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식 조각 초대전

 

 

오아시스를 찾아서-11-Ⅴ,11-Ⅵ_860x310x1100mm, 720x250x900mm_오브제,스테인레스 스틸,우레탄 착색_2011

 

 

창원아트센터

 

2011. 5. 4(수) ▶ 2011. 5. 17(화)

초대일시 2011. 5. 4(수) pm 6:30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761-474

 

 

오아시스를 찾아서 - 11-Ⅳ_400x200x300mm_오브제,스테인레스 스틸,마천석_2011

 

 

민속적 오브제를 통해 다시 찾는 ‘오아시스’의 의미

 

'오브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이 있다. 남자 소변기에 ‘R. MUTT’라고 서명하고서는 〈샘〉(1917)이라는 명제를 붙여 전시장에 옮겨다 놓고서는 예술품이라 우긴 마르셀 뒤샹이 그 단골이다. ‘얼간이’(Mutt)의 작품이라는 〈샘〉은 서명만 빼면 이전의 예술 관념으로는 기성품 변기에 불과하므로 예술품이 아니며 ‘더러운 변기’를 신성한 전시장에 둘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아무런 양해도 없이 치워진 사건의 주인공 뒤샹은, 이를 빌미로 미술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켜 예술에 대한 관념과 탈관념의 문제를 낳았다. 이 이벤트로 유명해진 뒤샹은, 1960년대에 몇 개나 더 서명한 변기를 복제하여 여러 미술관에 소장시키게 될 정도로, 20세기의 대표적 예술가 중 으뜸가는 위치를 차지해오고 있다.

오늘날의 대다수 예술가들은 이러한 뒤샹의 영향권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순수한 기계적 기록성에 의한 순수사진(Straight photography)을 주창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1917년에 찍은 사진 이미지로 <샘>을 만난 천원식도 ‘오브제’를 사용하는 예술가라는 점에서는 뒤샹의 미학적 범주에 속하는 미술가로 취급될 수도 있겠으나 그의 ‘오브제’는 뒤샹의 그것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오아시스를 찾아서 - 10-Ⅰ_570x135x325mm_오브제,스테인레스 스틸,마천석_2010

 

 

뒤샹의 오브제는 산업적 기성품으로서 대량생산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수공적 생산이 아니어도 예술로 가능하다는 오브제의 미학을 낳았다는 점에서 ‘반예술로서의 예술’로 용인된다. 뒤샹의 그것과는 달리, 천원식의 오브제는 대량생산된 오브제만이 아니라 자연물이나 수공으로 제작된 민속품도 사용하고 있으며, 오브제의 미학이 예술로 용인된 오늘의 관점에서 그의 오브제 조각은 더 이상 ‘반예술로서의 예술’도 아니다. 그는 오브제의 미학을 일부 빌려 쓰고는 있지만 뒤샹처럼 오브제 그대로를 전시장에다 내놓고 예술이라 우기지도 않는다.

특히 ‘오아시스’를 찾는 천원식은 우리의 민속품을 주된 오브제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골동품 가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주판, 다듬이판, 다듬이방망이, 쟁기날 등과 같은 민속적 오브제를 조각의 주된 재료로 쓰고 있다. 이 골동품들은 원래 저마다의 고유한 기능을 지닌 쓰임새로 서민생활 속에 자리해온 것들이다. 이처럼 그는 의도적으로 민속품을 찾아서 쇠붙이나 유리 또는 가공된 돌과 같은 산업적 제품들과 만나도록 한다.

