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득 展

 

 

문득가다_152x258cm_광목에 먹_2011

 

 

Gallery 604

 

2011. 5. 21(토) ▶ 2011. 6. 25(토)

Opening : 2011. 5. 21(토) PM 5:00

부산시 중구 중앙동 2가 49-7 | 051-245-5259

 

www.g604.com

 

 

물_152x258cm_광목에 먹_2011

 

 

“그냥 / 살다 가는데 / 참 / 무겁기도 하지 / 그냥 흔들리다 문득… / 비운다”

 

먹으로 반을 물들인 한지가 한장 한장 계단식으로 나열된다. 전시장 바닥에는 거대한 수조를 만들어 먹물로 채운다. 수조안 먹물위로 조용히 물결이 일렁인다. 일렁이는 물결은 벽과 천장으로 비춰져 마치 공간전체가 일렁이는 듯 하다. 완벽하게 공간과 일치하는, 그리고 조용히 그 공간을 느끼게 하는 설치작업이다. 이 작업은 바로 ‘한국화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호득의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604의 지하 전시장의 풍경이다.

  

갤러리604에서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업하는 김호득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득폭포ㄱ”, “문득폭포”, “문득서다” 등 이전의 ‘폭포’ 시리즈와 ‘글자’ 시리즈, ‘문득’ 시리즈가 모두 합쳐진 신작들이 공개된다. 왼손잡이인 그가 글자를 반대방향으로 써 바닥에 당당하게 서 있는 ‘글자’ 시리즈와 대지에 기념비 형상으로 우뚝 서 있는 ‘문득’ 시리즈, 즉흥적인 붓의 필치로 당당하게 ‘폭포’와 ‘계곡’을 그려낸 ‘폭포' 시리즈, 그리고 이 세 시리즈가 한 작품에 응집된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다.

광목에 먹으로 그린 ‘문득’ 시리즈는 단순한 획들이 모두 대지위에 하늘로 우뚝 솟아오른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형상들은 직립한 사람의 모습에서 출발한 것으로 작가 자신이 현실적이거나 직접적으로 또는 설명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간결하고 암시적으로 표현하지만 존재감이나 실존은 잘 드러나 있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붓인 듯 하지만 뭔가 모를 기운이 넘친다. 이러한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중국의 사혁이 제시하는 화론육법(畵論六法)의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해준다.

이번 전시의 압권은 앞서 언급한 바로 1층의 뚫린 공간과 지하를 연결하는 공간의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갤러리604의 지하공간을 수개월간 찾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공간을 200% 활용할 수 있는 설치작품을 만들어냈다. 한국화작가의 설치작업은 뭔가 어울리지 않을 법도 하지만 김호득은 그 편견을 확실하게 깨어 주는 작품을 보여준다.

비닐로 수조를 에워싸고 물을 담는다. 물이 채워지면서 비닐은 물의 흐름대로 펴지며 제자리를 잡는다. 손으로 비닐을 펴려고 애를 쓰다가는 오히려 구멍이 나 물이 샐 수도 있다. 수조에 물이 차면 먹을 뿌린다. 먹을 푸는 과정에서 그는 먹물로 선을 긋는다. 이러한 행위 자체가 곧 퍼포먼스이다. 풀어진 먹은 점점 맑고 투명한 물을 잡아먹으며 여백을 지워나간다. 끝내는 모든 여백이 사라지고 검은 먹물만 남는다.

 “이게 바로 물에 그리는 수묵화야. 점점 먹물이 변해가는 것, 또 물이 일렁이는 것, 광선에 따라 다르게 연출되는 것…모두 재미있는 요소들이지......내 물은 인생이야. 물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지. 인생도 같지. 바로 인생의 축소판이지.”

중앙동 갤러리604J, 해운대 갤러리604H, 서울의 SPACE HONGJEE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기존의 동양화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고 현대적인 예술관으로 자연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김호득의 설치작품과 신작들의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폭포Ⅰ_258x152cm_광목에 먹_2011

 

 

작가노트

-지난 90년대, 즉 40대의 10년은 그야말로 격렬하고 파란만장한 시간이었다. 그림도 많이 그리고 전시회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많이 아프고, 또 죽을 고비까지 넘겼다. 지금은 거칠고 격렬하던 호흡도 많이 가라앉아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듯, 살랑살랑 바람이 흔들리듯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그림도 매일매일 담담하게, 잔잔하게, 쫀쫀하게 그려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냥 그대로 참 좋다.

언젠가 아프고 난 후, 화실 뒷산에 올라 흐르는 땀을 식히며 언덕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고, 약수터 물 떨어지는 소리며 언덕 너머 두런두런 사람들 인사 주고받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너무 고요한 오후였다. 늦은 봄, 치열하게 올라온 연초록의 무성한 나뭇잎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쪽에서 한 무리의 잎들이 살짝 흔들리다 마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쪽 가까운 잎들도 미세하게 하늘거리는 게 아닌가. 피부로 느낄 수조차 없는, 볼 수만 있는 조그만 바람이었다. 순간 하늘과 주위를 둘러 봤다. 아! 그 아득한 공기의 두께여.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오만 잎들의 그 은밀한 흔들림이여. 억만 생명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여.

