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은 展

 

Utopia of Paradox

 

이효은_Choice-B_60.6x90.9cm_Acrylic on Canvas_2011

 

나무그늘 타임스퀘어점

 

2011. 11. 8 (화) ▶ 2011. 12. 5 (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1-10 경방타임스퀘어 단지 1층 | T. 02-2638-2002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2번출구, 타임스퀘어 gate 8번)

 

유중아트센터 카페드유중

 

2011. 11. 16 (수) ▶ 2012. 1. 2 (월)

서울시 서초구 방배4동 851-4 | T. 02-537-7736

 

www.ujunggroup.co.kr

 

 

이효은_Choice-Y_60.6x90.9cm_Acrylic on Canvas

 

 

존재의 단상, 그 시뮬라크라(simulacra)의 세계

 

박옥생 (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1. 거울단계로서 가상의 공간

공간을 통하여 작가의 내면을 토로하는 것은 시인이나 미술가의 고유한 영역일 것이다. 이 공간은 화가의 내밀한 고민을 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단상들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며, 또한 어머니로서의 아니마(Anima)와 같은 영원한 고향으로 향하는 꿈과 그리움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류에 내재해 있는 집단무의식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공간으로의 상상, 몽상인지도 모르겠다.

이효은의 작품세계 또한 공간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사실, 작가에게 공간은 섬세하게 구획된 색과 사물이 규격화되고 서열화 되어, 시간을 잃어버리고 사물들이 부유하는 모호한 곳이다. 한곳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듯 일정부분 옵아트를 연상시키는 타일과 계단, 동일계열의 색들을 배열한 문, 넓은 면이 강조된 단색의 미니멀한 공간은 현대 미술양상에서 볼 수 있는 회화적 전환점들과 결합되고 있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에는 하드에지(hard-edge)와 같은 선명한 인상을 구현하는 디자인이 보이며, 작은 문과 큰 의자, 꺼지고 작아지는 전복된 이미지들은 후기모더니즘에서 말하는 견고하게 규정되지 않은 의미들의 후기구조주의, 탈구조주의와 연결되고 있다.

 

 

이효은_Leave_60.6x50.0cm_Acrylic on Canvas_2010 | 이효은_Hide_116.8x80.3cm_Acrylic on Canvas_2011

 

 

작가의 화면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은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의 단상임을 작가의 자화상으로 대체되고 있는 의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작가는 작은 의자를 통해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과거의 자아를 회상하고 또한 미래의 자신을 관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익숙하게 사용하던 사각의 딱딱한 나무의자는 그것자체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마음이며 부자연스럽고 갑갑한 자아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물이다. 이 작은 의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방에 들어와 의자보다 작은 문을 바라보며, 너무 큰 자신의 몸집과 너무 작은 세계의 문을 응시하고 있다. 이 응시(gaze)의 분위기는 우울하고 쓸쓸하고 소외된 근본적인 자아의 존재론적 인식을 동반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아의 정체성을 깨닫고 반성하는데서 오는 감성인 것이다.

이는 라깡(Jacques Lacan)이 말하는 거울단계(the stage of mirror)의 자아의 모습과 닮아 있다. 거울단계는 분열되고 조각된 자아가 거울을 들여다봄으로써 통합된 자신의 온전한 자아를 확인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효은이 자아의 또 다른 대체물로 그려내는 의자는 거울단계의 자아를 확인하고 흩어진 자아를 하나로 모아 현재의 자아와 동일시 여기는 거울로서 작용하는 상징물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드러나는 공간은 거울로서 작용하는 의자와 의자가 놓여 진 확장된 영역으로서의 자아가 곳곳에 산재된, 가상의 공간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존재론적인 자아를 확인하고, 고민하는 자아의 단상이 들어앉은 것이 의자가 놓여 진 공간과 의자가 응시하는 세계의 공간인 것이다. 이는 의자로 함축된 작가의 내면의 시선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인 것이다. 이는 곧 라깡이 말하는 것처럼, 거울의 단계에서 하나로 완성된 자아를 확인하지만 이것은 거울 속에서 만들어진, 착각 속에 완성된 자아, 곧 가상의 자아와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세계가 마치 영화 매트릭스나 큐브의 한 장면을 연상하는 듯 시뮬레이션 화된 가상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작품의 논리적인 흐름 속에서 결코 우연은 아닌 듯하다.

