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선 展

 

 

책 쌓기_162x130cm_Oil on canvas

 

 

인사아트센터 6층

 

2011. 11. 9 (수) ▶ 2011. 11. 15 (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 T. 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옷 쌓기_162x130cm_Oil on canvas

 

 

권오선-간절한 소망의 고임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권오선은 일상의 사물과 돌을 그렸다. 사실적인 묘사에 초현실적인 배경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이 풍경은 다소 기묘하다. 책과 돌, 돈이 비교적 정치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 사물들은 시리게 푸른 하늘이나 짙푸른 물/수면을 배경으로 집적되어 있거나 부양되어 있다. 사물의 묘사는 극사실적인 반해 배경은 단색으로, 거의 색채추상적인 차원으로 마감되어 있다. 배경 앞에 자리한 사물은 복수의 존재로 차오르거나 단독으로 설정되어 던져지거나 고립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별다른 인과 관계없이 갑자기 화면 하단에서 혹은 중심에서 솟아오르거나 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늘을 향해 돌을 쌓거나 책을 쌓아올리는 일, 돈을 떠 있는 그런 장면이다. 책이나 돌, 돈이 넓고 거대한 하늘을 배경으로 아래에, 중심에 위치하면서 그 존재를 강렬하게 부각시키는가 하면 더없이 왜소하고 작게 느껴지게도 한다. 그러나 하늘을 향해 차오르거나 고여 있는 돌과 책은 가파른 욕망의 숨결 또한 감촉시키는 편이다. 돈은 세속적인 부의 욕망을 암시하고 책이 지식과 교양, 지적 허영을 의미하며 돌은 영원에 대한 기원, 불멸에 대한 간절한 희구를 뜻하는 상징들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는 우리 모두가 정성껏 축적하며 기념하고자 한다. 세속적인 부와 지적인 삶, 그리고 영원과 불멸에 대한 소망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자 시대를 초월해서 연속적으로 전이되어 오는 것이다.

 

 

바위 위에 돌 쌓기_162x130cm_Oil on canvas

 

 

권오선은 이 세 가지 존재를 강한 파란 색으로 가득 채운 화면에, 부분적으로 덧없이 부유하는 구름과 함께 그려 넣었다. 작지만 당당하고 강한 기념비성이 느껴지는 구도다. 그것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허공 아래에서 인간의 그 세속적 욕망의 허망함을 드러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바닥에, 캔버스 밑변에 바짝 붙어 하나씩 쌓여지고 고여 있는 사물들을 통해 초라하지만 절실한 생의 소망을 암시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양가적 속성을 모두 드러내려는 것은 아닐까? 돌을 쌓는다는 것은 다분히 주술적인 측면을 반영한다. 우리는 산사에서 혹은 산길에서 누군가 작은 돌들을 촘촘히 쌓아놓은 풍경을 수시로 접한다. 그 길을 지나는 이들도 자연스레, 습관적으로 돌 하나를 자기 마음과 함께 얹혀놓는다. 누군가의 마음에, 어떤 돌 위에 다시 포개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고이고 쌓인 것이 하늘에 가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작은 탑이 되어 오랫동안 그 하늘을 받치고 있기를 빌면서 말이다. 산이 쪼개져 돌이 된 것들을 다시 산의 형태를 만들어 되돌려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불멸과 영원을 보여주는 돌에 치성을 드려 그 영구성으로 유한한 인간의 생을 대신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런 장면을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한국인의 심상적 기억으로 전해오는 오랜 전통의 한 자락을 흥미롭게 만난다. 돌을 고이고 쌓는 행위, 하늘에 소망을 비는 일, 그 하늘을 우러러 앙시의 시점으로 제 존재를 바치는 일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렇다. 작가는 이런 그림을 통해 간절히 무엇인가를 빌고 있을 것이다. 작가에게 그림은 결국 치유적인 그림그리기이자 일종의 주술적인 노동이다. 정성껏 돌과 책을 묘사하고 넓고 새파란 하늘을 만들어 보이는 일이 정성껏 소망을 비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쌓기_220x150cm_Oil on canvas

