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 展

 

빛의 유희

 

빛을보다_260x140cm_aluminum board_2011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장

 

2011. 10. 5 (수) ▶ 2011. 10. 10 (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 02-736-1020  

관람가능시간 : AM10:00 ~ PM7:00

 

www.insaartcenter.com

 

 

빛을보다_260x240cmx2_aluminum board_2011

 

 

이경애의 대자연과 숭고미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변화될 때 일상의 사물도 새롭게 보인다. 작가의 시각이 바뀔 때 방치되었던 사물도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늘 같은 자리에 있어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 대상은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이경애가 바라보고자 한 것은 주변의 사물이다. 그는 알미늄 판을 발견하고, 그 판 속에 잠재된 가능성에 주목했다. 나아가 금속판에서 대자연의 형상과 빛과 그림자를 발견했다.

여기서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변화가 시작되었다. 작가태도나 작업열정을 고려할 때,  실행까지는 한걸음이다. 급기야 그는 금속판 속으로 몰입해간다. 그의 작업은 풍경이되, 산맥, 계곡, 폭포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간 모습이다. 작가는 알루미늄 표면을 갈아내고 오일을 칠하고 덮는 행위를 반복한다. 번거롭고 고단한 작업이다. 노동에 가까운 이러한 방식은 예전에 보여준 기법과의 확연한 단절을 보여준다. 기존 방식을 탈피한다는 것, 익숙한 질서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세계관의 변화를 뜻한다. 작가 내부에 잠복해있었던 세계로의 새로운 진입을 말해준다.

 

 

빛을보다_220x100cm_oil aluminum boild_2011

 

 

여행

미술가에게 있어서 사고변화의 계기는 언제나 특별하다. 모종의 신호가 미술가의 정신을 관통할 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것임을 직감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러한 느낌이 곧바로  작업으로 이어지는 아니다. 자기오류에 빠지기도 하고 작업과 연결시키는 일에 실패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본다면 이경애 작가의 여행경험은 그에게 큰 변화를 안겨주었다. 그 여행은 어느 날 이곳에서 저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기분전환 행위가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의미했다. 나아가 어제의 나를 구원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작가는 수 년 전 경험한 실크로드 여행을 통하여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기에 이른다. 스스로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작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말대로라면 ‘처절한 아름다움’이었다. 먼지와 모래가 만든 산, 시간이 만든 퇴적층은 작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경험은 작가에게 위엄 있고 영속적인 자연에 대한 재발견을 가져다주었다. 그 자연은 작가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잡다한 생각과 천박한 욕망도 한 줌의 모래가 되었고 광대한 공간은 작가의 영혼에 새로운 감정을 불어넣어주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에서, 굽이굽이 도는 물길과 좁다란 길로부터 선과 면을 알게 되었다. 바위 틈, 균열, 사이사이의 숲, 어긋난 단면과 주름에서 볼륨을 발견했다. 더욱이 분지와 능선이 주는 요철에서 빛과 그림자를 만났고, 이로 인해 작가는 자연의 원리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섰다. 작가의 시지각 속으로 들어온 광경은 대자연의 원초적 이미지였다. 그간 관념으로만 존재했던 자연의 속안을 들여다 본 것이다. 그 이후 작가는 다시는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빛을보다_220x100cm_oil on aluminum board_2011

 

 

자연의 재발견

이경애 작가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를 다시 발견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빛은 단순히 물리적인 자연광선이 아니라, 작가 가슴을 관통하는 비수와 같은 것이었다. 태초부터 빛은 존재해왔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느끼지 못하는 빛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상 속에서 눈뜨면 만나는 것이 빛이지만 우리는 그 빛을 모른다. 알지 못하는 빛은 어두움이다. 이경애 작가는 대자연 속에서 빛을 새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단순한 사실을 지각함으로 인해 작가는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다. 알고 있었지만 느끼지는 못했던 자연현상에 대한 지각이었다. 한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 빛과 음영의 관계에 집중적으로 파고든 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을 모색하게 되고, 그 빛을 드러내는데 효율성 높은 재료를 찾기에 이른다. 특히 금속성 재료에 도구를 이용하여 물리적 힘을 가하면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게 되는데, 조명을 받는 그 표면은 그 어떤 화이트 색상보다 강한 빛을 얻어낼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한 그는 판을 파내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의 관계도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빛의 존재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미술의 역사가 증명해준다. 더욱이 시각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빛은 수많은 해석을 낳는다. 그 가운데 이경애가 주목한 것은 물질 의 속성 내부에 위치한 빛이다. 외부적인 자극과 연출 없이 고유의 물성을 가진 빛이다. 가령 일반적인 사물도 상처를 내거나 방향을 달리하여 힘을 가하면 그 물체만의 특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알루미늄이라면 속살이 드러날 때 반사되는 반짝거림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시지각도 한몫을 한다. 우리 눈에 비춰진 빛은 그 금속판의 결의 방향 따라 여러 각도의 빛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을 작가는 파악하였고 자연이미지와 절묘하게 결합시켜 내었다. 이러한 방식은 자연을 재현한다고 하기보다 실현한다는 느낌을 준다. 자연에 대응하기 위해, 가슴 벅찬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모되고 닳아가는 자연물을 닮아가야 했다. 결국 이경애 작가가 자연의 재발견 이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 자연 속에 자신을 던지는 일이었다.

