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희 展

 

- Family project -

 

 

family project, husband&wife 1_16x20inch_2010

 

 

갤러리 온

 

2011. 5. 20(금) ▶ 2011. 6. 8(수)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www.galleryon.co.kr

 

 

family project, husband&wife 2_16x20inch_2010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 가족이라는 소속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다른 환경에서 똑같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만나 또 다른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반복한다.

비록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다 똑같지 않아도 ‘나’라는 개인은 본인의 부모님과 비슷한 삶을 지향하고 그들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배진희 작가의 ‘Family project’는 작가 본인의 부모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가족의 대소사까지 그 장소와 시간을 총 망라하여 기록한 결과물이다. 이 이야기들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지극히 평범하다.

각 개인의 가정에서 충분히, 그것도 매일 일어날 수 있는 풍경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서 전하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는 단순한 한 장면의 포착이 아니라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기억장치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을 꿰뚫어 보려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칫 흘려버렸을 기억의 조각들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기억해둔다. 매일 반복되기에 흔하고 소중하지 않다고 여기는 장면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지나고 보면 여행의 기록보다 더 그립고 소중할 때가 있다. 그 기억의 소중함을 작가는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담아내고 있다. 비록 그 대상은 작가의 가족이야기지만 이들을 통해 결국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 혹은 나의 세대, 나의 미래의 세대가 가야 할 길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따라서 무제한적으로 기록된 결과물들은 대명사로 지칭된다. 그, 그녀, 혹은 남편과 아내, 거실, 방, 산소 등 그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은 마주칠만한 인물과 장소로 대신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생활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 각 개인의 집안 이야기를 마주보는 것과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족과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family project, husband&wife 3_16x20inch_2009

 

 

작가노트 - 가족, 같이 숨쉬다

같이 숨쉬기 두번째 이야기 _가족프로젝트 2007-2011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은, 너희가 부모되어 알아 보리라

 

아마도 내 인생에서 부모에 대한 추억을 단 몇마디로 말해보라면 위의 두 노랫말이다.

어릴 적 내 아버지는 항상 바쁘고 피곤해 하셨지만 언제나 냉철하고 정확하며 단정한 옷 매무새를 하고 모든 이에게 화통한 분이셨다. 어느 늦은 밤, 저 멀리 주차장서부터 들려오는 아버지의 노래 '아빠의 청춘'은 아버지께서 그 날 어떤 기분으로 누구와 왜 술을 마셨는지 알 수 있는 단서이기도 했고, 오늘 밤 아버지 손에 통닭이 들렸을지 아니면 동네 빵집을 털어오셨는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 손에 용돈을 쥐어주실지 혹은 소원을 들어주실지를 상상하게 하는 흥미진진한 예고편이었다. 적어도 중학교 졸업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고마움 혹은 그 존재감을 모른다고 했던가. 아마 내 어머니가 그랬나 보다. 유독 입 짧은 딸아이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 싶으면 열길 마다 않고 재료를 사다가 손수 만들어 주시고, 욕심많은 딸이라 귀한 아들 더 챙겨준다 싶으면 온갖 열을 다내며 성을 부리는 딸 눈치보시느냐 정작 멀리 있는 아들 잘 챙겨보지도 못한 어머니보다 가끔 아버지 한 손에 들여오는 기름진 통닭에 아버지에게 마치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기억이 내겐 더 강하다. 그러다 들었다. 어머니의 노래.

 

 

family project, husband&wife 4_16x20inch_2009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묻지도 말아라

부모 되어 알아보리라

 

그 노랫소리를 그 전에도 들었던 것 같다. 그때는 자식이 당신 맘대로 되지 않으니 하소연 하나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노래는 어머니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던 것 같다.

막내 딸이지만 첫 딸처럼 자란 어머니는 외할머니와 오랜시간 같이 살았다. 아마 그 애증관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아니 그 상황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임을 감히 짐작한다. 어머니는 다시 당신의 어머니와 한집에 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단다. 그러나 운도 떼어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통곡하지 않는 어머니의 노래는 늘 자신을 나무라고 있었다.

같이, 숨쉬기 두번째 이야기는 가족이다.  본인은 잘 만들어진 울타리에서 안전한 가이드 라인을 따라 성장하고 나만의 세계에서 화려한 꿈을 꾸며 나 자신만 들여다 보며 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것처럼.

모두 다 나와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나와 다른 세대와는 '이해'라는 것이 필요하며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마음으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대부분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공감'이라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같이, 숨쉬기 첫번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첫번째 이야기 작업 중반 즈음 나의 부모의 담담하고 분명한 그러나 맑고 호기심 어린 목소리를 들었다.

 

 

family project, husband&wife 5_16x20inch_2010

 

 

너네 이게 뭐하고 사는 거니?

우리는 안 그랬다. 요새 것들은.... 하긴...

우리 아버지가 말이야 나한테 왜 자꾸 나무를 해오라는 거야. 난 놀고 싶은데...

