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옥 작품展

 

조선화랑 40주년 기획 「현대작가 정신을 탐구하는 시리즈」

 

 

 

조선화랑

 

2011. 12. 16 (금) ▶ 2012. 2. 15 (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 코엑스 컨벤션센터 2층 110호 | T. 02-6000-5880~1

 

www.chosunartgallery.com

 

 

 

 

조선화랑은 이번 40주년 행사로서 현대작가 정신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동안 이 전시는 작고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다루어 왔으나 이번에는 생존 작가의 창작의욕을 붇돋아 주기위하여 10여년간 조선화랑과 더불어 열정적인 활동을 해 온 화가 김춘옥 작품전으로서 기획했다.

김춘옥은 30여년간의 전통적인 수묵기법의 작업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고뇌하며, 연구를 거듭하여 왔으며, 국제화에 대비한 새로운 창작을 고민하고 수년간의 실험적인 과정을 거쳐서 2002년 조선화랑 전시에서 새로운 혁신적인 작업으로 전시를 하게 된 이래 조선화랑과 10여년의 세월동안 서로가 신뢰하는 작가와 화랑의 관계를 유지 해 오고 있다.

 

 

 

 

김춘옥의 혁신적 방법

 

오 광 수 (국립 현대미술관 관장/미술평론가 2001. 9. )

한국화의 주재료는 종이 위에 시술되는 수묵과 채색이다. 서양화가 캔버스 위에 유채 안료를 구사하는 방법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질료적 차이를 두고 동양의  예술을 정적지향으로, 서양의 예술을 동적지향의 것으로 대비시켜왔다. 같은 평면적인 조건임에도, 서양화가 훨씬 물질적 수단이 많이 가미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화는 더욱 평면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특징은 전통적인 회화가 수묵과 채색이라는 일정한 물질적 수단을 매개로 하면서도 물질을 뛰어넘는 투명한 정신성을 희구해왔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 한국화가 처한 고민도 이같은 전통적 관념으로서 정신적 내면세계와 물질 자체에 목적의식을 훨씬 많이 부여하는 현대적 미의식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끊임없는 갈등과 이를 극복하려는 여러 방법적 모색이 전개되어질 수밖에 없다. 캔버스에 아크릴 같은 서양적 매재를 원용하고 있는 경우도 전통적 소재관념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한국화와 서양화라는 장르의 개념 자체가 무의미함을 강조하는 경향도 팽배해 있다. 모든 미술의 경계영역이 타파되어 가는데  유독 한국화만이 그 정체성을 고집하는 것도 무언가 시대착오적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세계화, 국제화되어갈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고는 세계화, 국제화가 어느 일면적 세력에 의해 전개되는 또다른 문화적 식민화의 양상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세계화, 국제화는 먼저 한국화라는 바탕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국면에서 , 오늘날 한국화 영역에서 발견되는 몇몇 의식 있는 작가들의 자기정체성 추구에 대한 노력은 높이 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김춘옥도 이와 같은 의식의 작가들 연대에 포함된다. 그는 지금까지 전통적 수묵채색화에서 출발하면서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해내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전통을 존중하면서 그것을 현대적 방법으로 재구성해내는 작업은 또 하나의 혁신적 작업에 값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투명한 정신적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그것을 더욱 세련된 방법으로 재창조해내는 작업은 전통의 올바른 해석과 연면한 계승의 방법론으로 높이 평가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최근 작업은 이같은 그의 지속적인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으면서도 훨씬 혁신적인 차원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차적으로 그의 작업은 한국화의 평면성에 대한 관념을 불식시키는데서 많은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종이를 다섯 겹 정도로 발라 올려(배접) 두께를 만든 후, 이 위에다 수묵과 부분적으로 채색을 가미하는데서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 여러 겹으로 발라 올려진 종이는 그 나름의 단층을 이루면서 위에서 가해진 수묵과 채색을 적절히 흡수하게 된다. 아래층으로 진행될수록 수묵과 채색의 스며듦은 차단되어지고 가장 아래편의 바탕은 흰 소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표면에서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안료의 농담을 구체적인 작품의 표현으로 수렴해 들이는 것이 전체적인 그의 작업의 내역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진한 표면에서 점차 진행될수록 엷어져가다가 종내는 순수한 소지로 남아나는 단층을 이용해서 표현의 변화적 진폭을 가늠해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라 올려진 종이를 걷어내는 작업이 되겠는데, 종이나 이물질을 화면에 발라 올리는 꼴라쥬나 앗상블라쥬의 역방법은 그의 독자적 창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렇게 종이의 단면을 걷어내는 작업은 표면에서부터점차 진행될수록 부분적으로는 한 겹을 걷어내기도 하고, 또 부분적으로는 두 겹, 세 겹을 걷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부분 부분으로 걷어낸 화면은 표면에 미묘한 요철 현상을 일으키면서 넓이와 깊이의 구조적인 단면을 역력히 드러내게 된다. 부분적으로 뜯어내면 줄기가 되고 다시 한 겹 뜯어내서는 잎사귀부분을 만들고, 가장 아래층의 소지에 이르러서는 흰 소지를 꽃봉오리나 활짝 핀 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화면에 이미지를 그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뜯어내면서 이미지를 구조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다.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구조화해 가는 작업이다. 포지티브한 방법이 아니라 네가티브한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에서는 사실적인 묘출보다 다분히 암시적이고 추상적인 구현이 전면화된다. 안료를 쌓아올려 가는 방식에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깊이의 아름다움이 생겨나게 된다. 안으로 깊어지는  자욱한 맛은 어떤 방법으로도 쉽게 획득될 수 없는 그 독창적 방법이 실현해 낸 아름다움이다.

