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호 사진 展

 

[얼음꽃_ Ice Flowers]

 

Ice Flowers30-2_100x66cm_Digital M Print_2012

 

 

갤러리 나우

 

2012. 2. 22(수) ▶ 2012. 2. 28(화)

Opening : 2012. 2. 22(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3F | 02-725-2930

 

www.gallery-now.com

 

 

Ice Flowers30-3_100x66cm_Digital M Print_2012

 

 

재맥락화한 ‘얼음꽃’의 존재감

김석원 (시각예술평론/ 미디어아트박사)

 

갇힌 덧입혀진 이중적 앙상블

모더니즘 시기부터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꽃은 가장 고전적인 예술의 주제로서 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그렸다. 중요한 것은 고전적인 주제와 함께 오늘날까지 식상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꽃을 예술가들이 아직도 많이 애용한다는 점이다. 꽃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예를 들면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의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영예의 상징으로서 꽃을 타인에게 주기도 하며, 인생에서 가장 활기찬 시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꽃을 자연적인 상태로 눈을 돌려보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는 빙화(氷花)의 경우 해발이 높은 산에 갔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며, ‘얼음꽃’은 반드시 추워야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손길이 섬세하게 얼었다 다시 녹였다를 반복하다가 자연스럽게 생성하는 것이 얼음꽃 인 것이다. 김필호의 ‘얼음꽃’은 소재주의를 벗어나서 꽃의 이미지가 지닌 전통적 의미를 통해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그렇다고 자연적인 모습의 전통적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김필호의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소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얼음꽃’은 복잡한 과정을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다. 그의 ‘얼음꽃’은 앞서 언급한 자연에서 발생한 ‘얼음꽃’이 만들어지는 과정인 얼고 녹는 것이 반복해서 하나의 결과물이 생기는 것처럼, 작가는 실내에 있는 꽃을 성에라는 간접적인 매개체를 통해서 ‘얼음꽃’을 제작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꽃의 조형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생경함이다. 그의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되면 성에가 낀 유리창을 찍은 후에 꽃을 따로 찍어서 합성했거나 아니면 꽃과 성에를 이중 촬영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는 이 사진을 완성하기 위해서 기술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마친 후에 완성하는데, 이중촬영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스트레이트 하게 촬영한다.

필자가 김필호의 사진이 ‘합성사진’ 혹은 ‘이중촬영’ 한 것으로 생각했던 이유는 스트레이트 한 방법으로 찍기에는 상당히 고난도의 테크닉이 요구되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성에와 꽃이 지나치게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대상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원래 꽃이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는 다른 낯선 아름다움을 선사하기에 그렇다. 작품에 등장하는 ‘얼음꽃’은 인공조화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자연현장에서 촬영하지 않고 실내의 꽃을 성에와 함께 촬영해서 인공조화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작가가 촬영한 사진은 ‘인공 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실제 꽃을 촬영한 것인데 생경한 꽃은 현실의 꽃보다 드라마틱한 감성을 유발한다.

 

 

Ice Flowers30-5_100x66cm_Digital M Print_2012

 

 

김필호가 ‘얼음꽃’ 사진을 찍는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갔다. 우선 성에가 생길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은 유리온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이 필요하다. 실외 온도는 최소 영하 7도 이하가 돼야 하고 실내와 실외 온도차이가 많이 날수록 유리하며 실내에는 적당한 습도가 필요하다. 또한, 실내온도와 내부 습도, 그리고 실외의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 등에 따라서 성에 모양이 달라진다. 성에는 아무리 추워도 새벽이 돼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작가는 촬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촬영방법은 카메라는 온실 밖에 위치를 설정하고 ‘대상/꽃’은 온실 안에 있는 다음 성에가 생긴 유리면에 가능한 한 가깝게 1cm 안에 위치시킨다. 반대로 카메라가 온실 안쪽에 위치한다고 가정한다면 ‘대상/꽃’은 온실 밖에 위치시킬 수 있다. 빛의 각도는 대부분 사광을 사용하였고, 렌즈의 조리개 값은 많이 조여서 사진의 선명도를 높였다. 또한, 배경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서 간혹 온실 내부에 가습기를 사용해서 안개를 연출하기도 했다. 성에 모양을 만드는 방법은 작가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에 오후부터 새벽 1시경에 얼어붙은 유리면을 따듯한 물로 녹였다가 얼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새벽이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성에의 모양은 자연이 선사하는 선물이다.