 

 

오아시스를 찾아서 - 11-Ⅱ_890x140x330mm_오브제,스테인레스 스틸,마천석_2011

 

 

천원식의 오브제는 뒤샹과 같은 다다이즘보다는 오히려 그 이전의 입체파 특히 종합적 입체주의나 초현실주의의 환영주의(illusionism)에 가깝다. 환영주의는 대상의 외형을 유사하게 모방 재현하는 것이다. 입체주의자로서 초현실주의적 발상을 낳은 피카소는, 신문지를 화면에 붙임으로써 재질감의 확대를 통한 이미지를 만드는 ‘파피에 콜레’로부터 시작하여 초현실주의자 에른스트로 하여금 콜라주기법을 창안하게 하였다. 이러한 종합주의적 이미지즘 경향은 천원식의 조각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천원식은 다듬이방망이 끝에 뾰족한 황동을 붙임으로써 물고기를 연상하게 한다든가 공모양의 스테인레스 스틸 양끝에 쟁기 날을 붙여 날개 짓하는 곤충을 연상케 하는 등의 이미지즘으로 ‘오아시스’를 찾는다.

그러나 그의 오브제 조각은 단순히 시각적 환영주의에만 머물지는 않기에, 입체파 회화의 종합주의적 환영주의와 동등한 것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입체파는 파피에꼴레나 꼴라쥬에서처럼 2차원적 오브제를 작품의 일부로 취급함으로써 최초의 오브제를 시도한 것임에 비하여, 천원식의 이미지는 애초부터 3차원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의 오브제 조각은 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하여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기법에 가깝다. 프랑스어로 집합·집적을 뜻하는 ‘아상블라주’는 특히 오늘날 3차원적 작품의 형태를 조형하는 미술상의 방법이 되고 있는데, 천원식도 민속적 오브제와 산업적 산물들을 결합하는 집적법을 사용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의 연상을 위해서 단순히 오브제들만을 ‘종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돌이나 쇠붙이 또는 나무를 목적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도록 가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작기법은 입체파나 초현실주의의 오브제가 사물들에 대한 관점이나 위치를 바꿈으로써 환영이 아닌 새로운 리얼리티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과는 다르다. 뒤샹과 같은 다다이스트들은 입체파의 환영주의적 오브제를 오브제의 의미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천원식은 오히려 아상블라주 기법으로 환영주의를 고수하는 편이다. 환영주의 미술을 포기한 칸딘스키가 미술자체의 본질적인 속성을 찾아 추상양식으로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려한 것과도 다르다.

제 2차 세계대전을 치룬 후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유럽의 미술은 그 중심을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추상표현주의로부터 네오 다다를 거쳐 팝 아트로 이어지는 일련의 미술사적 흐름을 이룬다. 이러한 미국 미술의 흐름 속에서 유럽과의 교량적 역할을 하면서도, 다다의 반 예술이 아닌 일상생활과의 관계를 밀착시키고 호흡하게 해준 미술가가 있다. 바로 로버트 라우젠버그이다. 이른바 ‘컴바인 페인팅’이라는 새 용어를 만들어냄으로써 예술과 생활이라는 두 차원의 세계를 결합시킨 회화를 창안한 인물이다. 천원식은 라우젠버그처럼 아상블라주 기법에 의해서 예술과 생활을 결합하려 한다. 그런데 천원식은 라우젠버그가 현대생활을 예술에 결합시킨 것과는 달리 과거생활을 예술과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중략)

 

 

