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展

 

F A C E

 

K선생_126x181cm_felt_2009

 

 

갤러리가이아

 

2011. 4. 6(수) ▶ 2011. 4. 12(화)

초대일시 2011. 4. 6(수) 5:00pm | 관람가능시간 : AM10:00 ~ PM6:3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45 | T.02-733-3373

 

www.galerie-gaia.net

 

 

오빠_126x182cm_felt_2010

 

 

작업을 시작하면서 양모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을 여러 가지 펠트기법으로 실험하기 시작했다. 펠트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이 사람의 피부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엄마와 크레파스로 여러 번 겹치고 그 위에 검정색으로 칠해 긁어내던 스크래치 기법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뭣도 모르고 무작정 칠하고 긁으며 거기서 우연히 나오는 색들이 참 재밌었다. 본인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사진과 같이 대상을 포착한다. 그리고 잘라서 나오는 색의 우연성은 스크래치 기법과 같다.

이점을 더 연구할 필요성이 있어서 나는 척클로스(Charles Thomas Close)의 작품을 참조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에도 얼굴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기법의 시도들이 보이고 있다. 나 역시 가족이나 지인들을 대상으로 얼굴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화면의 질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양모의 시간성과 촉감이었다. 양모를 한 층 한 층 겹겹이 쌓는다. 그러면 색을 갖는 양모들이 층을 형성하면서 시각적인 중색과 발색을 이끌어 낸다. 이것은 사람의 피부를 표현하고 얼굴의 양감을 만들어 내는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사람을 재현하는 게 아니다. 동시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어떤 질감이나 패턴으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척클로스의 작품을 보면 극사실적인 그림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그림에 인물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 거창하게 아우라 같은 게 패턴 화된 레이어로 베어 나오고 있다. 좀 더 묘사하자면 그의 그림은 원색이 발산하는 감정적 쾌감과 층층이 겹쳐진 색이었고 어느 색으로 인해 약화 되지 않는 강렬한 색상대비와 맑고 명쾌한 표현이었다. 이것은 사실성과 질감이 만나 단순히 똑같은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너머서는 방식이라고 나는 판단하였다.

 

 

엄마_126x182cm_felt_2010

 

 

거기서 나는 두 가지를 고민했다. 얼굴이 가지고 있는 질감, 그리고 질감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엄마의 얼굴에서 온유함과 즐거움을 보았다.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들이 베어 나온다. 얼굴에서 베어 나오는 인품은 억지로 없애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그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과 눈빛 그 자체는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양모를 가지고 내가 느낀 엄마의 모습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것이 질감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었다. 엄마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내용은 따뜻하고 포근함이었다. 양모를 가지고 한 겹을 쌓고 두 세 겹, 다섯 겹을 쌓아 가면서 그리움도 달래며 오랫동안 엄마의 색을 찾았다. 작업을 하면서 나에게 주변 인물들은 추운겨울 장갑과 목도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호해주고 추위도 막아주고 하는 그 따뜻하고 포근함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런 점을 배우고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나의 작업에 있어서 양모가 가지는 질감은 단순히 기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소박한 감정을 진솔하게 함의 하는 내용을 갖는 질료다. 그것을 나는 따뜻한 온도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주변과의 관계를 의식하게 되었다. 얼굴은 관계의 총합이 아닌가. 그리고 얼굴이 만들어낸 질감인 주름은 여러 사연의 시간성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의 작업은 거기서부터 출발하였다.

