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 展

 

 

길위에서-이야기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11

 

 

GALLERY VIOLET

 

2011. 10. 26 (수) ▶ 2011. 11. 1 (화)

Opening : 2011. 10. 26 (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68 고당빌딩 | T. 02-722-9655

 

 

길위에서-동트는 산_91x116.8cm_Acrylic on canvas_2011

 

 

‘길’의 시원(始原)과 물아일체(物我一體)

 

두 번째로 화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글은 내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이 화집을 감상하는 이들을 위해 그림을 더 잘 볼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려는 나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한다. 아울러, 내게 있어 ‘그린다’는 행위와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작품이 어떻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는지 정리해 볼 시간도 필요했다. 창작의 주체에서 감상자라는 객체로 자리를 바꾸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나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난해 첫 번째 개인전 그림들에 나타난 ‘길’에 대한 이른바 미술분야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보면 박정수 미술평론가는 ‘살아가면서 습득된 달관의 개념을 풋풋한 감성과 정서로 길을 그린다’라고 표현하였고, 혹자는 ‘구도자의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내면이 길로 승화되었다’고 표현하였다. 작가인 나 자신도 작품에 자주 나타나게 된 ‘길’의 내면적 원류를 정확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혼란한 시기를 보냈다. 결국, 작가 자신도 내면의 반영으로 나타난 어떤 심상이 어떻게 캔버스위에 그리는 행위로 나타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화집에 나타난 ‘길’을 보면 사람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커졌고, 길이 더 유연해진 형태를 보인다. 미디어의 혼합으로 마티에르를 강조한 점이나 형태의 단순화를 통한 조형적 미감의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가치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길위에서-뒤돌아보다_53x33.5cm_Acrylic on canvas_2011

 

 

주위를 정돈하고 허리를 바르게 세워 가부좌로 앉아 단전에 집중한다. 들숨과 날숨의 떨림과 깊이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호흡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내가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의식과도 같은 ‘명상’을 매일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것은 바른 자세와 바른 마음에서 무엇을 깨닫고자 하는 욕구가 나의 육체와 정신을 억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Eckhart Tolle의 『The Power of Now』는 심력이 쇠잔해 질 때마다 펴게 되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그 곳이 명상의 공간이요, 그 때가 바로 깨어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순수한 감성이 마법처럼 나를 휘감아서 어떤 불순한 요소도 끼어들 수 없게 되는 순간 나를 둘러싼 대상-자연물, 인공물 또는 사람-들의 ‘지금’이 오롯이 느껴진다. 물아일체…….

 

 

길위에서-바람은불고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11

 

 

그 사람들이 캔버스로 옮겨졌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직전의 모습, 카메라 앞에 선 여인,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사색하고 있는 사람, 안개 같은 현실 속에서 늘 당당한 친구의 모습,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 아기를 등에 업고 재우는 엄마, 주황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선배와 그의 새 신부, 두 여자아이의 행복한 밀어, 우산을 함께 쓴 친구 등이 그것이다. 이 번 개인전은 길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그릴꺼리’로 하여 대상과 혼연일체 되는 그 ‘순간’을 표현하였다. 이런 결과로 길은 사라지고 그 길 위에 서 있을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화면에 나타난다. 깨달음은 멀리 가는 길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하고 있는 모든 대상 속에 있을 수 있다는 마음의 변화이다.

 

 

길위에서-월야연가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11

 

 

정지된 그 ‘순간’은 단색의 화면으로 표현되었다. 움직임이 없는 자세는 물론이고 움직이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조차도 사실적인 구상표현을 최대한 절제하고 이미지만을 강조한 모노톤의 색을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그 순간을 형태가 사라진 색만으로 분할하여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평면이 아니어도 좋고, ‘그린다’는 행위가 아니어도 좋다. 내게 있어 적어도 지금은 물아일체의 순간을 가장 잘 표현하는 행위가 ‘그리기’일 뿐이다. 다른 어떤 방식이라도 이 주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앞으로 그 작업을 해 보려고 한다.

2011. 10

 

 

길위에서-가을연가_90.9x65.1cm_Acrylic on canvas_2010

 

 

 
 

■ 이 설 (Lee, Seol)

 

대구교대 미술교육과 졸업 | 경희대 대학원 영미어문화학과. 문학 석사

 

개인전  | 2010 제 1회 개인전 (31갤러리, 서울)

 

그룹전  | 2011 | 현대미술인 협회 정기전 (군포문화예술회관) | 인사동사람들전 (갤러리 라메르, 서울) | 드로잉수원화성정기전 (수원미술전시관) |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 (안산단원전시관) | 봄에 빚은 화연전 (갤러리 바이올렛, 서울) | 줌갤러리 기획 4인전 (줌갤러리, 서울) | 수원미술단체연합전 (수원미술전시관) | 경향미술대전 수상작 전시 (유나이티드갤러리, 서울) | 2010 | 크리스마스 선물전 (갤러리스카이연, 서울) | 드로잉수원화성정기전 (수원미술전시관) | 현대미술인협회 정기전 (군포문화예술회관) | 경기수채화협회초대작가전 (단원미술관, 안산) | 물오름전 (경기교육종합복지회관, 수원) | 누드, 크로키를 만나다전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 한국수채화협회 수상작 전시 (한전아트센터, 서울) | 2009 | 현대미술인협회 정기전 (수원미술전시관) | 2008 | 제 2회 금요누드회전 (수원미술전시관) | 2007 | 신상미술대전 수상작 전시 (신상갤러리, 서울) | 물오름 정기전 (노송갤러리, 수원) | 2006 | 제 1회 금요누드회전 (수원미술전시관) | 신상미술대전 수상작 전시 (신상갤러리, 서울) | 물오름 정기전 (노송갤러리, 수원)

 

수상  | 2010 제 6회 경향미술대전 특선 | 제 26회 한국수채화 공모대전 입선

 

현재  | 드로잉 수원화성 | 현대미술인 협회

 

Homepage  | https://blog.naver.com/veeche | www.facebook.com/seol.lee1

 

 
 

vol.20111026-이 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