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빈 展

 

[塔의 印象]

 

 

탑매도_94x147cm_한지에 수묵담채_2011

 

 

갤러리 라메르 1F

 

2011. 8. 3(수) ▶ 2011. 8. 9(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3층 | 02-730-5454

 

www.galleryLAMER.com

 

 

다보탑_162x130cm_한지에 수묵_2011

 

 

塔의 印象

탑의 조형미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가 유윤빈의 개인전이 8월3일부터8월 9 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에서 열린다. 작가는 탑이 본래 가지고 있는 건축적 조형미와 함께 인간의 삶과 관련된 상징성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곡선미를 작품 속에서 재구성 한다. 작가는 한지의 식축성과 유연성을 이용하여 패턴을 구사하는 방식으로 한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작가가 직접 변형시킨 철망을 이용한 자유로운 한지의 질감으로 생명력 있는 화면을 시도하였다. 이는 동양 회화의 정신성이 회화적 언어로 진행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한국화에 있어서 새로운 화면 구성과 색 배치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노트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 한국화 재료(한지의 유연성)와 소재의 재해석을 통하여 한국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모색하고한국적 이미지를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여 우리 그림의 활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전시는 탑(塔)의 인상(印象)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고대의 유적을 대하는 현대인의 심상을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印象的 화면을 제시하고 전통적 탑파와 매화 이미지의 환영적인 조합을 통하여 강건과 유연의 조화를 표현한다. 또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생명성에 대한 논의를 펼쳐 보고 마지막으로 한지의 유연성과 질감을 응용한 특수 기법으로 재료에서 오는 한국적 미감의 재발견을 추구한다.

 

“호젓이 조는 山寺 낙엽지는 뒤뜨락에

발돋움 하고 서서 올 이 안와 애타는가

鐘소리 홀로 마시며 텅 빈 가슴 지킨다.”

1966. 9. 24.

 

 

정림사지 오층석탑_30x30cm_한지에 채색_2011

 

 

나의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탑을 주제로 창작하셨던 시조이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셨던 아버지의 감성이 현재의 나와 맞닿아 있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탑이라는 소재를 택하게 되었던 것이 필연적이었다는 느낌마저 준다.

이 詩는 山寺의 경내에 자리한 탑의 자태에 기다리는 님을 그리는 인간의 정서를 透映하여 탑을 擬人化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홀로 세워진 탑의 외양에서부터 경전이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속이 비워져 있는 탑의 구조까지 객관적인 관찰과 경험적 지식이 미적 관조로 이어져 하나의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처럼 나의 감정이입 단계에서도 탑을 그 외양의 조형성에 주목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려는 상상의 작용이 일어난다.

나만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탑은 시간성이나 역사성과 같은 보편적인 의미에서 나아가, 탑이 본래 가지고 있는 건축적 조형미와 함께 인간의 삶과 관련한 상징성,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곡선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2차적 심상들을 생물의 질감에 대입해 보고자 하였다. 요철 한지의 반복적 모티브는 탑이 가지는 정묘한 구조를 표현하면서도, 내가 탑을 보고 느끼는 心象인 생명체의 강한 율동성과도 연결이 된다.

탑은 나에게 있어 10년 넘게 붙들어 온 화두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체적인 모토와 제작 기법은 기존의 제작 방식과 큰 차이는 없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탑의 형상을 더욱 정묘하게 묘사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는 구상이 비구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더욱 친절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탑을 독립적으로만 묘사하기 보다는 매화나, 달, 식물과 구름의 이미지 등등을 부주제로서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탑의 정취를 서정적으로 부각시켰다. 또한 두 주제의 조화를 통해 더욱 생명력 있는 화면과 그림 속 이야기를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제작 기법 면에서도 정형화된 철망의 반복적인 구성에서 조금 탈피하여, 작가가 직접 변형시킨 부정형의 철망을 이용한 자유로운 무늬의 한지로 표면을 덮는 변화를 시도하였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졌던 딱딱한 이미지를 보다 변화있고 유동적으로 구성하게 되었다.

작품에 나타나는 독특한 느낌은 한지의 신축성과 유연성을 이용하여 일정한 패턴의 무늬를 찍어내어 다양한 화면 질감을 구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이는 전통 재료로서의 한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 예이다.

