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웅 展

 

<정미소(精米所)>

 

 

고창 대동정미소

 

 

갤러리 룩스

 

2011. 5. 11(수) ▶ 2011. 5. 17(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고창 오산정미소

 

 

- 정미소 -

박찬웅

 

농촌 마을을 지나다 보면 특이한 외형으로 우뚝 서있는 건물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정미소(精米所)다. 나의 어린 시절 정미소는 마을의 공동생활 장소로서 대부분 마을 어귀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성을 지닌 산업시설 이었다.

이후 개화의 물결을 타고 떼돈을 버는 사업으로 소문이 나 수많은 정미소가 지어졌고, 생산의 상징이자 부(富)의 상징으로써 우리나라 근세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눈부신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효율성(非效率性), 비경제성(非經濟性)을 이유로 하나, 둘 기계소리가 멈춰지고, 흙덩이가 떨어지고, 문짝이 떨어져 나가 속살을 드러낸 채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른바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 자위(自慰)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으나, 이제 은퇴의 시점에 서있는 내 자화상(自畵像)과도 같다.

 

 

남원 괴양정미소

 

 

나의 정미소 촬영은 소멸해 가는 정미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묘사의 중심에 놓고 출발했다. 그러나 정미소 촬영은 결코 현실에 대한 정확한 기록만은 아니었다. 내가 그간 살아온 시간의 퇴적물(堆積物)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나의 자서전적인 조합이다. 내가 찍는 정미소는 단순한 촬영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숨어있는 시간들이다. 사진을 찍는 그 시간 나의 시선은 정미소 공간(空間)이 아니다. 정미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시간, 나의 과거.현재 또는 미래가 되어 내 삶이 녹아있는 공간(空間)으로 재현 된다. 그 사진 속 정미소는 현재는 사라져가고 없지만 실제로는 나와 함께 현존(現存)한다.

 

 

완주 가인정미소

 

 

어린시절 바라보던 정미소의 기억은 보통 집들과 다른 외형적 모습에 ‘시콩시콩’거리며 돌아가는 발동기(發動機) 소리가 시골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이었다. 이런 정미소의 생생했던 그 활력이 자신감을 상실해가는 내 자신에게 오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부활(復活)하여 다가온다. 아마 내 자신만이 느끼는 특수하고 유일한 경험에서 오는 느낌일 수 있다.

이제 나는 나와 같이 한 시대를 풍미(風靡)하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찾아 기록하는 일을 어설프지만 계속하고 싶다. 내 작업으로 남겨진 이미지의 대상들은 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 가지만, 사진 속 시간은 실제로 나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 만성정미소

 

 

정읍 초강정미소

 

 

 

 

■ 박찬웅 (Park Chan-Woong)

 

전북 출생 |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

 

개인전  | 2011  정미소展, 갤러리룩스, 서울

 

단체전  | 2009  Post-Photo 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토포하우스 서울) | 2010  Post-Photo 展, 토포하우스 서울)

 

 

 

vol.20110511-박찬웅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