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영 展

 

hello?

 

허위영_16(h)×11×24cm_stoneware, glaze_2011

 

 

갤러리 중앙202

 

2011. 11. 23 (수) ▶ 2011. 12. 6 (화)

Opening : 2011. 11. 23 (수) PM 5:00

대구시 중구 봉산동 111 문화거리내 | T. 053-425-0809

 

https://blog.naver.com/gallery202

 

 

허위영_18.5(h)×19.5×27.5cm_stoneware, glaze_2011

 

 

두 손에 들 만한 원통형 도기들이다. 조금씩 앞이 늘어나고 뒤가 튀어나오고 주름이 잡히고, 구멍이 뚫리면서 머리가 되고 눈이 되고 귀가 되고 꼬리가 된다. 종내에는 암수의 음물을 단 뒤태를 보인다. 콧대 없는 콧구멍은 콧방귀 소리가 들릴 것 같고 입은 귀까지 찢어졌는데 앙다문 이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웃는 모습으로 봐 영락없는 사람 형용인데 눈은 있지만, 눈동자가 없고, 때로 여러 개의 눈과 입이 한 얼굴에 있다. 목덜미에 주름을 잡고 이마에 주름을 세우고 두 귀는 쫑긋, 꼬리를 달았지만 앙 버티고 선 꼴이 만만찮은 적의를 보인다. 적의를 넘어 냉소를 보이는 입가의 웃음은 이들의 일관된 표정이다. 냉소는 세속적 삼의 극복할 수 없는 하나의 원죄 아닌가. 짐승에게서 사람 표정을 잡아내거나 사람에게서 짐승 표정을 읽으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말하기 쉽지 않은 정황이 깔렸음을 시사한다. 내놓고 말할 수 없을 때, 입장 표명에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 비유로서 효과적일 때 이런 태도를 띠게 된다. 이들에게서 표정을 읽을 수는 있어도 막상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쉽게 간파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들 짐승이 개인지 돼지인지 원숭이인지 분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별되지 않으니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다른 어떤 것으로 되는 애매모호함이 작품 전체를 이끈다. 보는 동안의 냉소와 해학, 묘사와 창안 사이를 오가며 드는 생각들로 이런 애매모호함과 무관하지 않다. 작은 몸통을 통해 드러나는 수많은 생각들이나 대거리들이 잠재된 것으로서 형태이다. 과잉된 생각이 저절로 비집고 드러나려는 부푼 몸통이다. 부푼 몸통에 주목하면서 의미의 과잉과 형태의 절제 사이에서 긴장을 읽는다. 재미는 그 긴장을 조금 둔화시켜준다. 서술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강하지만 볼륨, 구조, 표정이 어렵지 않게 드러나고 포즈, 구성, 요철, 재질감이 더 빠르게 지각된다.

 

 

허위영_13.5(h)×10.5×17.5cm_terra cotta_2011

 

 

조형작품은 조형성이 우선이다. 그다음 의미가 따라간다. 물론 이것들에 전후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형식미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형식이 형식을 타고 놀기만 할 때 타매되어야 할 것이지만 조형작품에서 형태 혹은 형식은 언제나 작가의 감수성과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의 일차적 반응을 보인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다. 표현된 것으로서 표현하는 자를 보이기 때문이다. 색상은 대체로 검은색, 황토색, 녹슨 청동색으로 드러나지만, 단색의 인상이 짙고 도기라기보다 금속성의 인상이 더 강하다. 테라코타의 황토색이나 녹청색이 고대 유물 같은 인상도 준다. 게다가 작고 다부진 몸짓이나 현실성이 적은 짐승의 표정은 무덤 속 주인을 지키는, 여러 개의 코나 눈, 입이 달린 것으로 옛이야기에나 나올 호신용 짐승을 연상케 한다. 도용(陶俑) 같다는 인상이 그런 것이다. 그 인상은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로, 여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기의 이야기로 적당한 거리를 가진 사물로서 주어진다. 일견 그의 작품은 과거로 퇴행해 간다. 그래서 현실을 읽어내는 품에 여유가 생긴다. 현재라는 시간과 과거라는 시간 차이를 보이면서, 그것은 발굴된 도용 같은 형용으로 고대의 기억과 현재의 의미를 중첩한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드러나고 현재의 다급함은 조금 예각이 무뎌진다. 현실에 대한 직접적 이야기가 아니므로 도용으로서 시간성을 얻어내고 짓궂은 냉소는 현실감을 얻는다. 현재 상황에서 거북하지 않은 것은 그런 시간성 때문이다. 그러나 뒤룩뒤룩 찐 살이 귀염을 받은 애완동물이지만 집안을 지키는 역할로서 악다구니는 지나칠 수 없다.

