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미술관 기획 사진전

 

“Two ways of telling:

 이야기의 두 가지 방식” 展

 

김석범, 유종연, 조원규, 최진근, 최환익

 

 

 

한원미술관

 

2012. 1. 28(토) ▶ 2012. 2. 15(수)

오프닝 | 2012. 1. 28(토) 오후 4시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49-12 | T.02-588-5642

 

www.미술관.org

 

 

 김석범作_(빛)침투-Airport_A2_Pigment_2011

조원규作_Yummy_420X594mm_Pigment print Prague_2011

유종연作_일상의 도심 속 풍경 II (스위스 쥐리히)_297×420mm_pigment ink_2011

 

 

“Two ways of telling:

                               이야기의 두 가지 방식” 展 에 부쳐

 

 

 

예술은 삶을 모방한다.(Platon)

한원미술관은 미술관 전시의 대중성과 전시 작가의 폭을 넓히는 취지에서 사회의 일꾼으로 당당히 입지를 다진 대중들의 전시를 기획하였다. 미술문화의 대중화와 미술인구의 확대, 미디어와 같은 첨단 예술의 발전과 확장은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 동안 미술관은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의 가치를 제고하여, 그 의미를 추출해내는 과정 속에서 현대미술의 현상들을 재정립시키는 역할이 주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미술인으로서의 교육 과정을 거치고 필드를 겨냥한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견고한 빗장을 열고 창작인으로서의 열망과 환호하는 미술문화에로의 소리를 경청하는, 대중의 삶속으로 시선을 넓히고 확장된 감각기관으로서 미술관으로의 변모를 시도 하였다.

“Two ways of telling: 이야기의 두 가지 방식” 展은 이러한 새로운 역할모델로서, 인간의 구체적 삶과 내용에 시선을 맞춘 변모된 미술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김석범, 유종연, 조원규, 최진근, 최환익 이들 5인은 40대 후반의 사회인들로서, 삶의 현장에서 가정과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미술문화의 저변층이다. 이들은 미술을 동경하고 또는 참여하고자 하는 창작에로의 희구를 삶과 예술, 현실과 이상이라는 양 갈래의 상황 속에서 사진이라는 필터링을 통해 가시화 하고 있다. 이야기는 이들의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 삶의 이야기들과 세상이 내게로 다가오는 미적체험의 순간으로서 예술로 향한 이야기를 말한다. 이들의 작품에는 현실과 꿈을 아우르는, 긴장감 속에 피어올린 진지한 사유의 흔적들이 담겨있다. 그 속에는 20,30대를 거쳐 오면서 경험한 세계의 단상들과 현재 삶의 방식들이 지층과도 같이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이 발견된다. 그 현실들은 가려지거나 예술로서 드러남에 따라, 승화된 예술의 농도 짙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 플라톤(Platon)은 “예술은 삶을 모방한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예술보다 삶이 우선함을 표현한 말이다. 따라서 삶의 향기가 배어있는 대중 속에 내려앉은 예술의 증언들은 현대인의 고민하는 자아와 변모하는 세계로의 사유를 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최환익作_Kyongnam_840x840mm_Pigment print_2005

최진근作_무서운_A3~A2 or A2_Pigment Print_2003

 

 

5人이 전하는 노에마(noema)의 증언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은 카메라의 기계적 장치에 의해 산출된 빛의 자국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기계적 빛의 자국에는 찍힌 대상과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의 표정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지각활동에 관계된 사물의 본질을 훗설(Edmund Husserl) 은 “노에마(noema: 지각된 내용)”라 부르고 있다. 사실, 이 노에마는 사진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언어로서 작용하게 된다. 사진에 있어서의 노에마는 사진이 증언하고 있는  “그것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지각내용을 말한다. 따라서 이는 지각대상이면서 의식의 대상이며, 순간적으로 포착된 세계로서 개인적이면서 경험적인, 통찰된 순수한 본질인 것이다.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5인의 증언으로서 사진의 세계에는 노에마와 그를 둘러싼 “노에시스(noesis: 의식 활동)”의 흔적들이 삶의 작은 단편에서부터 범우주적인 시선의 포착에 이르기까지 넓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김석범作_그림자유희1_297x420mm_Pigment Ink_2011

 

 

김석범의 사진에는 건물과 자연 그리고 그 세부세계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드러난다. 건축물, 공간, 그림자 이들 모두는 하나의 사유하는 개별적인 존재들로 변모된다. 건물은 긴 음영을 드리우고, 빛이 스며든 공간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듯 유기적인 생명체로 깨어난다. 물은 자연을 반영하고, 건물 외벽이나 담장에 반영된 대상물은 비로소 스스로의 존재론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자, 반영, 물은 모두 비추는 기능으로서, 사물을 들여다보고 구체화 시키는 생명의 현상으로 변환되는 ‘거울’로서 작용하고 있다. 거울은 자아가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로써, 존재론적인 자아의 정체성에 관한 사유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흔적들 사이에는 물의 몽상과도 같은 시인이 던지는 조용한 어조의 독백이 흐른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빛은 존재를 인식시키고 사물의 실존적 본질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석범은 몽상가가 꿈꾸는 미적관조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유종연作_일상의 도심 속 풍경 III (일본 미드타운)_420×594mm_pigment ink_2011

 

 