갖가지 모양의 철망에 종이를 대고 두드려서 찍어내어 얻은, 철망 결을 담은 종이를 화면 위에 재구성하여 붙이고 그 위에 채묵을 가한다. 소위 요철을 이용한 작업으로 빛에 의해 그리지 않고도 그린 효과를 낼 수 있다. 철망의 올들이 그대로 드러나 창살의 문양인 듯, 세포의 군집인 듯 특이한 맛이 나온다. 심하게 두드리고 문댈 경우, 갓 떠낸 닥종이인양 부정형의 거친 섬유질 느낌을 낼 수 있다. 일종의 꼴라쥬인 이 기법은 한국화에 있어서 새로운 화면 구성과 색 배치 제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두드리기라는 반복적 행위와 짜임과 싸임이 연속되는 혼탁한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나 자연을 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속의 말할 수 없는 경지를 그린, 곧 그 자신도 규명해 낼 수 없는 변화무쌍한 마음의 상태를 그린, 그야말로 寫意的인 표현의 변용이라 하겠다. 이는 확실성의 세계에서 불확실성, 모호성, 애매성, 그리고 추상성으로 옮겨가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동양 회화의 정신성이 회화적 언어로 진행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탑의 인상_30x30cm_한지에 채색_2011

 

 

탑은 과거나 소멸이 아니라 또 다른 생성이며,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이다.

고 재 식 (서화사가/ (주)마이아트옥션 이사)

 

절 또는 벌판 한가운데 무념무상하게 서 있는 탑.

탑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탑은 우리들에게 정성으로 쌓은 소망의 높이와 더불어 세월의 흐름 속에 그 곁을 스쳐 지나는 바람과 눈비, 별빛과 달빛, 피었다 지는 잎새와 꽃, 두 손을 모으고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있는 생명의 집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탑은 작가 유윤빈에게 있어서 작품의 소재를 넘어선 자신만의 소우주이며, 지난 세월의 성취와 다짐, 오늘의 좌표와 미래의 소망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생각이다. 즉, 작가가 소재를 탑에서 가져온 것은 탑을 기계문명의 가속도 속에 휩쓸려 가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빛으로 인식하고, 예술가로서 자신이 뿌리 내리고 있는 한국적 전통을 탐색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탑은 작가에게 신앙이나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하는 회화적 조형과 미적 완성에 다다르기 위한 통로이다. 여행을 하며 뒤편에서 바라 본 작가는 작은 사물 하나에도 발길을 멈춘다. 그 순간 눈과 마음에 담아두었던 무너져가는 흙집, 세월을 안고 서 있는 옹이진 나무들, 덩굴로 뒤덮인 돌담, 이끼 앉은 기와조각, 흙에 묻힌 사금파리 조각, 그 가운데 우뚝 서있는 탑에서 받은 인상을 자신의 조형언어로 끌어들인 것이다.

재료와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작업의 밑바탕에는 분명 그린다는 행위가 존재하지만 작품의 중심이 되는 탑의 형상은 구체적이지 않으며, 최초의 밑그림은 그림자처럼 다른 구조물에 묻혀 있다. 그 구조물은 바로 네모, 마름모,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망(網)에 한지를 얹고, 물을 뿌리고 두드려서 얻은 새로운 물성의 한지이다. 이는 한지가 물을 만나서 갖게 되는 가변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이런 과정을 거친 한지는 망의 무늬가 도드라지고, 울퉁불퉁하며, 솔로 두드린 강도에 따라 얇게 늘어나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한 곳으로 밀려 두텁게 뭉치기도 하고, 엉성해지기도 하고, 낡은 천 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떠낸 한지를 붙이면 밑그림은 희미해지고 그 사이로 언뜻언뜻 밑그림의 자취가 보이지만, 밑그림은 배경에 불과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구조물이 먹과 채색을 직접 받아들이고 화면을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며, 진정한 화면은 망에 떠낸 한지가 된다. 또한 망에 떠낸 한지는 화면에 서양화의 마티에르를 넘어서는 깊이와 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밑그림을 따라 망에 떠낸 한지를 화면에 붙여나가는 작업은 일정 부분 모자이크 기법과 유사하지만, 바탕 그림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점, 붙이는 한지가 중첩된다는 점, 여기에 다시 먹과 채색의 농담, 붓질의 깊이와 속도에 따라 새로운 화면이 구축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독창적이란 말은 작가가 한국화가 갖고 있는 재료와 기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작가는 종이와 붓, 먹과 채색이라는 전통 재료를 토대로 그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감은사탑_30x30cm_한지에 수묵_2011