(글/이현정)

 

 

 

L선생_125x185cm_felt_2010

 

 

필자는 이현정과의 대화를 통해서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이현정은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의 얼굴을 양모로 재현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였다. 특히, 척클로스의 작업 방식에 관심이 있고 척클로스의 작품들이 여러 측면에서 그의 작업에 모델이 되어 왔다고 하였다. 그는 극사실로 작업을 하면서도 질감에 대한 특이한 느낌을 여러 인물의 그림에서 드러내고 있다. 물질의 질감 표현과 이미지의 사실적 묘사는 상반되고 상충되는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를 척클로스는 심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는 미국의 포토리얼리즘 작가로 대표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유명한 것은 극사실적으로 이미지를 뽑아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하는 사진을 매체로 하여 사실적임을 너머서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세계 혹은 개별적인 성질을 화면의 표면에 발생하는 현상들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현정의 작업에서도 그러한 심리적인 묘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심리적인 내용이 그림을 이끌고 있기 보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감성을 기반으로 한 결과로서 이미지의 대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고 있어 보인다. 본인에게 있어서 엄마는 살신성인의 인자한 존재로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오빠는 해군으로 용기와 힘찬 패기가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 볼 것이라면, 이미지는 다양한 감정과 해석들이 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면에서 한 방향의 감정만을 보거나 하나의 해석에 머무르게 되면 감상의 시간이 짧고 그 깊이가 크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본인이 느낀 감정을 다시 객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아닌 타자의 시선에서 면밀히 고민하게 되면 감정의 다양성과 다별함이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질 것이다.

 

 

외할아버지_126x183cm_felt_2009

 

 

다음으로, 이현정은 동양화의 전신론을 거론하였다. 아마도 고개지(顧愷之)의 전신론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개지는 동양미술의 중요한 전통을 세운 인물이다. 인물과 자연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그림의 외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그 의미나 정신성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과 다른 동양화의 내용이다. 이와 함께 이현정의 작업에 점착하여 전신론을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주지한바와 같이 전신론은 의미와 정신성을 필법을 통하여 화면에 가시화시키는 방식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피부가 가지고 있는 두께의 질감을 보여준다거나 거기서 비롯되는 양감, 표정으로 인물의 인상을 표현해 내는 이현정의 작업은 고개지의 전신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서양의 르네상스의 인물을 표현하는 명암법과 순간의 빛을 그리고자 했던 인상파의 병치법이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현정의 작품에 동양화의 전신론의 가능성을 찾아본다면 이미지보다는 질감의 표현에 있지 않은가 한다.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증명사진처럼 재현하는 방식에서가 아니라 대상에서 느낀 감정을 고유하고 구별된 질감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L선생’의 이미지에서 그 가능성을 제안해 본다. 이현정은 인물의 얼굴에 분청의 질감을 응용하였다. 분청의 질감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나 자연성이 한 개인의 얼굴에 겹치고 있다. 작업에 개별로 제한된 감성에 개인을 넘어서는 요소들 즉, 자연성이나 역사성 등을 적용시켜 보는 것이다.

(글/김용민)

 

 

 

작품1 (K선생) 의 디테일 | 작업과정 사진

 

 

 
 

이현정

 

2002 대전예술고등학교 졸업 | 2007 중부대학교 산업미술학과 생활디자인 졸업 | 2011 충남대학교 대학원 산업미술학과 섬유공예전공 수료

 

개인전 | 2011 얼굴 (가이아갤러리, 서울)

 

그룹전 | 2010 퍼스널 오아시스전 (스카이연갤러리, 서울) | 신공예작가전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 제15회 한일 창작 교류전 (미갤러리, 일본) | 프리즘 (유성문화회관, 대전) | 2009 공예트렌드페어 (코엑스, 서울) |  手愛전 (우연갤러리, 대전) | 섬유, 도자 초대전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 청년미술제 (대미갤러리, 대전)  

2008 중부 쓰임새전 (KBS전시실, 대전) | 만인전 (대청문화전시관, 대전) | 여섯 색깔 봄 이야기 (대청문화전시관, 대전) | 2007 만인전 (대청문화전시관, 대전) | 중부 쓰임새전 (대청문화전시관, 대전) | 2005 중부 쓰임새전 (에스닷갤러리, 대전)

 

수상 | 2010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 | 홍익섬유조형대상전, 특선 | 2008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 | 2006 충청남도 산업디자인 공모전 입선 | KDC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장려 | 2005 KDC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특선 | 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 공모전 특선 | 2004 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 공모전 입선

 

 
 

vol.20110406-이현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