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나무그늘 기획초대展

 

 

파란빛 조각기억2_161.9x130.0cm_장지에 수묵채색_2011

 

나무그늘 갤러리 영등포점

 

2011. 10. 6 (목) ▶ 2011. 11. 7 (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1-10 나무그늘 영등포점

경방타임스퀘어 단지 1층 | T. 02-2638-2002

 

 

가을빛 조각기억_53.0x45.5cm_장지에 혼합재료_2011

 

 

젊은 날의 초상(肖像)

-김윤아의 기억의 풍경에 관하여

 

박옥생 (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1. 서울, 1980

한국은 그 어느 곳보다 급격하게 성장했다. 낮은 지붕은 고층 빌딩으로 바뀌었고, 드넓은 들에는 고속도로가 앉았다. 아침이면 새마을 운동의 노래가 라디오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네잎 크로버가 새겨진 모자를 쓴 아버지는 개발의 현장으로 떠나곤 했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하고 채 독립의 기운차림도 하지 못한 우리는, 서구식의 부수고 만드는 성장의 모더니즘만을 경험했다. 이것은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과 역사적 경험을 무시한 표피적이고 가시적인 일방적인 성장이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아의 왜곡과 정서의 물질화를 경험함으로써, 층층이 쌓아 올려 진 감정의 괴리와 한(恨)과 소외의 병폐를 치유할 수 없는 병으로 떠안고 말았다. 그것은 문화와 역사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있는 민족적 정서의 그리움과 향수로, 그리고 파괴된 자연으로의 끊임없는 회귀로 드러나고 있다.

김윤아가 그리는 서울의 풍경들 또한 우리의 지난 역사의 시간들로 가득하다. 사실, 그의 화면은 어떤 특정한 시간의 심상을 화면에 옮긴 것이다. 푸르스름하게 밝아져 오는 새벽의 젊디젊은 날선 표정을 잡아내거나, 황혼녘의 온통 황금빛으로 치장한 세상의 풍경을 담아낸다. 푸른빛 황금빛 보랏빛 그 속에는 작가의 아버지, 어머니의 젊은 날의 초상으로 기억되는 시간의 궤적들이 들어차 있다. 산꼭대기의 쪽방에서는 저녁 익는 냄새가 풍겨져 나오고, 색색의 빨래들이 널려져 있으며, 삶의 빛이 밝아져 온다. 1980년 어느 서울 동네의 풍경이다.  화가의 시선은 자신의 아이 적 그리고 자신이 미처 세상에 나오기도 전의 세계의 모습에 멈춰 버렸다. 그의 내면은 기억의 시간으로 가득 차 있고 현재는 과거의 시간으로 환원된다.

 

 

파란빛 조각기억_161.9x130.0cm_장지에 수묵채색_2010

 

 

절묘하게 김윤아의 선이 닿은 곳은 과거가 된다. 이것은 화가의 특별한 달란트라고 해야겠다. 그의 색과 선이 만난 곳은 조용하고 투박하고, 보이지 않는 따뜻한 정감의 풍경이 된다. 이 따뜻한 투박함 속에서는 아이의 소곤대는 소리와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스며들어 있다. 색은 풍경이 되고 선은 시(詩)가 되는 이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은 우리에게 다양하게 번져 나오는 삶의 분위기들을 느끼고 말하고 감동받도록 한다. 즉, 김윤아의 작품은 어린 시절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풍경의 잔상들인 것이다. 유년기의 추억과 아이 적 세계의 미술은 몇 가지의 해석의 시초를 갖고 있다. 그 하나는 프로이드의 심리학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유아기의 금지와 충격 또는 억압된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가시화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뚜렷한 심상(心象)으로 남아 있는 어릴 적 추억은 그 어느 심상보다도 강력하게 남아 있고, 그것은 하나의 의미체로서 증폭되고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현상학자들 사이에서 일컬어진 것으로, 어릴 적 추억으로의 되새김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인간의 기원적이고 시원적인 안락에의 추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쩌면 김윤아는 먼 풍경들의 표정들을 이야기함으로써, 어릴 적 시간의 그 어느 순간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기를 통해 현재의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견고히 잡아주거나 안락한 어느 때의 풍요로운 평안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버지의 젊은 날의 시간으로 되돌리면서 아버지의 시간을 잡아두고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작가는 아버지의 젊은 날의 초상을 대면함으로써 작가의 아득한 기억을 구체화시키고 이미지의 명료성을 확보해나간다고 해야할 것이다. 사실, 화가가 아이 적 오랜 과거와의 대면은 아이가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는 것과 같은 극대화된 상상력의 문을 열고, 무한 확장해 나가는 환상의 세계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기도 하다.

