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제23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展

 

 

Get erection_105x180cm_Mixed Media on Steel_2010

 

 

조선일보미술관

 

2011. 11. 10 (목) ▶ 2011. 11. 20 (일)

Opening : 2011. 11. 10 (목) PM 5:00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61 | T. 02-724-6322 (AM10:00~PM6:00)

 

gallery.chosun.com | leejoongsub.chosun.com/wn01.html

 

 

Get erection_445x221cm_Mixed Media on Steel_2011

 

 

김종학의 제23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

“삶의 절규를 담은 이미지에서 우주론적 사의(寫意)의 스틸 드로잉으로”

 

김종학은 현대미술사를 작성하고 있는 작가들이 그러하듯, 스스로 미술사적인 비판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으면서 ‘회화(繪畵)’의 본질을 탐색해왔다. 1980년대에 극사실적 재현방법에 의한 이미지회화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 세계는 마침내 이번 수상기념전을 통해 스틸 드로잉 형식의 서화동체(書畵同體)의 용필(用筆)세계를 제시한다. 그리는 행위의 생동성을 운필자체에 실어 감각적으로 제시하는 이 작품은 감히 그림 너머의 회화(畵외 畵), 생동하는 예술원리에 도달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플라톤주의자들이 화가들을 향한, “한갓 눈에 보이는 환영이나 만드는 사기군”으로 폄훼했던 비판을 넘어, 회화의 진리를 규명하는 일이다. 회화의 진리를 규명하고 그 실재를 제시하려는 것은 모더니스트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었다. 그중에도 프랑크 스텔라는 분도끼 모양의 색면캔버스로 그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무엇을 그린 것인가?”라는 관객의 질문에 “당신이 보는 것, 바로 그것”이라며, 회화란 더 이상 화면 밖의 세계를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2차원 평면’자체임을 천명했던 것이다. 금번 김종학의 입의(立意)의 스틸 드로잉은 여러 차례 휘그은 운필의 겹침 자체를 공간화 하여 디지털시대의 다층적 공간을 육화하고 약간의 원색 꽃을 장식함으로써 시각적이면서 촉각적이며, 희화적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그것은 서구모더니즘이 제시한 객관적 오브제의 2차원평면을 넘어, 주객이 하나로 만나 ‘생성’을 이루는 동양의 우주론에 접목된다. 이점은 특히 남종화와 추사체의 사의성(寫意性)을 함축하고 있는 이중섭회화의 선묘적 특질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금번 제23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작가 김종학의 회화전에서 특별히 주목할 대목이다.

 

 

Get erection_206x227cm_Mixed Media on Steel_2011

 

 

김종학의 작업은, 80년대에 캔버스 위의 극사실적인 이미지회화에서 시작하였다. 90년대에는 파리 거리의 광고판으로 사용되던 레디메이드 광고지 위에 격렬한 운필로 거대한 화면 가득 그려넣은 포도 한 송이·오징어 한 마리를 과감하게 제시했다. 그들은 마치 화면 뒤에서 절규하는 인간의 단말마적 몸짓처럼 내면에서 들끓는 격정을 육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일한 모티프를 견지하면서 새로운 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의 영향에 조응한 변모의 과정을 거쳐, 사진보다 더 리얼하고 정밀한 붉은 나리꽃과 문자기호가 공존하는 작품세계 등,  변모하는 각 시대별 미술사조에 조응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매재와 기법의 창안을 거듭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지난 2009년 개인전에서는 반투명 아크릴을 중첩시키고 그 위에 운필의 흔적을 자동차도료로 구어낸 작품을 선보였다. 가볍고 경쾌함을 쫒는 오늘의 감각과 디지털 시대의 다층적인 공간(레이어)을 투영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수상기념전에서는 스틸드로잉(철판위에 정물 이미지를 자유롭게 드로잉하고 그것을 그대로 잘라내어 제작한) 이 첫선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그것은 그가 일루전으로서의 이미지회화에서 시작하여 생동하는 운필(運筆) 자체에 귀환하고 있음을 말한다. 서양화수업에서 시작된 그의 일루전으로서의 회화 탐구가 당대의 변모하는 미술담론을 변증법적으로 극복하여 마침내 書畵同體의 立意에 근본을 둔 用筆에 도달한 것이다. 이 스틸 드로잉은 마티스의 파피에 콜레나 베셀만의 스틸드로잉이, 평면공간이면서 생생한 시각체험을 제공하려 했던 작화의지에 닿아있다. 또한 변형 색면캔버스에서 회화의 본질을 2차원평면으로 규명한 프랑크 스텔라의 회화의 원점에 도달하려한 의지와도 나란히 간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김종학이 도달한 회화의 본질은 “運筆”(그리는 과정의 행위성) 그 자체를 결정체로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생동하는 실재로서의 새로운 감각’, 시각과 촉각을 넘나드는 다층 공간을 내포하며 작품이 걸리는 환경은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을 새로이 변용시켜줄 장소로 거듭나게 한다. 이 회화부조(繪畵浮彫)에는 디지털 시대의 다층적인 공간을 실현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있다.

