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展

 

질서에 관한 어법-형식의 재구성

 

난초_46x65cm_침핀&아크릴칼라_2011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2011. 11. 24 (목) ▶ 2011. 11. 28 (월)

Opening : 2011. 11. 24 (목) PM 6:00

광주시 동구 금남로 2가 7-1(2F)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구 동구청) | T. 062-222-8053

 

 

질서에관한어법_162x112cm_침핀&아크릴칼라_2011

 

 

미적 질서의 현대적 재구성

 

김병헌 (미학,미술사학박사)

일찍이 플라톤(Platon, BC 423/424년경-BC 348/347년경)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價値, value)를 세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진(眞, truth)과 선(善, goodness) 그리고 미(美, beauty)가 그것이다. 그리고 김재성 작가 역시 이 세 가지 가치 중 하나인 미를 자신의 예술적인 실천 속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질서’는 내 작업의 근원이며 그것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이자 진정한 정신적 미”라고 해석하는데,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서술을 위해 필자는 미에 대한 여러 이론들 가운데서 찾아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미라는 개념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과정을 통하여 변화해왔으며 따라서 단 하나의 정의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란 질서다’라는 김재성 작가의 생각을 미의 역사에 따라서 거슬러 올라가보면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긴 시간 동안 유지된 개념들 중 하나와 관계가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BC575년경-BC495년경)와 그 학파에 따르면,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우주(宇宙)는 ‘수적인 질서와 조화의 상태’를 이룬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우주를 코스모스(kosmos)라 불렀는데 코스모스는 원뜻은 고대 그리스어로 ‘질서(oder)’를 가리키며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주(cosmos)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들은 또한 미가 이러한 질서·조화에서 성립한다고 보았으며, 이와 같은 생각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에게로 이어진다. 이는 플라톤이 “척도(measure)와 비례(proportion)의 유지는 언제나 아름답다”라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미란 크기(magnitude)와 질서 잡힌 배열(ordered arrangement)에 있다”고 하였던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질서에관한어법-국화_118x80cm_자작나무합판&침핀_2011

 

 

이처럼 김재성 작가의 ‘미란 질서’라는,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 개념은 매우 오래되고 뿌리 깊은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나 현대적이어서 그것과 쉽게 연결시키지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 고대의 가치를 그와 같은 현대적인 방식과 연결하여 새로운 창작의 결과를 낳는 것이야 말로 김재성 작가의 예술적 독창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의 방식과의 비교를 통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미에 대한 고대의 개념을 예술에 대한 적용시킨 사례는 우리가 흔히 고전주의라 부르는 고대 그리스 시기의 작품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BC5세기의 3대 조각가 중 한 사람이자 여러 가지 미적형식법칙들을 확립한 폴리클레이토스(Polykleitos, BC 5세기경)의 ‘창을 든 사람(Doryphoros)’이란 조각 작품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그가 제시한 7등신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인체 비례와 이에 더하여 균형(blance), 그리고 조화(harmony)를 구현하고 있는, 즉 하나의 수적인 질서를 나타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비슷한 예들은 르네상스와 19세기의 신고전주의의 작품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소위 고전주의라 부르는 이와 같은 작품들은 플라톤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적인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관념적 미의 이데아만을 인정한 반면 후자는 그러한 것을 현상에 내재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을 불완전한 것으로 봤다. 그리고 자연의 모방으로서의 예술은 자연 안에 있는 그것의 본질을 모방함으로써 불완전한 자연을 완성시키고 그것의 이상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예술은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의 활동 중 하나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고전주의적 작품들은 우리 앞의 불완전한 자연을 수정∙보완하여 이상화시키고 보다 아름답게 완성시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다시 말하면 그것들은 자연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질서에관한어법-미륵보살반가사유상_117x91cm_침핀&아크릴칼라_2011

 

 

이와 달리 김재성 작가의 작품들은 고전적인 자연주의와는 매우 다른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고전주의의 것처럼 자연에 기대는 것도 아니며 따라서 자연주의적 형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그의 작품들에서의 이미지들 역시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친숙한 것들도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작품들을 각각 하나의 전체로서 볼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의 인물들은 수 없이 많은 가시 같은 핀(pin)들의 규칙적인 배열에서 구성되고 있으며 가까이에서는 전체적인 형상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각각의 핀들은, 생명체의 세포처럼 그리고 물질에서의 원자처럼, 그 자체로 질서의 기초적인 성분이자 작품의 요소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리듬감 있는 반복과 엄격한 규칙성, 핀과 핀 사이의 기하학적 관계와 같은 각 핀들의 상호 어울림은 작품을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조화로운 큰 형상을 만들어내는, 질서를 이루는 개체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은 인물과 같은 구체적인 형상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고행과도 같은 지난한 작업을 수반하는 핀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배열은 사물에 내재된 미적인 질서를 의미하며 그것들이 구성하는 전체적인 형상은 이러한 내적 질서가 발현되는 외적인 현상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고전적 자연주의가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미적 질서의 세계에 대한 기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김재성 작가는 보다 관념적이고 본질적인, 가시적인 것의 배후에 있는 심원한 정신적 세계를 예술적 직관력을 통하여 현대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재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미의 개념과 예술적 상상력에 의한 그 개념의 적절한 육화(embodyment)는 바로 작가 김재성 성과라 할만하다.