김필호의 작업과정에서 유심히 살펴볼 것은 앞서 언급처럼 카메라를 온실 밖에 위치시키고 ‘꽃’은 온실 안에 놓은 상태에서 성에가 생긴 유리면에 가깝게 1cm 안에 있는 다음 촬영했다는 점이다. 작가의 의도가 ‘꽃’의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 ‘꽃’을 근접거리에서 촬영했는데, 이런 방법은 ‘꽃’의 외연을 샅샅이 살펴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숨겨진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망원렌즈나 혹은 접사를 통해서 ‘꽃’을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김필호가 선택한 방법은 ‘꽃’과 ‘렌즈’ 사이에서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고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디지털카메라의 즉각적인 피드백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방법론은 작가의 개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관찰력을 극대화 시키고 집중도를 높이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작업에서 주제의식과 함께 특정 ‘대상/꽃’에 대한 이해와 교감의 결과물이다. 아울러 그 같은 교감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도 작가의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김필호의 근작에서 드러나는 배경의 역할은 상상한 자연풍경이면서 동시에 인간과 자연과 얼음꽃이 뒤섞인 혼합된 사유가 엿보인다. 이것은 꽃의 정형화 된 이미지를 자유롭게 해체하는데 사진 속에서 자연적인 리듬을 통한 확장된 시각을 제시한다. 이런 이미지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 어떤 세계를 펼쳐 놓은 듯하며, 자연의 모습과 교감하면서 내부에 깃들어진 정신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풍경은 상상적인 자연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교감하다 남겨진 이미지이다.

세부적으로는 성에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섬세하고 유연한 선들의 율동과 순간적인 감성을 통한 시각의 전환을 보여준다. 기존의 작가들이 꽃을 표현하는 방법이 고정적이고 견고하게 사물을 기록했다면, 김필호에게 있어서 꽃은 더 이상 부동의 것으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들게 한다. 그것은 성에의 우연적인 효과와 작가가 인위적으로 계산된 프로세스와 결합하여 가변적인 모습의 순간을 포착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이질적인 요소의 융합 속에서 분명한 것이 사라져가는 불확실성 속에 처한 세상에서 작가의 감성을 통해 그 의미를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작가의 주변 환경에서 재맥락화한 ‘얼음꽃’은 갇힌 덧입혀진 이중적 존재감, 이중적 앙상블이다. ‘얼음꽃’을 시각적 언어로 바꾸어서 표현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 채움과 비움, 갇히면서 덧입혀진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우리는 김필호의 작업에서 작가가 신비스런 꽃과 대화하고 상상했던 그 모든 상황을 조용히 관조하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Ice Flowers40-1_80x120cm_Digital M Print_2012

 

 

작가노트

얼 음 꽃 Ice flowers

 

성에 낀 溫室 유리창 속으로 보이는 꽃 한 송이는 神秘롭고 幻想的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보여주었다. 形容할 수 없는 2차원의 형상은 곧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피사체임에 틀림없다.

 

얼핏 보기에는 不安定하고 不規則的으로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秩序와 規則으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 마치 카오스이론과도 흡사하다.

 

嚴冬 酷寒일수록 더 잘 피는 성에! 그리고 그 뒤에 어른거리며 보여주는 溫室 속에 핀 꽃 한 송이는 極限狀況에서도 生存하며 以內 자기 몫을 다하는 우리의 人生을 代辨하고 있지 않은가..

 

겨울에 피는 아름다운 꽃과 嚴冬雪寒 忍苦의 時間 속에 自然이 만들어주는 성에 꽃은 生의 몫을 다 하기 위해 기다린 忍苦의 時間에 비해 그 生이 너무나 짧으면서 다시는 같은 뜻을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마치 우리네 人生과도 같음을……

 

오늘밤도 나만의 세상을 꿈꾸며 설레는 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행여 꿈 에본 幻像이 現實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無言의 對話를 통해 인생의 또 다른 삶을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본다.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준 선물 앞에서 혼신을 다해 나를 표현해본다

그 속에 나의 희망과 미래가 담겨져 있음을…

또한, 자연의 섭리에 늘 고마움과 경이로움에 머리 숙여 감사한다...……

2012년 김 필 호

 

 

Ice Flowers40-4_120x80cm_Digital M Print_2012

 

 

 

 

■ 김 필 호(Kim Pil-Ho)

 

2012  얼음꽃(Ice Flowers), 갤러리 나우 | 2011  LA38주년 기념 LA국제 미술대전, LA 한국 교육관 전시장 | KASF 2011 코리아 아트 썸머 페스티벌, SETEC" | 서울 오픈 아트 페어, COEX | 자연의 소리 Voice of Nature - Le Salon Exhibition, Gallery  Sinsang

 

한국사진 작가협회 회원

 

 

 

vol.20120222-김필호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