 

 

반면 서점을 가득 채운 책이나 서재에 꽂힌 책, 옷장이나 서랍 한 켠에 빽빽이 들어찬 명품가방과 포개져 있는 옷들이 자리한 풍경도 있다. 일상의 보편적이고 흔한 사물들이 보관되어 있거나 의도적으로 쌓아놓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책과 옷, 가방은 개인적인 소유물이자 동시에 한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드러내는 매개이기도 하다. 책등이나 표지에 적힌 글자는 그 책이 어떤 책인지를 증거 하는 동시에 그 책을 소유한 이의 관심사나 호기심 등을 은연중 지시한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한 화면에 그린 책의 제목은 모종의 유사성을 띄고 모여 있다. 그 책의 제목을 이어 붙여나가면서 읽다보면 모종의 문장, 이야기체계가 손에 잡힐 듯도 하다. 엄밀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여러 책을 묶는 교집합은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는 편이다. 사물에 대한 집착이자 소비사회에서 상품에 대한 욕망 등도 반영하는 그림이지만 여전히 무엇인가를 쌓아두고 고이는 행위를 통한 기원의 의미가 좀 더 두드러져 보인다. 반복하지만 밑에서부터 위로 조금씩 차오르는 이 ‘고임’은 지극한 치성이나 간절한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문자의 체계와 특정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유의 견고한 집인 책과 가장 영속적인 물질이자 무수한 시간을 간직한 돌이 반복해서 쌓여져 하늘을 향해 놓여진, 일상의 공간 한 구석을 채우고 있는 이 풍경을 통해 우리는 첨단의 시대에도 여전히 신이나 초월적인 존재에 가 닿고자 하는 가장 인간적인 욕망의 한 편린을 숭고하게 접하는 것이다. 지극한 그리기의 정성과 함께 말이다.

 

 

옷장 속 가방 쌓기_117x72.8cm_Oil on canvas

 

 

 
 

■ 권오선 (Gwon, O-Sun)

 

1990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학과 졸업 | 2000~2002 상트페테브르크 러시아 국립레핀 아카데미 수료 | 2008 경기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9회 (서울, 북경, 천안)

 

부스전  | 2010 남송국제아트쇼 (성남아트센터미술관) | 2009 서울현대미술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2008 아시아프 (서울역사박물관)

 

단체전  | 한국현대작가 미국 초대전 (LA 갤러리썬) | 현대작가전 (남송미술관 기획) | BIAF 2009 부산국제아트페어 초대전 (부산문화회관) | 부산국제아트페어 특별초대전 (BEXCO) | A&S 초대전 (인사아트프라자) | 순후전 (인사아트프라자) | 브라질 살바도르 바히아대학 초대전 (브라질) | 중국 문경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 (문경화랑) | 21인 작가전 (화성행궁) | 연흥도 미술개관 기념 초대전 (연흥도미술관) | 한국의 자연, 빛 인상전 (시떼 앵떼나쇼날 데자르, 파리) | 갤러리 룩스기획 야.동전 (갤러리 룩스) | 충남여류작가전 (천안시민회관) | 정신과 영혼의 향연 (나리따까라 아카데미, 인도) | 아세아현대미술전 (동경도미술관, 동경) | 에스토니아미술협회 초대전 (페르브시 신예술박물관) | 중앙대학교 충남동문전 (임립미술관) | 예우전 (공평아트센터) | 한국초상회화협회전 (한전프라자갤러리) | 시형회전 (천안시민회관) | 수채화협회전 (천안시민회관) | 충남천년미술제 (천안시민회관) | 남부현대미술제 (천안시민회관) 외 다수

 

현재  | 한국미술협회 회원 | 충남여류작가회 회원

 

 
 

vol.20111109-권오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