 

 

빛을보다_260x140cm_oil on aluminum board_2011

 

 

숭고

이경애 작가의 풍경으로부터 숭고미를 떠올릴 수 있다. 이때의 숭고는 사막이나 산맥을 횡단하거나 보면서 얻게 된 경험의 결과물이다. 모래와 풍화작용으로 인해 형성된 거친 산들을 통하여 얻게 된 반응들이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장엄함을 보면서 그 대상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다. 이경애가 체험한 숭고미는 정신의 변화, 놀라움, 당혹감에서 기쁨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불편한 길, 모래와 자갈, 펼쳐진 산맥, 뜨거운 햇살로부터 작가가 얻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이었다. 그 놀라운 현장에서 작가의 정신은 고양되고 희열로 가득 채워졌다.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대자연의 정경은 마치 그 속에 어떤 생명체가 들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한 느낌의 근원을 유추하거나 추적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유한자 입장에서 무한자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저 놀라운 광경을 눈앞에 두고 지성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려는 시도는 어리석다. 우리가 말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경탄하고 감동하는 일뿐이다. 학자의 말을 빌자면,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인 것이다. 우리는 그 신비한 창조에 대해, 그 능력에 대해 ‘말해질 수 없는 어떤 것’이 분명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 비정형의 감정이 이경애 작가로서는 곧 숭고의 문제였다. 작가가 선택한 것은 단순한 사생이 아니었다. 외관을 소재삼아 화폭에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그 추상적 감정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추상성을 극명한 실재적 대상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리얼(real)하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  필요이상으로 덧붙일 필요조차 없는 자연과 마주한다. 그의 작품 앞에서면 그 추상적 감정을 작가는 어떻게 이해하고 드러내고자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리얼한 자연이 우리에게 어떠한 감정을 자아내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작업 스케일 또한 그 감정을 감동으로 바꾸는 데에  기여한다. 작가는 관조자로 하여금 독특한 심미적 경험을 얻게 만든다. 자신이 경험한 그 숭고의 감정을 감상자에게 이입시킨다.

 

 

빛을보다_220x100cmx2_aluminum board_2011

 

 

빛의 유희

이경애 작가의 5-6미터에 이르는 풍경 앞에 서면 거기에서 뿜어 나오는 자연의 놀라운 위엄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그의 회화가 주는 강력한 힘은 바로 매체와의 씨름에서 나온다. 그라인더로 갈아낸 알루미늄 판은 자연과 고군분투한 작가의 흔적을 역력히 남겨놓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흔적은 크고 작은 상처다. 갖가지 공구와의 사투로 만들어진 그 상처가 모여 거대 자연을 만나게 해준다. 그의 작업은 직접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에너지가 관조자를 사로잡으며, 무엇인가 우리를 압도하는 면이 있다. 여기에는 그러한 재료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는 금속판을 샌딩 처리하되, 입체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표면의 갈아내는 깊이도 다르고, 모양도 각기 틀리다. 표현 대상에 따라 사포 종류도 달라져야 한다. 철제 솔을 사용하거나 여러 형태의 드릴을 동원하기도 한다. 유의할 점은 드릴의 방향에 따라 빛의 반사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마치 붓으로 터치하듯이 자유자재로 공구를 다루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를 오일로 그리고, 또 갈아내며 바르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한다. 그 결과 알루미늄 판 위에서는 독특한 깊이감이 형성된다. 원근감이 만들어진다. 산이 빛을 받을 때 감지되는 그 영롱한 모습이 그의 화폭에서 새롭게 재현된다. 자연의 발견은 재료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내용에 걸맞는 형식적 방법이 뒤따르게 된다.  적잖은 시간의 재료연구는 알루미늄 금속이 어떤 형식으로 작가에게 보답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자연관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메시지는 강하고 견고하며, 스펙터클해야만 한다. 마치 시간이 자연의 요철흔적을 만들어내듯이 작가 역시 그 같은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 결과 알루미늄 금속판은 작가의 열망과 에너지, 대자연이 주는 감동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장이 되었다.

 

높은 곳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면 아래쪽에는 물보라가 일고, 빛을 받은 바위 뒤 능선에는 그림자가 내린다. 누구나 머리로,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사실도 미술가에게는 새로운 진실이 될 수 있다. 대단한 원리를 말하려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도 새 생명을 얻는다. 그러한 사실을 이경애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그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평범한 사실에 주목한다.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신뢰한다는 그 사실에서 이경애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작가는 우리가 지금까지 눈감았던 세계, 그 숭고의 아름다움을 같이 나누기를 권유하고 있다.

감윤조 (예술의전당 큐레이터)

 

 

빛을보다_260x140cm_oil on aluminum board_2011

 

 

 
 

■ 이경애 (李敬愛  Lee, Kyung-Ae)

 

1976 한양대학교 미술대학졸업 | 200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현대미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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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 한국미술협회 회원 | 한국수채화협회 이사 | 세계미술교류회회원 | 분당작가회 회원 | 추상수채화협 회장역임 | 아시아미술교류회 부회장

 

 
 

vol.20111005-이경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