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ir Talks

 

참여작가 : 남현주, 손진아, 지석철, 한정현, 황주리

 

 

남현주_세상 속으로_도침 장지에 수간채색, 은분_91x116cm_2008

 

 

갤러리 SP

 

2011. 4. 28(목) ▶ 2011. 5. 25(수)

Opening : 2011. 4. 28(목) PM 5:0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4-36 | 02-546-3560

 

www.gallerysp.com

 

 

손진아_Secret conversation_140x140cm_Acrylic on Canvas_2010

 

 

의자의 상징적 함의들

'의자'는 인체와 유사한 형태를 가졌으며, 일상생활에서 신체와 가장 밀착된 사물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의자는 종종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의자는 형태나 크기에 따라 신분이나 자격을 구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의자에 자아를 투영하고 감정을 이입시키며 그 형태나 쓰임에 많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지위와 점유를 함의하며, 사적 공간에서는 자아의 초상이 되기도 하고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사유를 담는 공간이 된다. 즉 일상생활의 도구로서의 의자는 사회문화적 해석이 가능한 오브제로 기능 한다.

 

 

지석철_부재(Nonexistence)_46.5x67cm_oil on canvas_2011

 

 

예술작품에서의 의자: A CHAIR TALKS

예술작품에서도 의자는 종종 자아를 은유하거나 사람을 대신하여 의인화된 알레고리 역할을 해왔다. 화가나 예술가들은 의자를 소재로 다루며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A CHAIR TALKS>展에서는 다양한 장르에서 의자를 주요 모티브로 하여 수년간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하며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온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서양화, 동양화, 오브제, 디자인의 작품들은 의자의 보편적 함의들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차별적이며 독자적인 작가마다의 표현양식으로 인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남현주의 화폭에는 다양한 형태와 패턴과 색채를 지닌 사실적인 디테일을 가진 의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특정 시대와 공간을 유추하게 하며, 그 의자의 후경이나 배경으로 또 다른 시공간이 펼쳐진다. 예컨대 민화와 같은 배경과 서양의 고풍스러운 의자, 현대적 의자와 서양 고전회화를 재현한 배경들과 같이 이질적인 정경들이 한 화면에 병치되어 정밀하면서도 부드러운 묘사와 화려하면서 깊이 있는 색채로 어우러지고 있다. 또한 상상적이며 몽환적인 상황 속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의자가 놓여있기도 하다. 실질적인 디테일을 갖는 남현주의 의자는 그 시대를 살아온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을 표상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다른 시간과 공간 혹은 꿈과 현실 가운데 경계적 위치에 자리하면서 감상자에게 대화를 걸며 그 세계로 유도하고 있다.

 손진아는 오직 하나의 의자만을 수년간 다루어오면서 회화와 입체, 설치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변주하고 있다. 중성적인 형태와 사각 패턴을 가진 의자는 작가 자신 혹은 익명의 자아를 상징하며, 거기에는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초현실적 무의식, 실존, 나르시시즘 등이 앉아 있다. 의자는 하나 혹은 여러 개 등장하여 마치 사람처럼 누워있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앉아있기도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양상들이 기하학적 패턴과 추상적 기호들로 양식화되고 있는데, 이는 누구나 처할 수 있는 보편적 상황이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의자들은 상징적 구성요소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서사적 무대에서 자기고백적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정현_chairs on the wall

 

 

 낡은 가죽 소파의 단추를 극대화하여 묘사한 작품으로 1980년대 한국 극사실주의 화단을 이끌어 간 지석철은 이후 수년간 나무로 만든 의자를 그려오고 있다. 나뭇가지로 된 다리와 등받이의 골격만 갖춘 의자는 앉을 수 없는 의자로 그 자체로 부재(absence)를 의미한다. 그 왜소하고 쓸쓸함이 묻어나는 의자의 생김새와 자태는 그대로 현대인의 고독과 박탈, 비의적 낭만, 기다림과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광활하고 적막한 배경으로 하나 둘 등장하는 의자는 은밀한 사연을 들려주며,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게 집단적으로 등장하는 의자는 특정인이 아닌 이 땅을 지나가는 숱한 익명의 사람들로서 거대적인 서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황주리는 다채롭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들을 해학적이며 서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천태만상, 희로애락의 순간 등 온갖 풍경을 담은 화폭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그리고 세상의 다양한 사물들이 빼곡히 등장한다. 또한 안경이나 돌멩이, 의자 등의 실제 오브제에 하나하나 그림을 그림으로써 스쳐 지나가는 사물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황주리의 의자는 자신의 얼굴이 되어 ‘자화상’이 되기도 하고,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오래된 의자에서 기억의 편린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한정현의 의자는 가구 본연의 기능 외에 사용자와의 교감을 디자인으로 반영한다. 사용자와 사용환경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수용하는데, 예컨대 사용자가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를 하나씩 끼워서 완성되는 의자는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순간을 기록해가는 일기장이 된다. 또한 등받이 머리 부분에 아이패드를 달고 있는 의자는 홀로 있는 이의 건너편에 마주 앉아 타인과 세상으로 이어주는 친구가 되어준다. 한정현의 의자는 사용자에 대한 관심과 대화를 통해 일상성을 뛰어넘는 개방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황주리_식물학_80x120cm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2010

 

 

 

 

 

vol.20110428-A Chair Talks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