유종연의 사진은 도심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일상 풍경들을 보여준다. 홀로 존재할 수 없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풍경은 호기심어린 관찰이나 때로는 참여의 시선으로 기록된다. 그의 사진에는 배경과 인물과 그 인물을 둘러싼 주위의 사물이 어떠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이 포착된다. 그 유기적인 관계는 인물 주위로 흐르는 인간 삶의 감정들이 사물의 표면에 오래도록 달라붙은 따스한 분위기들의 교류인 것이다. 이는 사진가의 무의식적이며 선험적인, 인간의 온기와 교류에 관한 각인된 경험에서 포착된 “몸이 포착한 풍경이며 세계”라 말할 수 있다. 이는 메를로 퐁티(Merleau Ponty)가 말하는 “우리 몸의 행위가 겉으로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것일지라도, 실존적인 상황 속에서 의미와 지향점을 표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유종연의 인물풍경은 도심 속 인물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의 축적된 삶의 경험들이 드러나고 확장되고 증폭된, 개별적 삶의 문맥(context) 속에 존재하는 상황들임을 알게 된다. 이는 슬픔, 고통과 같은 삶의 구체성을 담보한 행복이며 따스함인 것이다.

 

 

조원규作_Encounter_420X594mm_Pigment print Istanbul_2009

 

 

조원규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익명인들의 모습들을 담아낸다. 그의 색감이 선명한 사진에는 이국의 건물, 의상, 제스츄어와 같은 특정지역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시각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하늘과 바람과 대지와 물은 문명을 만들어 내고, 우주의 숨결이 지나가는 풍경들 사이로 오래된 문명 속에 내재한 인간의 삶이 포착된다. 인물들이 빚어내는 특유의 행위들에서 이미지 속에 내포된 상징적 의미들에 관해 사유하게 된다. 또한 내가 가보지 않은 다른 삶에 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들이 살아 온 삶에 관한 스토리의 언저리를 배회하게 된다. 사실, 이 과정에서 가슴을 찌르는 자상(刺傷)과 같은 사적이고 탈 코드화된 푼크툼(Punctum)을 경험하게 된다. 푼크툼은 감상자의 시선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고 선명해지는 것으로 롤랑 바르트가 말한 독창적인 언어인데, 조원규가 우연히 포착한 화면에서 유년기, 고향, 그리움과 같은 잃어버린 것에 관한 진한 향수가 배어나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진근作_아주 먼 시간_483x320mm_Pigment Ink_2011

 

 

최진근의 사진에는 서사적인 우주의 표정이 담겨있다. 그는 여러 장의 사진을 겹치는 효과를 이용한 이미지 Stacking이나 인공의 조명을 투사하는 Light painting과 같은, 사진이 담을 수 있는 기술적인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사실, 그의 빛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는 인간의 기원적인 생명이나 우주의 신비, 자연의 아름다움과 같은 범신화적인 화면이 탄생되고 있다. 망원을 통해 담아낸 우주의 별 먼지,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의 빛이 닿아 마치 몽환과도 같이 빚어지는 자연의 세계에는 신이 주신 기쁨의 순간이나 해탈의 순간에 맞이하는 니르바나(nirvana)와 같은 종교적인 정신의 승화된 경지가 내재되어 있다. 작가는 “나의 몸은 우주의 흔적이 스며있다. 내가 없어진 다음에도 나의 흔적들은 우주로 돌아간다. 우주와 나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말하듯이, 나와 우주, 찰나(刹那, 毘婆沙論, 卷 136)와 영원과 같은 물리적이고 수직적인 세계에서 순환적이고 유기적인 세계로 나아가는 숭고한 사유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최환익作_Newport Beach_740x260mm_Pigment print_2008

 

 

최환익은 발견된 사물의 세계, 의미의 세계를 담담히 그려낸다. 그의 작품에는 시간의 흔적들이 물결로, 바람으로, 오래된 유적의 풍경으로 섬세하고 부드럽게 녹아 있다. 그의 화면은 이질적인 두 가지 세계의 접합임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 생명과 인공, 사람과 사물처럼 대척점에 위치한 대상들은 그의 화면에서 어색한 만남을 시도 하게 된다. 이들의 만남은 부자연스럽고 황량하기까지 해서 우리의 감상의 시간을 늦추고 있다. 이는 곧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법은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에서 볼 수 있었던 “낯설게 하기”와 같은 것으로, 공간은 시간을 침해하고 시간은 공간을 배회하여 코드화된 인식의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 낯선 세계의 조우(遭遇)는 나와 타자(他者)와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그 경계면에서 나의 정체성을 깨닫고, 권위적이고 고착화된 상징계(the Symbolic)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나르시스(Narcissus)와 같은 자기애의 확인을 시도하게 된다. 그 곳에서 나를 닮은, 흔들리는 또 다른 나를 보게 되는 것이다. (2012.1)  

長江 박옥생, 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최환익 | 서울대학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 前) 삼보컴퓨터 이사 | 現) CK & Company 대표

 

유종연 | 서울대학교 | 미국 아이오와대학 기계공학과 석사 | 前)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 근무 | 現) Bain & Company Seoul Office 파트너

 

조원규 | 서울대학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석·박사 | 前) 오피니티(Opinity Inc.) 대표 | 現) Google Korea 사장/ R&D 총괄

 

최진근 | 서강대학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석사 | 前) Airdast Inc. | 現) 아라기술

 

김석범 | 성균관대학교 | 연세대학교 석사 | University of Florida MBA | 前) 도이치뱅크 | 現) 효성

 
 

vol.20120128-한원미술관 기획 사진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