 

 

허위영_16(h)×14×17.5cm_stoneware, glaze_2011

 

 

허위영의 작품은 언제나 현재에서 거리를 갖는, 현실에서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으려 한다. 그 거리는 오브제의 완결성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이야기를 형태와 색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온전한 형태 속에 가둠으로 자신을 덜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이에게 전가한다. 도기나 토기, 유약, 크기 등의 친숙함이나 스케일이 그렇다. 작은 크기의 작품이 갖는 압박감은 빈틈없는 명료함과 완결성에 있다. 그리고 그에게서 완결 미, 완결성은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하기보다 도리어 공예품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완결보다 과정이 드러나거나 거친 마무리가 주는 재질감이 때로 표정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구, 원통에서 비집고 나오는 사지와 꼬리, 뿔, 왜곡된 몸통, 표정은 불쑥 드러나는 욕망에 다르지 않다. 그것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으로 보이게 한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확보하는 것일까. 의인화의 방법도 거기 연유하는 것 같다. 현실의 긴박함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또는 무관한 듯 소극적인 태도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작품을 허약하게 한다. 자그마한 입방체의 도기들은 유약으로 번들거리기도 하고 무광택으로 담담한 색을 내보이기도 하면서 네 발을 버티고 선 꼴이 영락없는 짐승이다. 입방체 몇 군데를 손봐서 이런 표정을 잡아내는 기량도 만만찮지만 단조로운 변화를 통해 다양한 말을 구사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잘 만져진 형태감과 색상감이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형태나 색상이나 선은 일차적인 조형요소이자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작가적 감수성을 잘 보인다. 그런 감수성이 아니라면 이들 작품은 재미있는 만들기나 재치 있는 솜씨의 소품이거나 얘깃거리를 만드는 것으로 마감될 것들이다. 그만큼 구조라 부를 수 있는 형태가 두드러지고 표정 역시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태보다 표정에 치우쳐 있는, 얼굴에 중점을 둔 접근도 쉬 식상할 수 있다.

 

 

허위영_13(h)×11.5×17.5cm_terra cotta, copper wire_2010

 

 

짐승의 얼굴이라 자유롭기보다 도리어 표정을 드러내기 어렵고, 의인화된 과도한 인상은 적절함을 잃을 수 있다. 평면적인 표현으로 표정을 잡으려는 어려움이 어렵지 않게 간취된다. 몸통과 다리, 꼬리, 대가리의 귀, 눈, 코, 입, 수염들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고, 그만큼 생경한 형태감도 가능한 것 아닌지. 터진 배나 등, 뭉개진 얼굴과 표정은 그가 시도하지 않은 분야이다. 그것은 성형과정이나 가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현으로 성취할 수 있다. 흙이나 불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보다 자율적인 우연성이 테라코타나 도기류 기법의 소조에 원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성찰은 되새길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성찰 없는 분노는 설득력이 없거나 순간적 분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의미는 언제나 시간상으로 후에 나타나는 것이다. 허위영의 이번 작품은 공예와 소조 사이의 경계에서 현실을 보는 이중적 의미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 풍부한 해석 지평이야말로 눈맛의 풍부함이며 작품의 덕목이다. 이들은 그를 내려다보는 인간에게 대놓고 짖는다. 때로는 마구 웃어대고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불쑥 드러나는 인간의 잔망한 욕망에 대놓고 짖는 냉소 같다. 욕망조차 조절하려는 노골적 협박의 시대에, 대항력을 거세하는 나에게 짖어줄 막돼먹은 짐승 한 마리를 불러낸다. 개가 웃을 때 거기 사람 있기 곤란하니.