 

 

봄빛 조각기억_53.0x45.5cm_장지에 혼합재료_2011

 

 

2. 실경산수의 현대적 모색

이렇듯 김윤아의 풍경은 작가의 내적이고 개별적인 표현의 요소들이 결합됨으로써 오랜 과거의 시점으로 되돌린다. 그 시점은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겪은 젊은 날의 풍경이 담긴 곳이며, 그 풍경을 통해 작가는 안락한 시간의 꿈들을 되새기고 상상의 문을 열어 세계의 본질을 구조화하고 음미하고 있다. 장지에 여러 겹 안료의 쌓기를 반복해서 얻어낸 맑고 깊고 오래된 맛을 연출하는, 이 시적이고 순간적인 풍경 앞에서 현대의 풍경화의 의미에 관하여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김윤아가 특정 지역과 시간의 풍경을 포착하면서 열어놓은 풍경의 문은 몇 개의 단계를 거치고 난 후, 외부의 사실과 작가의 내부가 만나고 변형됨으로써 구체적이고 문학적인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는 동양화에서 출발하고 있는 작가가 실재의 풍경을 동양화의 오랜 기법과 내용의 전통 속에서 그 문제 해결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재의 풍경의 전통은 18세기 겸재 정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당시의 실경산수는 영. 정조 시대의 명 왕조의 멸망과 새롭게 부흥한 청 왕조 사이에서 겪었던 조선후기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피어났던 산수화의 새로운 양식이었다.

이를 동국진경(東國眞景)이라 하여 화가들은 경기일대의 명승이나 금강산과 같은 빼어난 경치들을 그렸다. 그렇다면 21세기 현대의 진경이란 명승고적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일 것이다. 제 3의 자연이라 말하고 있는 도시의 즐비한 아파트 숲, 네온 싸인 등 이들이 현대의 경제발전이 가져다 준 겹겹이 쌓인 감정의 굴곡들을 덮고 서 있는 자연의 모습이고 실경산수인 것이다. 김윤아의 실경산수는 과거의 어느 시점이며 그리움이며, 어쩌면 변해버린 서울에 관한 작은 폭로이자 도시풍경의 빛바랜 흑백사진이기도 하다. 멀리서 가까이서, 아래에서 뒤에서 마치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것처럼, 화가의 산수는 모색하고 있다. 화가는 그 시간과 풍경들을 교차시키며 고도화된 도시 문명 속에 침묵하고 있는 삶의 고단함과 행복, 소소한 인간의 이야기들을 별을 치고 점을 찍듯이, 마치 고고학자가 발굴하듯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김윤아가 그리는 실경산수의 백미이다.

 

 

시린 조각기억_53.0x45.5cm_장지에 수묵채색_2009

 

 

이렇듯 작가의 도시풍경은 그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터치와 색감으로 인하여 문학적인 상상력이 증폭되고 있다. 아버지의 시간을 되돌리면서 말이다. 따라서 현대의 실경산수는 풍경 속에, 숨겨진 그 땅 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아직도 숨을 쉬며 역동하는 인간의 냄새와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것이 과제라 할 것이다. 보들레르(Baudelaire)가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보고 쓴 비평문에는 그가 굉장한 독서가이며 그가 많은 시인의 작품을 읽었기 때문에 그의 내면에는 재빨리 구성되는 웅장한 이미지와 완벽하게 구성되는 그림들이 남아 있다고 쓰고 있다. 이처럼, 화면의 깊이를 살리고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의 변모는 화가의 문학적 토대이며 축적인 감성인 것이다. 남다르게 세상이 보여주는 빛을 잡아내고 자기만의 어법으로 풀어나가는 김윤아의 작품들에는 고전시기의 작가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감성이 들어있다. 그 감성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층위들의 뉘앙스들을 화면으로 풀어내고 이야기를 만들고 증폭시키는 것은 향후 작가가 끌고 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2011.4)

 

 

자라다_116.5x90.5cm_장지에 혼합 재료_2010

 

 

조각기억의 얽힘_53.0x45.5cm_장지에 수묵채색_2009

 

 

 
 

■ 김윤아 (Kim, Yoon-Ah)

 

학력  | 2006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입학 | 2010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2010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예술학과 입학 | 2011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예술학과 재학중

 

수상  | 2011 국제 청년미술대전 특선 (온라인 전시) | 2011 국제 미술대전 특선 (쿠오리아 갤러리) | 2010 경향미술대전 특선 (유나이티드갤러리) | 2010 안견미술대전 특선 (서산문화회관) | 2009 메트로미술대전 최우수상 (메트로갤러리) | 2009 구상전 입선 (성남아트센터) | 2007 용산국제미술대전 입선 (청파갤러리) | 2007 서울미술대상전 입선 (경복궁 분관)

 

개인전  | 2012 화봉갤러리 신진작가 당선 김윤아展 (예정) | 2011 나무그늘 기획 초대 김윤아展 (나무그늘, 서울) | 2010 김윤아 展 (GYM PROJECT, 서울)

 

그룹전  | 2011 | 아트서울展 (예술의 전당, 서울) | 畵歌: 그리기의 즐거움展 (한원미술관, 서울) | 제1회 신진작가 ARTFESTIVAL '꿈틀' (공평갤러리, 서울) | 신진작가전 (공평갤러리, 서울) | 2010 |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Seoul 2010 (신라호텔, 서울) | 숙원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 小小展 (갤러리 타블로, 서울) | ‘FOS’展 (갤러리 SIAM, 서울/ 갤러리 마놀린, 서울) | 비상展 (지구촌교회갤러리, 분당) |  제4회 인사미술제 (우림화랑, 서울) | 2010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하얏트호텔, 홍콩) | 우수졸업작품展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 신진 작가展 (공평갤러리, 서울) | 컨테이너 & 재원展 (숙명여자대학교 청파갤러리, 서울) | 2009 | 숙명여자대학교 졸업展 (숙명여자대학교 청파갤러리, 서울) | CALLING展 (지구촌교회갤러리, 분당)

 

 
 

vol.20111006-김윤아 나무그늘 기획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