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주 展

 

< Objet O >

 

Volvic_58x87cm_Inkjet-print_2011

 

 

갤러리 룩스

 

2011. 11. 2(수) ▶ 2011. 11. 8(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My-Sister_87x58cm_Inkjet-print_2011

 

 

전시제목인 'objet o' 오브제 오'는 Jacques Lacan 라캉의 주요개념 중 'objet a' 오브제 아'(타대상)를 참고한 것이다. 'o'오'는 ordinaire 평범한 보통의, original 독창적인 본래의, ouvert 열린 열려있는 등의 의미를 생각했지만, 말 그대로 여러 가능성을 위해 열어놓기로 하고 앞 철자 'o'오'를 따서 정했다. 본인의 작업실에 있는 일상의 objet 사물을 선택하지만 composition 구성과 arrangement 배열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길 기대했다.

작품은 두세 종류의 오브제로 구성된 Still-life photography 정물 사진이다.

사물 간의 우연한 만남, 일부만 취하기, 유사한 형태나 크기의 순서대로 줄 세우기 등 약간의 시각적 강박이 작용하기도 한다. 작업을 전개하다 보니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새롭다기 보다는 본인의 생활 패턴을 보여주거나 내밀한 기억에 관한 것이어서, 'mon journal' 나의 일기'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기도 했었다.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사변적이거나, 단순하게 사물 제시에 그친다고 생각되는 작업들은 제외하고 13컷 내외로 정리하였다.

무표정에서도 느껴지는 감성, 부족하지만 진심이 전해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사소할 수 있는 현실의 모습에서 본질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번 갤러리 룩스에서의 <Objet O>展은 본인의 첫 번째 개인전시로 작품의 프레임 작업을 제외한 전 과정을 스스로 하며, 본격적인 사진 작업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는 만큼 비장하다고 하겠다.

 

 

Memories_58x58cm_Inkjet-print_2011

 

 

<작업노트>

 전에는 다른 사람의 서가를 둘러보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짐작해보곤 했는데, 요즘엔 미니홈피의 노래목록이나 사용하는 이미지들이 더 손쉽게 그 사람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또 어디선가는 쇼핑 카트를 보면 타인의 취향이 보인다던 글도 본 것 같다. 소유하고 있는 것, 선택하는 어떤 것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바람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물건들은 그 모습이 나인 것처럼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어서 애착을 느끼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마치 내 속내를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아니, 애착을 느껴서 동일시되는 것인가. 어렵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선택'하는 모든 행위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선택의 순간은 많았는데, 글을 쓰면서 처음의 의도를 생각하고 기준을 세워가는 것이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이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기준과 심사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서 눈여겨보기도 한다.

 기억은 어디에 저장되는가. 전에 품었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와 비슷한 우문이 될지도. 작은 작업실의 컨트롤 타워 같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내 기억은 대상對象에 저장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별 후에 사진을 태우거나 물건들을 없애는 경우, 또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전시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보면. 적어도 기억의 파편들을 불러모으는 힘은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사물에 시선을 보내는 것 뿐.

 두뇌도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사카토 켄지의 <메모의 기술>에서 저자는, 인간의 두뇌는 '하드 드라이브'라기 보다는 'RAM램'이라고 하면서 '정보는 기록하고 잊고, 머리는 창의적으로 써라.'라고 말하고 있다.

 근데 기억과 추억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한 포털 지식인은 '머리 속에 떠오르면 기억이고, 마음 속에 떠오르면 추억'이라 했다. 나에게는 '기억은 나는 것이고, 추억은 하는 것'인 것 같다. 종종 작업이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정교하고 세밀하게 정의해나가는 과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Fruit-1_58x58cm_Inkjet-print_2011

 

 

 "단 하나의 우주가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수효만큼 아주 다른 우주가 있다."

 "예술작품이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유일한 열쇠다."

 - Marcel Proust-

시간에 대한 편집적인 관심으로 시작한 프루스트 읽기는 채 한 권을 넘기지 못했다.

전시가 끝나면 꼭 읽어보고 싶다. 설치가 끝난 갤러리를 떠올려본다. 많은 변수와 만나게 되겠지만 처음부터 한 덩어리로 상상했던 거라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Helpless-1_58x58cm_Inkjet-print_2011

 

 

 

 

■ 강 옥 주 (姜 沃 住)

 

1996-1999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 1999-2004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전공 졸업, 미술사학 복수전공 문학사 | 2006-2010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회화판화 전공 졸업

 

전시  | 2008  私たちの神話, 도호쿠 예술공과대학, 야마가타, 일본 | 우리 안의 신화, 토탈 미술관, 서울 | IN-VISIBLE_볼 수 없는 것의 징표들, 모란 갤러리, 서울 | 2006  W.A.V.E. 국제교류전, Camberwell, 영국 | 아트서울, 예술의 전당, 서울 | 2005  지성과 감성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vol.20111102-강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