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국환 展

 

Follower : 이미지 채집

 

 

Partier-1_940x1000mm_Digital Print_2011

 

 

소노팩토리 갤러리

 

2011. 2. 25(금) ▶ 2011. 3. 6(일)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204-54 태성빌딩 1F | 02-337-3738

 

www.sonofactory.com

 

 

Lier-1_880x500mm_Digital Print_2010

 

 

이미지 채집 : 가상 데이터-곤충 만들기

 손국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곤충 이미지는 실제 곤충의 모습을 매우 높은 배율의 매크로렌즈로 촬영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다. 곤충들은 마치 인간처럼 서있거나 팔장을 끼고 있고 흡사 모자까지 착용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관객들도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가 실제 이미지가 아니라, 컴퓨터로 합성된 가짜 이미지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최근 실사같은 디지털 합성 이미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에 이러한 순간에 느끼는 괴리감은 실제로 그리 크지 않다. 흥미로운 지점이라면, 우리들은 이미 가상 이미지를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한 장의 사진이 현실 이미지인지 합성된 가짜 이미지인지 그 진위 여부가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때와 비교해보자면 사뭇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진위 여부 자체보다는 그러한 이미지가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는지가 오히려 중요해졌다. 따라서 손국환의 작업을 보며 그가 왜 곤충을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또한 합성되는 과정은 어떠한지를 추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Visitor_1380x900mm_Digital Print_2010

 

 

그렇다면 그가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를 살펴보기로 하자. 작가는 최종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몇 가지의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자연의 일부분인 곤충의 선택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길러보았던 곤충들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 그 생명체에 대한 감정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있어 곤충은 유년 시절의 향수 어린 기억이자 자연의 모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작점이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다소 기계적인 과정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의 딱딱함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번째는 선택한 곤충에 관한 이미지 채집 단계이다. 작가는 단순히 실제 곤충의 모습을 그래픽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수많은 동일 곤충의 이미지를 채집하여, 디지털적으로 꼴라쥬한다. 이 과정에서도 감성적 차원이 개입한다. 곤충 도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정형화된 사진이 아닌, 사진을 찍은 개인들의 감정과 시각이 녹아있는 이미지들을 주로 채집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은 첫 번째 단계와 연결되어 왠지 모를 따스하고 친근한 감성들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지막 단계에서 작가는 만들어진 형태에 자연의 텍스쳐를 주입하여 최종 이미지의 색과 질감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지닌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경외감은 최종 결과물의 표면이 되어 다시 재생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정서가 작품을 제작하는 각 단계에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Runner_1100x700mm_Digital Print_2010

 

 

 위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이미지는 매우 실제적으로 보인다. 의인화된 표정과 동작을 통해 우리는 손국환의 작업이 가상화된 이미지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의 디테일은 매우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작품 속에 나타난 곤충들은 실제 곤충이 아닌 인공적 대체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대체 이미지를 만들면서 곤충 이미지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기억을 채집하고 저장한다. 그리고는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마치 현실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미지가 객관적 사실을 담고 있는가의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의 작품속에 나타난 이미지는 특정 기표로서 상징 언어를 담고 있는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아주 따스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의 과정을 공유한다면 감상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당신이 지닌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작품을 통해 떠올려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국환의 작품은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글. 유원준 (더 미디엄/앨리스온 디렉터)

 

 

Partier-2_940x1000mm_Digital Print_2011

 

 

 

 

 

vol.20110225-손국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