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展

 

백일간의 돼지꿈

 

꿈꾸는 침대_148x148cm_Acrylic on canvas_2011

 

 

돼지 문화원

 

2011. 12. 2 (금) ▶ 2012. 3. 10 (토)

Opening : 2011. 12. 2 (금) AM 11:00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338-19번지 | T. 033-732-7092

 

 

아무도 모르게 익어가는 달빛_148x148cm_Acrylic on canvas_2011

 

 

욕망이 잉태한 휴머니티

 

박 현 경

 

속옷만 입은 뚱뚱한 여인, 와인을 들고 셀프카메라를 찍는 돼지,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기는돼지, 화면안의 그들을 웃음거리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넌센스 가득한 임성희의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그러나 그 웃음 에는`돼지주제에`라는 자기 우월에 빠진 시선이 내제되어 있는 것을 부인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상생활이건 상상의세계이건, 작가가 의도했을 풍자적 감정은, 이렇듯 타인을 향한 비아냥이나 비웃음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실컷 비웃고 난 다음 슬그머니 찾아오는 씁쓸함이 있다. 행복한 순간이나 풍족한 삶을 자랑 이라도 하듯 셀프카메라에 담아 옵셜 사이트에 흘려보내는 우리들, 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구색을 맞추기 급급한 우리들의 모습, 임성희는 이런 지루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의 일상에 돼지를 대입하여 현실을 해학적으로 승화 시키고 있다. 작품에서 연출된 아이러니컬한 일상의 장면은,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장치가 되어, 자아를 잃어버린 불특정 다수일 뿐 인 우리를 들킨 것 같은 적나라함을 보여준다. 돼지를 향 인간들의 시선은 결국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시선이고 우리들을 비춰내는 거울일 뿐 임을 눈치 챘을때 시선의 반전이 일어난다.

 

작품안에 돼지들은, 그들을 보고 비웃는 우리들을 오히려 비웃고 있는 듯하다. 타인을 향한비웃음은 결국 웃음거리의 대상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우리는 서로를 비웃고 또 웃음거리가 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중적 풍자의 기법을 응용해, 보는 이를 끌여들임으로, 작품과 관객의 사이에 중첩적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고 있다. 임성희의 작품은 맥락 없는 모티브들을 구체적이고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모티브들이 상징적으로 쓰여 질 경우, 작가가 의도하는 ‘상상이 주는 재미의 폭’을, 과연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는 의문 이지만, 감정이나 정보를 관객과 함께 공유 할 수는 있을것 이다. 모티브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적 이미지들의 연쇄 운동은, 관객을 직접 참여 시키는 것이, 굳이 라이브 체험 형 예술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회화를 통해보여 주고 있다.

 

 

청춘의 민낯_148x148cm_Acrylic on canvas_2011

 

 

작품에서 보여 지는 일정거리를 두고 위치한 작은 텐트는, 접촉을 잃어버린 현대사회의 하나의 반영이다. 풀장은 텐트와는 다르게 하나의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일견서로 조화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관계도없어 보인다. 배경의 칼라풀한 색감과 대비되는 모노톤의 차갑고 무덤덤한 인간관계의 표현은, 군중속의 고독이나 개인의 소외가 리얼한,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현실 세계의 그대로를 방관하듯 조용히, 그렇지만 폭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루크레티우스가`대해에서 바람이 파도를 만들 때 육지에서 타인의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은 재미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타인이 곤란에 처해 있는게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은 그런 불행을 겪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각 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총알이 떨어진 자리에 태연하게 물을 주고 있는 돼지나 ,새장에 갇혀있는 돼지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속옷차림의 뚱뚱한 여자나, 그리고 그 여자의 머리에 겨누어진 또 하나의 총자루. 이런 넌센스한 상황들을 보며 우리들은 웃을 수 있다. 왜냐하면 겨누어진 총구는 나를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안전한가, 타인보다 불행 하지않은가 확인 되었을 때, 진정한 행복이 동반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들은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형태로든 잔혹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절박한 현실에 대해 작가는 방관적시선 으로만 참여하고 있는 듯 하기도하다. 하지만 그것또한 현실이고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제시를 통해 접촉이나 상호 작용을 향한 되물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고도를 경험한 나라중의 하나로써, 아직까지도`빈부의차=계급의차`를 절실히 느낄 수 있 철저한 물질문명 사회이기도 하다. 쇼핑 카트 안에 대량생산된 물건처럼 쌓아진 돼지나, 축 늘어져 생기가 없는 돼지, 와인을 마시며 누워있는 돼지, 해드폰을 끼고 콜라를 마시는 돼지들의 군상은 쇼핑시대, 즉 소비시대에 살고 있는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빨간 망또를 두르거나, 손오공이나 베트맨등의 의상을 걸친 돼지들은, 히어로를 연상 시키는 복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목표를 잃어버린 채 쇼핑카트 안에 몸을 내 맏겨 버렸다. 이러한 형상은 아직도 성장 과도기에 위치한 대한민국이란 배경에서 어쩌면 필연적으로 다루어 질 수밖에 없 문제점 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작가는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 부조리한 인간의 암울한 현실을, 그녀만의 독특한 유머를 통한 전달 양식을 통해 `포지티브`로 전환해 간다. 그녀의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웃음을 선사하고, 단절되고 썩은 세상을 향해 건배를 청하는 여유마저 보여 주는 듯 하다. 작가가 지닌 이러한 요소에는 한국인 특유의 해학적 기질이 내재되어 있다. 계급사회를 살던 우리조상들은 가면극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킴으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잃지 않았다. 현실에 대한 통렬한 풍자는,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이기도 하다. 임성희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상상으로의 도피가 아닌 미래 지향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인 후 에야 가능해 진다.