 

 

Get erection_219x302cm_Mixed Media on Steel_2011

 

 

시대를 대표하는 창작에는 반드시 작가를 둘러싼 배후의 공기가 스며들어 있다. 오늘의 수상작가 김종학은 반공이데올로기의 교육아래에서 성장한 전후 세대이다. 그는 1980년대 초, 극사실적인 인간이미지로 동아미술상을 비롯한 관전과 민전의 수상을 거듭하며 전도양양한 신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의 데뷔를 전후한 현실은,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의 열망이 고조되고 사회적으로는 4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의 성공이 가져다 준 고도성장으로 사회발전이 본격화 된 시점이었다. 일명 ‘선데이서울’로 불리는 화려한 화보 중심의 주간지, 칼라TV가 등장하였고, 도시 곳곳이 빌딩으로 교체되고 광고용 간판들이 내걸렸다. 그리고 미술잡지들이 창간되고 화랑들이 개관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술계 안팎의 급변하는 시각환경과 제도의 변화는 미술계에 ‘정체성논의’를 가열화 시키고, ‘새로운 형상’의 탄생을 강력히 요청했다. 김종학은 그러한 시대적 요청을 관통하여 <가상과 실재>라는 명제를 상정하고 냉랭한 백색조의 평평한 캔버스 이면에서 온몸으로 절규하는 인간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회화를 발표했던 것이다. 이른바 새로운 감각(sensation)과 힘의 논리를 제시한 회화였다. 그것은 동시기의 극사실적 경향의 화가들과 달리, 형상화의 실천을 형상화한 이중 이미지였다. 격렬한 이미지이되 절제된 세련미를 담보한 그의 작품은 일찍이 재능을 발견한 부친에 이끌려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된 미술수업, 서울예고와 서울대미대 서양화과를 거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하며 착실하게 축적한 아카데미즘의 성과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데뷔 후 한동안 당시의 청년작가들이 그러하듯 그도 동문들로 구성된 ‘현상’과 ‘레알리떼 서울’을 중심으로 소그룹활동을 하며 그의 지명도를 공고히 해갔다. 그러나  민중미술과 모더니즘진영 간의 격렬한 대립을 거쳐, 신표현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만연되었다. 거세게 불어닥치기 시작한 세기말의 다양한 문화담론과 미술의 신사조를 목도하면서 촉망받는 신예로 당당하게 입신시켜준 아카데미즘은 그의 창조적 상상력을 억압하는 한계로 인식되었고, 그는 자기갱신을 위한 과감한 외유를 감행한다. 불투명한 미래와 고독한 작업만이 기다리고 있는 파리유학을 결정한 것이다.

 

 

Get erection_225x308cm_Mixed Media on Steel_2011

 

 

5년간의 고독한 작업은 새로운 매재 탐구와 역동적인 필선의 표현이 지배하는 자유로운 구상적 표현주의 회화라는 결실을 안겨주었다. 이 작업은 40세의 화가 김종학을 세계미술사에 당당히 입적시켜주었다. 196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에 명저를 다수 남기고 있는 영국의 큐레이터 루시 스미스(Edward Lucie-Smith)에 의해 1994년 간행된  ‘Artoday(London : Phaidon, 1995)'의 ’극동(the Far East)'편에 그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타카시, 모리무라 야스마사, 야나기 유키노리와 나란히, 아니 그들보다 더 당당하게, 세계미술사의 3페이지나 할애받고 있다. 한국작가는 김종학을 포함하여 4인만 선발되었는데, 모노크롬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하종현, 전자시대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불교의 만다라와 한국의 전통문화인 민예에 기원을 둔 중견세대의 대표자로 김봉태에 이어, 한국현대미술에 새로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현대화가로 주목한 것이 바로 김종학이다. 루시 스미스는 한국현대회화에 점차 증대되는 경향으로 형상회화(figurative painting)를 진단하면서, 특히 자이언트 스케일에 단순한 모티프인 3개의 서양 배를 과감하게 표현한 그의 회화적 특성을 상세히 피력하였다. 자료조사차 한국에 들른 영국의 미술사가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가 때마침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 중이던 김종학의 귀국전을 우연히 보고 기록한 것이었다. 일찍이 미셸 라공은 신인예술가가 미술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묘안으로 스캔들과 액시비셔니즘의 효과를 역설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미 세계미술의 명저 속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 되었음에도 그 사실을 널리 알리지 않아 자신의 역량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김종학 화가의 이력관리에서 아쉬운 일이다. 이 점은 이중섭이 여러 편의 인물평전과 연극과 영화 속에서 드라마틱한 비극의 주인공으로 신비화되어 한국 근대화가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화가인 반면, 오히려 대중적 취미에 의한 폐해랄까? 작품세계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방법에 의한 독창성이나 미술사적 가치의 규명이 축적되지 못한 상태로 대규모 위작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비로소 다양한 접근방법에 의한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으니, 두 작가 사이의 흥미로운 거리감이다.

김  영  순 (미술 평론가)

 

 

Flamewer(Flame+Flower)_200x300cm_Oil, Pigment and Bolts on Wooden Panels_2005

 

 

 
 

■ 김종학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1989-1994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활동

 

개인전  | 2009 가나아트센터 (평창동, 서울) | 등 국내외 16회

 

주요 단체전  | 180여회 | 2010 | 그곳을 기억하다-영은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 2008 | 가나아트 25 주년기념전- THE chART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 2007 | 한국현대미술전 (Galerie Bab El Kebir, Rabat,모로코, 카타르) | 언어적 형상, 형상적 언어:문자 와 미술展 (서울시립미술관) | 2006 | 사물시선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 2005 | 서울미술대전 - 회화 (서울시립미술관) | 2004 | 한국현대미술의 단면 -동쪽바람 (파리 소르본 성당) | 2001 | 사실과 환영: 극사실의 세계 (호암 갤러리, 서울) | 1997 | 한국미술 해외전 (조셀로프 미술관, 미국 하드포드 대학) | 1996 | 90년대 한국미술로부터 (동경국립근대미술관,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일본) |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한국현대미술의 오늘 (광주)

 

수상  | 2011 제23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 1997 제5회 토탈 미술 대상 수상 | 1984 ‘84년도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수상 | 1982 ‘82년도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수상

 

 
 

vol.20111110-김종학 제23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