- 강 선 학 (미술평론가)

 

 

허위영_15.5(h)×12.5×22.5cm_stoneware, glaze_2011

 

 

 
 

■ 허위영 (Heo, Wee-young)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조소전공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 1989 토갤러리, 서울 | 지니스화랑, 부산 | 1992 갤러리 서미, 서울 | 1995 부산대학교 미술관 전시실, 부산 | 1996 PS 14 갤러리, 부산 | 1997 조현갤러리, 서울 | 1999 포스코 미술관, 서울 | 2001 전경숙갤러리,부산 | 2003 마린갤러리,부산 | 2006 조부경갤러리-드로잉전, 부산 | 2008 동백아트센터, 부산 | 2010 미광화랑, 부산 | 갤러리 리, 부산 | 2011 갤러리 중앙202

 

단체전  | 1985 | 부산·오오사카 청년 시각전 (사인화랑, 부산) | 1986 | 김정호·최석운·허위영의 ‘인간, 그 서술적 형상전’ (사인화랑, 부산) | 부산·오오사카 현대미술 교류전 (오오사카 현대미술센터, 일본) | 제6회 젊은 의식전 (한강미술관, 서울) | 1987 | ’87 현존시각전 (사인화랑, 부산) | 부산사람전 (사인화랑, 부산) | 1988 | 부산사람전 (사인화랑, 부산) | 부산현대판화전 (사인화랑, 부산) | 제2회 바다미술제 (해운대 해수욕장, 부산) | 목조, 5인의 표현전 (토갤러리, 서울) | 1989 | 부산사람전 (한강미술관, 서울) | 부산·대구 청년작가 교류전 (사인화랑, 부산 / 단공갤러리, 대구) | ’89 현존시각전 (사인화랑, 부산) | 금호미술관 개관 기념전 - 80년대의 형상미술전 (금호미술관, 서울) | 부산, 80년대의 형상미술전 (사인화랑, 부산) | 1990 | 사람들 - 이 땅에서전 (금호미술관, 서울) | 자유와 개방성-90년대 미술의 조망전 (경인미술관, 서울) | 부산사람전 (사인화랑, 부산) | 부산사람전 (토탈미술관, 서울) | 1991 | 청동물고기-조각 10인전 (토·아트 스페이스, 서울) | 한국 형상조각의 모색과 전망전 (모란미술관, 경기도) | 부산사람전 (정원화랑, 부산) | 금정구청 개청기념 조각전 (금정구청, 부산) | 1992 | 광안리 아트타운 이벤트 (아트타운, 부산) | 생명현상전 (미도파갤러리, 서울) | 1993 | 아시아 현대조각회 한국전 (동백아트센터, 부산) | 1994 | 동학 100주년 기념-새야 새야 파랑새야전 (예술의 전당, 서울) | 1996 | 인간과 미술의 가치 - 한강미술관, 그 10년 이후전 (덕원미술관, 서울) | 1997 | 일러스트 조각전 (서남미술전시관, 서울) | 일상의 신화전 (선재미술관, 경주) | 한국현대조각초대전 (춘천문화방송, 춘천) | 갤러리세원 개관 기념 초대 - 자연과 인간전 (갤러리세원, 부산) | 1998 | 부산광역시립미술관 개관 기념 - 미디어와 사이트전 (부산광역시립미술관, 부산) | 부산광역시립미술관 개관 기념 - 부산미술재조명전 (부산광역시립미술관, 부산) | 1999 | 판도라의 상자 (핸드 앤 마인드 갤러리, 서울) | 2000 | PICAF국제현대미술전‘고도를 떠나며’ (부산광역시립미술관, 부산) | 2001 | 도요리전 (도요창작촌,김해) | 2004 | 여름미술축제 (거제문화예술회관, 거제) | 작은 기념비전 (선화랑, 서울) | 2007 | 도큐멘터 부산Ⅲ - 일상의 역사 (부산광역시립미술관, 부산) | 2008 | 반디구출작전 (대안공간 반디, 부산) | 2010 | 부산화랑미술제 (BEXCO, 부산) | 서울국제아트페어 (COEX, 서울)

 

작품소장  | 부산시립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vol.20111123-허위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