우리 엄마가 오빠 대신 갔다 오라잖아. 나도 공부하고 싶은데

머리에 뭔가 맞은 기분이었다. 그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다보니 마냥 흘러가는 시절을 살았을 뿐이다. 이제 서른 중반인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요새 애들이란 말을 내뱉고는 학생들도 초, 중, 고 생을 보며 요새 애들이란다. 어이없지 않은가. 이것이 본인의 작업 이유이자 목적이다. 어쩔 수 없다.  이 가족 프로젝트는 본인의 부모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가족의 대소사까지 그 장소와 시간을 총 망라하여 기록한 결과물이다. 비록 그 대상은 본인의 부모님이지만 이들을 통해 결국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 혹은 나의 세대, 나의 미래의 세대가 가야 할 길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한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고 자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이를 만나서 사랑하고 존경하고 의지하며 때론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한다. 결국 비록 그 모습이 똑같지 않아도 나의 부모과 비슷한 삶을 지향하게 된다. 이것은 또 다시 ‘같이, 숨쉬기 첫 번째 이야기’에서와 같이 반복 또는 재탄생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무제한적으로 기록된 결과물들은 대명사로 지칭된다. 그, 그녀, 혹은 남편과 아내, 거실, 방, 산소 등 그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은 마주칠만한 인물과 장소로 대신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작업은 우리에게 자각이라던지 앎을 위함이 아니다.

 

'야~ 손톱 비뚤게 붙은 것까지 같네. 손 봐라... 이쁘다 나 닮아서'

'안 가르쳐도 본 게 있어서 그런지 설거지 뒷정리도 지 엄마처럼 깔끔하네.'

결국 내 아버지의 아버지를 아무리 부정해도 닮아가는 아버지처럼 어느 날 문득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말에 은근히 기분이 좋고 내 어머니의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 손맛을 꼭 닮아가는 어머니처럼, 살림 잘 할 것 같다는 말에 더욱 당당해지는 것은 결국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몸 속 어딘가에 박혀있는 평범한, 보편적인 일상에서 오는 '공감'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같이, 숨쉬기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어떤 판단보다 우선되는 것은 보고 있는 그들과 그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라 하겠다.

 

 

 

 

■ 배 진 희 (裵陳姬)

 

2010  현재 홍익대학교 일반 대학원 사진학 박사 과정 | 2007.9  GOLDSMITHS COLLEGE GRADUATE SCHOOL MA IMAGE AND COMMUNICATION  | 2004.8  홍익대학교 일반 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석사)

 

개인전  | 2008.10  “그녀, 그들을 다시 만나다’, The Street GS타워, 서울, 한국 | 2008.9  ‘What a Wonderful Day!’, SPACEDA, 서울, 한국 | 2006.4  ‘같이 숨쉬기’ 展, CONTEMPORARY ART HEEJIN NO, 런던, 영국 | 2004.4  ‘같이 숨쉬기’ 展, 관훈 갤러리, 서울, 한국

 

단체전  | 2011.4  서울 포토, 코엑스 인도양홀, 서울, 한국 | 2010.2  4482전, Barge House, 런던, 영국 | 2009.12  사진비평상 10주년 기념전_시간을 읽다, 서울 시립 미술관 경희궁분관, 서울, 한국 | 2009.7  COREE, 28 rue de la Liberte, 아를르, 프랑스 | 2009.4  서울 포토, 코엑스 인도양홀, 서울, 한국 | 2008.8  나의 유학시절,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서울, 한국 | 2007.6  DERIVE_Goldsmiths MA Image and Communication, Truman Brewery, London, UK | 2007.5  HELLO CHELSAE, PS 35 FINE ART, 뉴욕, 미국 | 2005.11  한일 우정년 기념전, 후지포토사롱, 서울, 한국 | 2005.10  한일 우정년 기념전, 후지포토사롱, 나고야, 일본 | 2005.9  핑야오 국제 사진 비엔날레, 핑야오, 중국 | 2005.7  사진 사랑 사기, 갤러리 더 스페이스, 서울, 한국 | 2005.6  사진비평상 수상작 展, 갤러리 룩스, 서울, 한국 | 2004.12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전공 동문展, 관훈 갤러리, 서울, 한국 | 2004.12  별천지(RISING STARS) 展, 백상 기념관, 서울, 한국 | 2004.7  ON THE ROAD, 앤프라니 애비뉴, 서울, 한국 | 2004.6  제 11회 젊은 사진가展, 동구문화체육관 전시관, 대구, 한국 | 2003.12  POST PHOTO展, 홍익대 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 2002.12  POST PHOTO展, 홍익대 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 1998.11  낯선 시각, 낯익은 얼굴, 올리브 갤러리, 서울, 한국 | 1997.6  하늘 오르기, 홍익대학교 야외 스탠드, 서울, 한국

 

수상  | 2007.9  Graduation with distinction at Goldsmiths College | 2005.6  제7회 사진비평상 대상 수상

 

 

 

vol.20110520-배진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