 

 

작가가 재료를 대하는 방법은 물의 양에 따라 가변성이 극대화된 한지와 깊이와 운치를 더하는 먹과 채색의 효과를 잘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며, 작품은 바탕과 밑그림, 망에서 떠내 붙인 한지, 먹과 채색의 3중 구조를 갖게 된다. 더불어 필묵의 1회성과 순간성이라는 고전적 인식을 허물어 뜨려 화면을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가변구조로 만든다.

망에서 떠낸 종이가 비록 동일한 무늬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붙이는 방향과 중첩의 정도, 두드린 강도의 차이, 먹과 채색을 얹는 정도에 따라 화면에서 발휘되는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즉, 한지가 겹쳐지면서 먹과 물감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며, 붙이기의 방향과 겹침의 정도에 따라 각각의 조각이 큰 구조 속에서 새로운 관계망(網)을 형성한다. 망에 떠낸 한지 위에 구현되는 화면은 밑그림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망의 다양한 무늬와 방향에 따라 구성되는 새로운 조형이다. 특히 한지의 요철은 붓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허공에 지나게도 하여, 평면에서 구현할 수 없는 질감과 양감, 명암과 원근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밑그림과 망에서 떠내 화면에 붙인 한지, 이 위에 얹는 먹과 채색은 상호 유기적이며, 각각의 조각은 작품을 살아 숨쉬게 하는 생명체로서의 화면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면과 색으로 구체화시키는 요소이다.

작가는 탑에서 받은 인상을 토대로 유사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결합하여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상상력과 연상을 통해 재구축한 것이다. 탑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달과 달빛을 배경으로 핀 매화, 탑을 휘감는 덩굴, 지는 노을 등은 무생물과 생물의 결합을 통해 탑은 과거나 소멸이 아니라 또 다른 생성이며,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임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그림뿐만 아니라 점과 선의 원형을 탐구하기 위하여 붓을 잡고, 전각을 통해 문자의 공간 경영에 몰두하며, 요즈음은 매화 등 문인화를 공부하며 동양의 서화정신을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전통을 완성된 미의 체계로, 과거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 철학의 틀이 견고하다. 무엇보다 작가 유윤빈은 미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며, 쇠로 만든 방망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끈기를 갖고 있다. 전통은 지키기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바탕으로 그것을 깨뜨리고 떠나는 데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빈다. 또한 탑의 인상을 통해 얻은 그리고 붙이는 기법과 더불어 새기고 떠내는 작업의 원용, 탑을 넘어선 소재의 외연 확대, 색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해 나가는 작가가 되기를 빈다.

 

 

탑매도_30x30cm_한지에 수묵담채_2011

 

 

 

 

■ 유윤빈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41회) |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 졸업 | 2011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 출강

 

개인전  | 2011  (8월 3일-9일_예정) 유윤빈 개인전-塔의 印象: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갤러리 라메르 | 2007  갤러리 꽃 초대 유윤빈展-감추어진 희망, 갤러리 꽃 | 2007  印象 시리즈-박사학위청구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06  泳의 印象전, 공화랑 | 2004  유윤빈 제1회 개인전-塔의 印象전, 관훈갤러리 외 개인전 2회

 

단체전시 및 아트페어  | 2008  30th Art Expo New York, Jacob K. Javits Convention Center | 2008  Cornette de Saint Cyr Auction, Hotel Drouot Richelieu, Paris | 2008  유럽과 한국의 대화, 갤러리 킹, 한국)/ Gallery Deburaux Aponem, Paris | 2009  Homecoming YAP, 갤러리 정 | 2009  물고기가 문을 바라보다 展, 세계미래예술재단 후원, AW 컨벤션 센터 | 2011  友情 - 여백회 정기전, 갤러리 미, 동경 한국문화원 외 단체전 50여회

 

 

 

vol.20110803-유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