폭포나 계곡을 즐겨 그릴 때는 생명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생명 그 자체를 그리고 싶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어떤 실체를 잡고 그리지는 않는다. 그냥 마음의 흔들림에 따라 짧은 선들을 화면 가득히 채워나갈 뿐이다. 선이기도 하고 점이기도 하고, 형상 같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아니기도 하고, 꽉 찬 것 같기도 하고 텅 빈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득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림 제목을 '그냥 흔들리다 문득' 이라고 지어보기도 하고. 사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고 마음이 편하다. 하나하나 따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전체를 생각하고 멀리 생각코자 한다. 항상 조화를 생각한다. 마음의 흔들림을 읽는다.

-예전에는 ‘생명력’이었다. 그것은 동양화의 섬약함에 반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한 필선을 위주로 작업했다. 이제는 생명력이 아닌 ‘생명’ 그 자체를 탐구하고자 한다. 그래서 요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운을 항상 염두에 둔다. 또, 나의 마음과 주변 대상과의 교감을 느끼며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전체가 보이는 것’등을 고려한다. 지금까지는 일종의 흥분된 상태에서 격렬성이 내재된 작품을 ‘순간적으로 쏟아내듯이’했으나, 이제는 잔잔하게, 별 생각 없이, 조용히 규칙적으로 조금씩 그린다.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작업하되 그것이 뭉쳐 하나의 커다란 기(氣)를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다.

 

 

폭포Ⅱ_258x152cm_광목에 먹_2011

 

 

 

 

■ 김호득

 

1950  대구출생 | 197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1985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현재  | 영남대학교 조형대학 미술학부 동양화전공 교수

 

개인전  | 2011  갤러리604, 부산 | 스페이스 홍지, 서울 | 2010  봉산문화회관, 대구 | 2009  시안미술관, 영천, 경북 | 2008  학고재, 서울 | 2004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 동산방화랑, 서울 | 2002  일민미술관, 서울 | 조현갤러리, 부산 | 2001  시공갤러리, 대구 | 1997  금호미술관, 서울 | 아트스페이스 서울, 서울 | 학고재, 서울 | 1992  갤러리 서미, 서울 | 갤러리신라, 대구

 

초대전  | 2010  物我와 心手, 가나아트센터, 서울 | 2008  오늘로 걸어 나온 겸재,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 고양 | 2007  최소한의 흔적, 스페이스 몸 미술관, 청주 | 비평적 시각 130여명의 작가들-근. 현대에서 최근까지, 가나아트센터, 서울 | 2006  잘 긋기, 소마미술관, 서울 | 2005  Cool & Warm-성곡 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성곡 미술관, 서울 | 울림-Beyond Repetition,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서울 | 2004  동쪽 바람-한국현대예술의 단면, 소르본성당, 파리 | 2003  BRUSH WORKS new asian calligraphy, 앤드류 배 갤러리, 시카고 | 자연의 숨결:한국 현대 수묵화전, 상트-페테르부르그 화가동맹전시장, 러시아 | 베이징국제비엔날레 한국미술 특별전, 중국미술관, 베이징 |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서울 | 진경:그 새로운 제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02  한국현대미술전, 벨라스 아르테스 국립미술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 기운생동, 학고재, 서울 | 2001  한국현대미술 해외전, 광동성 미술관, 광동성, 중국 | 한국미술 2001:회화의 복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생명으로의 초대, 학고재, 서울 | 2000  스스로 自 그러할 然 자연전, 포스코 미술관, 서울 | 1999  산.수.풍.경, 아트선재미술관, 경주 | 1998  정부수립50주년기념 한국현대미술전, ALBERT BORSCHETTE CONFERENCE CENTRE, 브뤼셀 | NATIONAL GALLERY IN PRAHA, 프라하 | 대전시립미술관 개관 기념전, 시립미술관, 대전 | 예우대전, 시립미술관 600년 기념관, 서울 | 1996  90년대 한국미술로부터, 동경국립근대미술관, 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 일본 | 전통과 현실의 작가 17인 전, 학고재, 서울 | 1995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문인화와 동양정신', 광주시립민속박물관, 광주 | 한국현대미술 순회전, 헝가리, 루마니아, 네델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영국 | 한국미술 50인 유네스코 초대전, UNESCO HOUSE EXHIBITION HALL, 파리 | 1994  서울국제현대미술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1993  토탈 미술상 수상 기념전, 토탈 미술관, 서울 | 김수근문화상 미술상 수상 기념전, 공간미술관, 서울 | 1992  한국현대회화 전:선묘와 표현, 호암갤러리, 서울 | 1991  한국화의 오늘과 내일, 워커힐미술관, 서울 | 갤러리미건 기획 프랑스 액상 프로방스 전, 프랑스 | 1990  1990년대 한국화, 우리시대의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호암미술관, 서울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 일민미술관, 서울 |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 포스코 미술관, 서울

 

수상  | 2008  제22회 금복문화상 미술부문 | 2004  제15회 이중섭미술상 | 1993  토탈 미술상 | 1993  제4회 김수근문화상 미술상

 

 

 

vol.20110521-김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