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렬 展

 

<35° - 두번째 이야기>

 

 

계단 문 전봇대_76.2x59.2cm_Photo Scratch_2011

 

 

갤러리 룩스

 

2011. 3. 23(수) ▶ 2011. 4. 5(화)

Opening : 2011. 3. 23(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고추담 너머의 집_101.6x85.1cm_Photo Scratch_2011

 

 

경사 35°는 빈부의 차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일체 담고 있지 않다.

어느 산동네의 배경에서 모티브가 생긴 작가의 의도는 미술사적으로 분리된 의미정보와 미적정보 중 미적정보에 대한 관심에서 생겨났을 뿐이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수고를 감내하며 오르내릴 수 있는 각도가 35도라 한다.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 등, 기계적인 한계의 최대각도 또한 35도를 기준으로 한다.

등산을 할 때 가장 건강한 코스가 35도, 산동네, 달동네, 판자촌의 집들이 비탈을 따라 놓여있는데 그 비탈 각도도 35도로 놓여 진 곳이 많다고 한다.

 

 

담 전봇대 집_101.6x85.1cm_Photo Scratch_2011

 

 

작가는 좋은 사진기로 숱한 촬영을 하며, 스스로가 원하는 느낌이 잘 찍히지 않는 점을 발견한다, 결국,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상황에 이미 왜곡되어지는 순간적 내용들을 보며 너무 많은 거짓된 내용을 추억 화하는 것에 진절머리를 느낀다. 사진은 말 그대로 찍는 순간만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있을 기억에 대한 객관적 오류를 부정한다. 그 순간 느낀 진실이외의 것은 지워보자는 의도에 사진을 긁어 없애는 방식이 들어간 것이다.

사진을 긁어 내용을 없앤다. 기억에 대한 불투명한 근거가 보기 싫은 것이다.

스크래치를 통한 지우는 과정에서 인화지와 같은 얇은 종이위의 두께가 느껴졌고, 더욱 정제되고 절제된 내용만을 남겨보자는 의미로 선에 집착하게 되었다.

선만 남기는 이유는 형태의 느낌이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그림들만 스스로가 의식하면 된다. 지워져 남겨진 선들은 연필로 드로잉한 선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 속 원래의 형태들은 지워져있던, 가려져있던 담겨있는 것이다.

 

 

눈 잡초 언덕_25.4x20.3cm_Photo Scratch_2010

 

 

작가는 산동네에서 한 달간 머물며 집들을 드로잉 했다. 그 이유는 관찰을 위해서이다. 군집 되어 있는 집들을 덩어리째 내보이기 위함이 아닌, 집들 한 채 한 채의 묘사를 위해서이다. 전시장내 설치된 모든 집들은 진짜 존재하는 집들 모양이다. 작가는 미니어처 집들을 제작하며 실제 집의 형태 그대로를 각각 특징짓는다. 미니멀하게 제작된 집들은 원래의 모양그대로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은 채로 묘사되었다. 생략이 필요로 했을 뿐이지, 일부러 상상해 없앴다거나 덧붙인 조형은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재현인 것이다.

작가는 재현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내용 중 일반적으로 의식되어지는 반복이나 순환과 같은 차원적인 내용이 아닌 미적가치를 남기기 위한 기억으로서의 재현을 말하고자 한다.

아파트와 같은 획일화된 조형미나, 현대적 디자인을 통한 건축이 아닌, 유기체적으로 변형되어진 주거형태에서 나오는 미학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무제_25.4x20.3cm_Photo Scratch_2010

 

 

작가는 산동네의 집들을 재미있어한다. 임시방편으로 지어진 집들은 세월이 흐르며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불가결한 공간을 위해 이미 정해진 공간 안에서 퍼져나가지 못한 채 이리저리 접붙여진 조형미가 재미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형태들에 대한 관심은 작가에게 근대사적 유물로서의 역사적 가치로 평가되어졌고, 유물로서의 미적가치를 작가스스로라도 남겨야겠다는 묘한 의무도 반영한다.

작가는 사진도 집을 찍고, 만들기도 집을 만든다. 집이라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적극적으로 비평하자는 태도는 아닌 것이다. 사진의 집에서는 내용적인 것을, 조형적인 집에서는 형태적인 것을 취할 뿐이다.

작가는 수고스럽거나, 수고스러울 필요가 없는 중간 지점이 35도라는 경계에 있다고 느낀다. 작가는 35도내, 35도, 35도외의 내용들에 감정을 두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범 우주적인 감성코드가 35도라는 관형적인 단어로 이길렬 작가는 통합되어질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허무하거나 허망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넌센스이다, 작가는 그것을 즐기고 싶어 한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 선하나 찍지 뭐.......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길렬 작가는 모험가이다. 사실 뻔뻔하지 않는데, 뻔뻔하게 보이는 것이 의도이고, 뻔뻔해도 상관없다 한다.

-KEE-

 

 

 

 

■ 이길렬(Yi Gil-Real)

 

1999  중앙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10  메멘토 경사 35도, 플레이스막, 서울 | 2008  Pick Up-Yellow, 샘터갤러리, 서울 | 2007  Altitude-세번째이야기, 대안미술공간소나무, 안성 | 2006  고도-두번째 이야기, 진흥아트홀, 서울 | 2006  Pick Up II-오브제의 변용, 갤러리각, 서울 | 2006  Pick Up Ⅱ, 관훈갤러리, 서울 | 2004  검은 타쉬쿠르간, 한전아트센터갤러리, 서울 | 2003  잎, 마노갤러리, 안성 | 2003  255mm, 문화일보갤러리, 서울 | 2002  Altitude, 사간갤러리, 서울 | 1999  Pick Up, 인사갤러리, 서울

 

그 밖의 약간의 단체전

 

 

 

vol.20110323-이길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