 

 

이효은_Present-O_90.9x65.1cm_Acrylic on Canvas_2011

 

 

2. 커지면서 작아진다? 파라독스(paradox)의  존재론

이렇듯 가상의 공간과 그것을 응시하는 자아의 시선으로 완성된 작가의 화면은 라깡의 자아의 인식과 자기동일성(self-idendity)을 확인하는 거울단계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거울단계에서의 자아는 상상계 에서의 자아로서 가상이며 허구의 만들어진 자아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초과실재들이 살아가는 “시뮬라크르”의 세계와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말하는 차이와 반복으로 구성하는 근원도 없고 근거도 없는 “시뮬라크라”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사실, 작가가 말하는 반어와 역설의 세계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보여주는 몸집이 커지면서 작아지는 앨리스의 모습과, 나타났다 사라지는 환상속의 동물의 존재양상과 닮아 있다. 이것은 들뢰즈가 <<의미의 논리, 1960>>에서 앨리스의 “현재보다 작아진다”는 문장을 언어적 패러독스의 분명한 예로서 지적하고 있듯이, 크면서 작은 문, 나갈 수 있으면서 없는 상황은 현실과 이상간의 불합리와 괴리, 불안을 보여주기 위한 환상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낸 이효은의 패러독스들이다. 따라서 이효은의 회화세계는 후기구조주의에서 말하는 고정되지 않은 의미체의 부유(浮遊)와 미끄러지는 시니피앙(기표)과 시니피에(기의)의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어와 역설의 언어적 세계와 가상의 복제된 시뮬라시옹과 이미지의 이미지인 시뮬라크라와 같은 허구의 세계가 있다. 그 안에서 정해지지 않은 가변적이고 유기적인 생동하는 의미체들의 크고 작음과 있음과 없음이 생명을 갖고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효은_Lose My Way_90.9x60.6cm_Acrylic on Canvas_2011

 

 

이러한 역설의 상황에서 작가가 확인하고 싶은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상황, 타자의 시선과 맞닿은 자아의 성찰들이 드러난다. 그 속에서 불안하고 소외된 자아의 독백이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사회에 던져진 젊은 세대들이 여러 갈래의 길 위에서 만나는 고민의 단상이기도 하며, 현실과 욕망의 접점에서 만나는 나와 사회의 불합치 된 상황이기도 하다. 그것은 유년기의 부자연스러운 의자를 보여줌으로서, 어린 시절의 오래되고 중첩된 시간의 덩어리까지 짊어지고 온 작가와 화가로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힘겨운 삶의 표정이기도 하며, 그래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과거로의 흐릿한 연민이기도 하다. 세계로 향하는 넓은 창, 열려진 수많은 문 그렇지만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나의 답답한 현실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어쩌면 이 시대의 젊은 날의 초상을 작가는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니멀한 화면 속에서 고도의 정제되고 숙성된 사고의 궤적이 간취된다. 이는 가상 이미지 사이사이로 번지는 동양적 관조(觀照)의 세계와 같은 것인데, 사실 작가의 시뮬라크라의 세계에는 존재를 성찰하고 그것을 뛰어 넘은 초월된 어느 단계의 변화무쌍한 세계의 파편이 보여 진다. 이것은 장자(莊子)에서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되어 성찰하는 물화(物化)의 모습들인데, 의자에 완전히 함몰되어 현대사회의 구조와 세계의 떠다니는 이미지들에 동화되어 성찰하는 자아의 모습과 닮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거울단계에서 시작한 자아 찾기의 과정이 현상계 깊숙한 곳에 침투되고, 그 속에서 체화(體化)된 사고와 세계를 열어두며 부단히 상상계의 허구를 응시하고 있다. 이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성찰하는 것은 이효은 회화가 획득한 성과일 것이다. (2011.10)

 

 

이효은_Stare_60.6x90.9cm_Acrylic on Canvas

 

 

 
 

■ 이효은 (李效恩 | Lee, Hyo-Eun)

 

1983 전라도 광주 출생 | 2008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서울 | 201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재학, 서울

 

Solo Exhibitions  | 2011 | 두 개의 시선 (금호 영아티스트 선정 작가 전) - 금호갤러리, 광주 | Utopia Of Paradox (나무그늘갤러리 기획초대 전) - 나무그늘갤러리, 서울 | Utopia Of Paradox (유중재단 선정 작가 전) - 유중갤러리, 서울

 

Group Exhibitions  | 2011 | 컨템포러리 신세대 아트스타전 - 예술의전당, 서울 | 한원 미술관 하반기 기획전 "은유의 유토피아" - 한원미술관, 서울 | Artist Fair Volume 2 - Gallery Navee | D'ATE PARTY 2011 전 - D'ATE, 서울 | INNOVATIVE SENSES 전 - Ambrosia, 서울 | 청작 공모 선정 작가 전 "새로운 도약 전" - 청작화랑, 서울 | 경민현대미술관 개관기념 전 - 홍연아트센터, 경기 | 2010 | 신세계미술제 선정 작가 전 - 신세계갤러리, 광주 | 한성백제미술대상 전 - 예송미술관, 서울 | ASYAAF (아시아청년미술축제) - 성신여대미술대학, 서울 | 2008 | Youngstart 조망 기획 전 - Gallery Young, 서울

 

수상경력  | 제6회 경향미술대전 [입선] | 제9회 한성백제미술대상전 [장려상]

 

방송협찬  |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 MBC 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

 

창작지원  | 제1회 D'ATE 창작 지원금 선정 작가

 

 
 

vol.20111108-이효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