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근 展

 

不安肖像 (Portraying Anxiety)

 

 

가죽 잠바를 입은 아저씨, 2008. 01. 25

 

 

트렁크 갤러리

 

2011. 5. 4(수) ▶ 2011. 5. 31(화)

Opening : 2011. 5. 4(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128-3 | 02-3210-1233

 

www.trunkgallery.com

 

 

불안초상 2

 

 

소년과 아버지

1991년, 나는 아직도 뉴 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마주 쳤던 한 소년의 시선을 잊지 못한다. 단순히 슬픈 눈매였다고 하기에는 알 수 없는 애처러움이 서려 있었는데, 한동안 그의 시선에 마주친 나는 엉뚱하게도 그의 아버지를 떠올렸었다. 그리고 더욱더 이상한 것은 소년이 슬픈 눈을 가지게 된 이유가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을 하며 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소년은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2년 후, 한 게이 화가가 유난히 이 소년의 사진에 관심을 보여서 'TV Party' 라는 그의 그림과 교환 하였다. 그런데 당시 그의 화실에서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화집을 넘겨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칼로의 그림 중에 너무도 유사한 눈매를 가진 초상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왜 내가 그 소년의 눈매에서 유난히 그의 아버지를 느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 슬픔에는 아버지가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안초상 3

 

 

타인의 불안

태생적으로 나는 타인의 불안을 바라보는데 익숙하다.

 

과거의 풍경들이 솟아 올라 하나, 둘 섬을 만든다.  (최 영미 시인)

 

나는 사람의 얼굴이 항상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여겨 왔다.  그래서 초상을 만들면 마치 항해 지도를 보듯이 얼굴이라는 풍경 속에 담긴 작은 섬들을 찾아내곤 한다. 물론 뉴 올리언즈에서 만난 소년처럼 '아버지'라는 아주 막연한 상상력이 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명하게 그의 전력이나 사연이 얼굴에 각인 되어 있다고 느낀다.

 

Portraying Anxiety 시리즈는 지난 10년 동안 아줌마와 소녀 그리고 여고생과 아저씨등 수많은 인물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인상 위에 서려있는 불안감들을 초상화 한 작업이다. 영혼을 잠식 해 갈만큼 거대한 불안은 아니지만, 마치 나른한 봄날에 겪는 미열처럼, 하루종일 성가시고 신경 쓰이는 일상적인 불안감을 담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들은 대부분 내 안에서 비롯됐기에 막연하고 모호할 때가 많다. 예를들어, 중년 아저씨의 번뜩거리는 가죽 잠바가, 혹은 화장 짙은 소녀의 구겨진 바지가 나를 불안하게 한다. 아니 소녀와 동행했던 말 많고 성가신 삼촌이 떠오르며 내가 상상했던 그들의 구겨진 관계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내게 있어서 불안은 냄새와 같아, 상상을 하면 끊임없이 퍼져 나가는 것 같다.

 

 

불안초상 4

 

 

불안과 그 은유(Anxiety and Its Metaphor)

언제부턴가 사진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부터 사진이라는 이미지안에 담긴 기표와 기의, 그리고 기호들의 의미를 염두에 두긴 했었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개인적으로 사진을 읽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나의 사진 만들기에도 영향을 끼쳐서 더 이상 감상자와 의미를 공유하지 않는 경향이 생겨났다. 때문에 여기서 불안은 은유되지 않는다. 만약에 인물이 불안을 내재하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담아내고 초상으로 전달 할 뿐이다. 초상에서 추상으로…

 

 

불안초상 6

 

 

불안초상 8

 

 

 

 

 

vol.20110504-오형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