오아시스를 찾아서 - 11-Ⅸ_490x150x510mm_오브제,스테인레스 스틸,황동,청석_2011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평면회화에서 출발한 오브제 미술의 역사는 마르셀 뒤샹의 개념적인 레디메이드로서의 오브제로부터 일상적인 미술의 영역을 허무는 탈기호의 성격을 보여준 것이며, 라우젠버그에 의해 현대적 삶의 일상생활에 접근하고 인식된 오브제로서 발달해왔다. 이러한 오브제의 미학이 천원식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에게 있어서의 오브제는 오히려 태어나서 자란 고향 사량도에 대한 향수로서의 ‘오아시스’를 담아내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로 다가온 것으로 해석된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자연물이나 이미 소비 주기가 끝난 민속적 폐기물이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는 소재가 되어 현대미술의 양식을 빌어 되살아난 것이다. 이렇게 민속적 오브제들을 통해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산업화된 세계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에게 버려진 골동품 세계의 사물들 역시 미적 감동을 전해 줄 수 있음을 상기시키려 한다. 그의 오브제들은 그 ‘쓸모없음’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오히려 미적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이 된 것이다. 감정이입이 아닌 추상충동의 삶의 의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구 현대미술의 역사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서구적 창작의 한계극복을 위해 오브제라는 매개체를 이용하기는 하되 그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조형언어를 찾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미술양식을 끌어들이고는 있지만, “보이는 대상과 보이지 않는 대상이 늘 함께 공존하는 조형방식으로” ‘오아시스’를 찾아 나선 결과 오브제 미술의 역사에서 거부해온 받침석을 다시 끌어들이고 이를 또 다시 민속적이거나 자연적인 것에로 환원하려 한 것이다. 고정된 장소가 아닌 이동 가능한 독립적 미적 향유를 위해 도입된 근세적 조각의 받침대를 다시 끌어들임에 있어서도, 그는 단순한 받침대 이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개인전에서의 받침대는 산의 형상으로 돌을 깎아냄으로써 미적향유의 효과를 더 높이려고 한 것으로 이해된다.

 

박은주 (미술학, 경남도립미술관장)

 

 

오아시스를 찾아서 - 11-Ⅲ_360x200x600mm_오브제,스테인레스 스틸,자연석,마천석_2011

 

 

 
 

천원식

 

국립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94)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01) | 동아대학교 박사과정 수료(11)

 

개인전 7회(서울, 창원, 대구)

 

수상 | 2006 | 한국미술협회 창원지부- 미술인 창작상 | 2002 | 거창문화센터 조각 작품공모- 우수상 | 2001 | 경남 미술대전- 추천작가상 | 2000 | 황강 전국모래조각대회- 대상 | 1998 | 경상남도 미술대전- 경남도지사 상 | 1999-95 |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 1998 | 한국미술협회 마산지부- 창작상

 

단체전 | 2011 | 전국조각가 특별 초대전(충남예산/윤봉길의사 기념관) | 2011 | 3.15미술대전 초대전(마산구/3.15아트센터) | 2010 - 06 | 전국조각가 협회전 | 2010 - 05 | 한국조각가 협회전 | 2010 - 01 | 경남미술대전 초대전 | 2010 - 99 |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경남지회전 | 2010 - 98 | 한국미술협회 창원지회전 | 2010 - 97 | 경남현대 조각가 협회전 | 2010 - 95 | “수” 조각회전 | 2010 | 일본 북해도 해외교류전(일본 삿뽀루) | 2009 | 연변대학교 60주년 기념초청전(중국 연변대학교) | 2007 - 95 | 창원미술청년작가회전 | 2006 - 00 | 동서미술의 현재전 | 2005 | 日韓現代美術際2006-美&無限大(일본 요쿠하마) | 한국현대작가 뉴질랜드초대전(Aoter Center  Museum) | 2004 |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문화회관/대구) | 2004 | 아시아 청년미술제(성산아트홀/창원) | 2003,01 | 제3회, 제5회 정예작가 초대전 외 다수 전시출품

 

신라미술대전 |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 경남미술대전 | 울산 복산 조각공원 | 경남미술대전 | 성산미술대전 심사 역임 | 진해시 | 진주시미술장식품 심의위원역임 | 경남미술대전 | 성산미술대전 | 김해미술대전 | 3.15미술대전 운영위원 역임 | 창원대학교 | 진주교육대학교 강사역임

 

현재 |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 경남전업미술가협회 수석부회장 | 전국조각가협회 학술위원 | 한국조각가협회 | 경남현대조각가협회부회장 | 창원미술협회 | 동아대 출강

 

 
 

vol.20110504-천원식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