 

 

질서에관한어법-예수상_117x91cm_침핀&아크릴칼라_2011

 

 

호랑이_162x112cm_침핀&아크릴칼라_2011

 

 

 
 

■ 김재성 (Kim, Jea-Sung)

 

개인전  | 6회 (서울, 광주, 양평) | 1998 기하학적 공간전 (종로갤러리, 서울) | 2001 면,가치와 분할 (종로갤러리, 서울) | 2002 절제와 연속 (한서갤러리기획전, 서울) | 2002 초대전 (아지오갤러리, 양평) | 2007 질서에 관한어법 청년작가 초대전 (지산갤러리, 광주) | 2008 광주 시립미술관 청년작가 초대전 (라이트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1 |  ‘나는 화가다’ 기획초대전 (무등갤러리, 광주) | 대숲 기행전 (무각사, 광주) | 2010 | 광주아트페어 ‘광주청년작가 초대’전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 제2회 한.중.일 국제미술가전 (후쿠오카 현립미술관, 일본) | 영.호남미술교류전 (메트로갤러리, 광주) | 2009 | ‘강강수원래’ 환경 기획전 (5.18기념문화회관, 광주) | 생명: 문명이 되어 버린나무 (롯데화랑, 광주) | 5.18민중항쟁29주년기념 오월전 (구도청전시실, 광주) | NEWMEDIA전 (자리아트갤러리, 광주) | 2008 | ‘2008’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 ('팔각정' 입주작가) | 한.중.일 국제미술가전 (Narana갤러리, 상해) | 2008 미술창작스튜디오 네트워크展 (봉산커벤션센터, 대구) | '젊은날의 초상 오픈스튜디오전 (팔각정오픈스튜디오, 광주) | 2007 | 이이남&김재성 2인전 (일곡갤러리, 광주) | 6.10항쟁계승기념전 (구도청전시실, 광주) | 수리수리전주 (야외설치전, 전주) | 영.호남교류전 (아시아 문화전당 홍보관, 광주) | 2006 | 네비게이트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 아름다운동행전 (창갤러리, 광주) | 청년작가비엔날레 (문화예술회관, 대구) | 핀치히터전 (구도청전시실, 광주) | 텐트속풍경전 (문화예술회관, 전주) | 2005 | “봄” 영상설치 기획전 (무등예술관, 광주) | 국제 친선 교류전 (주일한국대사관 문화원, 동경) | 2004 | 자아바라보기 기획초대전 (광주시립미술관금남로분관, 광주) | 새로운 만남 새로운제안 기획초대전 (조선대학교미술관, 광주) | 현대미술 영상설치 기획초대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 ‘이제네차례야’ 기획전 (무등예술관, 광주) | 2003 | 남한강 사람들그림이야기전 (맑은물사랑미술관, 양평) | 2002 | 선유도공원개원및선유교개통기념“물” (전한강전시관, 서울) | 현대미술의 새 흐름전 (가이야갤러리, 서울) | 2001 | 세계 물의날 기념 “물”전초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1999 | 밀레니엄아이텐티 (FRONT2000"인터넷 가상공간기획)

 

경력  | 2001 울산대학교 서양화과 강사 | 2002 신라대학교 서양화과 강사 | 2005 동아대학교 서양화과 강사 | 2002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강사 | 2003 진주교육대학교 미술학과 강사 | 2008 YWCA여수여성인력 개발지원센타 전자정보8주 특별강사 | 2008 전남대학교강사역임 | 1999~2001 아지오갤러리 큐레이터 | 2008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작가 | 2009~ 2011 사)광주북구장애인복지회 꿈&밥 예술사업단 단장 | 2010 아트플랫홈 광주레지던스 큐레이터역임 | 2010 광주문화예술신인상수상

 

현재  | 조선대학교 외래강사 | 2011 문화지하철 나눔 레지던스 기획총괄 | 라이브회원 | 담양예술인협회 회원 | 사)광주미협기획위원

 

 
 

vol.20111124-김재성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