 

 

진화된 수요일_112x145.5cm_Acrylic on canvas_2011

 

 

섬에 고립되어 있지만 유유히 섬 밖의 세상을 관찰하는 돼지에겐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쇼핑카트에 가득히 담긴 식물은 아직 푸르름을 잃지 않았고, 변기(샘)을 둘러싼 잎사귀들은 통통하고 신선하다. 거짓말 같은 푸르름을 지닌 식물들은 고갈 되어가는 자연에 대한작가의 모성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현대미술은 대중의 구미에 무작정 맞추거나, 과거를 부정하고 점점 쇼킹한 것, 새로운 것, 충격적인 것만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욕망에 의해, 예술의 다용성에 대응해 왔다. 또 그런 것들이 당연함 안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임성희는 동,사물의 의인화라는 어쩌면 너무도 진부한 표현양식을 이용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채워질 수 없는 욕망으로 그득한 세상을 바라보며, 능청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사는 법을 제시함으로써, 가장 중요 한 게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갖아 보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작가의`아날로그 지향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치밀한 구성력과 계산되어 배치된 모티브들…. 그녀의 그림에는 군더더기 하나 없다. 또한 저속하지도, 과하지도, 폭력적이지도 않다. 이런 점이 현대미술이 갖고 있는 난해함이나 저항감을 감소시켜, 일반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작가는 작품과 일정거리를 유지 하는 것으로, 퍼스널 스페이스가 커져 버린 현대 사회의 표현을 의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다채로운감정들이전개되는이사회에서,우리가예술에거는기대는그런것뿐만이아닐것이다. 어쨌든, 임성희는, 그동안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돼지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근년의 회화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임성희를 기억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면 그녀의 돼지 그림의 한계 효용에 대한 우려의시선도 적지 않다. 돼지는 의학적으로도 그 구조가 놀랄 정도로 인간과 흡사 하다고 한다. 물론 그러한 이유에서 그녀가 돼지 모티브를 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풍자의식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써 돼지를 선택한 것 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느냐’ 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취한 현실과 상상의 영역, 자아와 타자 사이를 왕복하는 작품을 통해 21세기에 직면한 우리들의 문제의식을 파헤치고 되물음을 하고 있다. 초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한 작품들은 개인을 뛰어넘고 현실과 상상 의 보더라인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야_120x215cm_Acrylic on canvas_2011

 

 

보여도 안 보이는 척 들려도 안 들리는 척 말하고 싶어도 입을 다물고 마는 사회적, 인간적 관계를 향해 조용히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임성희는 영리한 여자다. 그녀는 어떤 방법으로 돌을 던져야 긴 파장을 일으켜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를 잘 아는 작가이고, 여러 가지 서랍을 가진 위트한 작가이다. 그녀의 서랍은 아직 다 열리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과 상상의 축적을 통해 하나둘 열리어 갈 것이다.