이렇게 해서 구현된 대상은 마치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보는 것이나, 엷은 커튼을 통해 안의 장면을 바라보는 것 같은 은은한 모습이다. 거기 분명 모란이 피어나기도 하고 목련의 청초한 모습이 걷잡히면서도 설명을 벗어난 존재로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붓꽃이 있고 매화가 있다. 줄기와 잎사귀의 변화 있는 식물의 모습도 확인하지만 꿈꾸는 듯 한 풍경 속에 잠겨 있어 환상이 언제나 실체를 앞질러 다가온다. 그것은 완성되었다기보다 생성되어 가는 저 은밀한 생명의 과정을 구현해내는데 불가피한 방법으로 보이며 그러기에 더욱 함축적이요, 시적이다. 그러면서도 자칫 만든다는 작업은 공예적 수단의 개입이나 방법에의 함몰이 가져올 정체가 염려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가면서 더욱 구조적인 층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추구해 갈 것인가가 그의 앞으로의 과제로 보인다.

 

 

 

 

 
 

■ 김춘옥

 

1946 대구출생 |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세종대 대학원 졸업 |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심사위원장 | 한국 여성작가회 회장, 고문 | 한국 전업미술가 협회 이사장, 고문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운영위원 역임

 

개인전  | 2011-1981 34회 (선화랑 초대전, 조선화랑 초대전, 갤러리 우덕 초대전, 필립 강 갤러리 등)

단체전  | 현대미술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등 550여회 출품

국제전  | 퀠른, 뉴욕, 북경, 상해, 쮸리히 아트페어 시카고 아트페어, KIAF 등 40여회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 예술의전당 | 세종문화회관 | 아트뱅크 | 주 이란대사관 | 주 뉴욕한국문화원 | 베르린 한국문화원 | 서울시티타워 | 문화관광부 | 서울행정법원 | 인천국제CC | 대한투자신탁 | 한국마사회 | 가톨릭대학교 도서관(서울) 송파구청 등

 

현재  | 사)한국미술협회 수석부이사장 |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장 | 한국화 여성작가회 고문 | 인하대학교 겸임교수 | 서울예술대학 외래교수

 

 
 

vol.20111216-김춘옥 작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