리의 구시가의 모습과 흡사하다.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주로 세운 상가, 낙원 상가, 동대문 운동장, 자유 센터와 같은 6,70년대 세워진 장소를 찾아 작업하였는데 그 이유는 2000년대를 넘어 가며 그 장소들이 지어질 때, 우리가 가졌던 여러 가지 신념 체계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건축물들의 퇴락은 곧 그 시대를 지탱했던 믿음들 또한 사라져 가며 새로운 가치에 의해 그 자리를 내어 주는 것 같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반공을 외치는 자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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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20302-전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