이제 막 엄마가 되려고 하는 임성희, 생명의 탄생이라는 체험을 거치고 리얼리티를 지니게 될 그녀의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 되어갈지, 또한 작품을 통해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그 첫걸음 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번전시[백일간의 꿈]은 관조적 시선으로 인간의 탐욕과 부조리를 꼬집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달 매개체로써 그녀가 선택한 것은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이아니라, `달`이다. 그녀에게 밤의 칠흙 같은 어둠은 악이나 공포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품은 모태나 자궁안의 따뜻한 어둠 그것이다. 작품『아무도 모르게 익어가는 달빛』,『꿈꾸는 침대』는 인간의 기본적인욕망, 그 에로틱한 이야기에 충실 하면서도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관한 희망적 복선을 그려내고 있다. 모든 생명의 탄생은 어둠을 거쳐야만 한다. 그것은 단지 모든 것이 소멸한 어둠이 아니라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일시적인 어둠일 뿐이다. 달은 수억만년전 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 그 모습을 드러내고 또 변함없이 `내일`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수 없이 되풀이 되는 그 ‘재생의 시간’ 은 우리가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관심을 저버리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산꼭대기 과학자들_97x145.5cm_Acrylic on canvas_2011

 

 

 
 

■ 임성희 (任晟希 | Lim, Sung-Hee)

 

한남대학교 회화과(서양화전공)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11 -백일간의 돼지꿈- (돼지문화원, 원주) | 2010 -영웅을 위한 미장센- (갤러리더케이, 서울) | 2009 -친밀의 유희- (갤러리담, 서울) | 2008 -금지된 장난- (갤러리도스, 서울) | 2005 -자리_꽃이피다- (S'dot 갤러리, 대전) | 2003 -자리_꽃-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단체전  | 2011 | ‘창형소품 기획전’ (모리스 갤러리, 대전) | ‘대전의 기수전’ (오원화랑, 대전) | ‘전-금천 레지던스 교류전’ (우연갤러리, 대전) | ‘신진작가 기획초대전’ (성 갤러리, 대전) | 'INTRO' (우연갤러리, 대전) | ‘NEXT CODE' 청년작가 지원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 ‘Good Morning art starting’ (한전아트센터, 서울/갤러리 성, 대전) | 2010 | ‘미술 속 동물 여행’ (이랜드갤러리, 서울) | ‘움직이는 성’ (신주꾸 한국문화원, 도쿄) | ‘방아 찧는 토끼‘ (스페이스 씨, 대전) | ‘I AND ME' (스페이스 씨, 대전) | ‘1plus +하나’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전) | ‘원더우먼’ (한마음아트존, 대전) | ‘기묘한 몽상’ (갤러리 조우, 계룡) | ‘구겨진 욕망’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전) | ‘대전의 기수’전 (오원화랑, 대전) | ‘New-starting’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전) | ‘대전 화랑미술제’ (대전갤러리, 대전) | '그림TREE' (시청갤러리, 대전) | 2009 | ‘KOREA TOMORROW 2009‘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서울) | ‘Wonderful Pictures’ (일민미술관, 서울) | ‘animal story’ (갤러리리하, 대전) | ‘광화문 상상전’ (광화랑, 서울) | ‘Enjoy with the camic art' (갤러리 H, 서울) | ‘상상하는 뚜왈렛’ (갤러리 로얄, 서울) | ‘그림 속 작은 행복’ (롯대화랑, 대전) | '그림TREE'전 (갤러리 거산, 대전) | ‘neo search' (갤러리 사비, 대전) | ‘하하미술관’전 (금산갤러리, 헤이리) | 2008 | '笑笑SoSo 웃으면 돼요!?' 기획전 (어울림 미술관, 고양) | H2O축제-대전시민과 함께하는 미술축제 (시립미술관, 대전) | 국제예술센터 중.한 미술교류 초대전 (DA SHANZI ART CENTER, 북경) | 대전 화랑미술제 (갤러리 성, 대전) | 서울 국제 현대미술 축제 (코엑스 장보고홀, 서울) | 그룹 연합 소품전 (롯대화랑, 대전) | ‘신예작가 삶의 부활전’ (갤러리 오픈스페이스,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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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1202-임성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