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展

 

2011 갤러리 라메르 신진작가 창작지원전시 - 선물

 

 

설레임_60x40cm_면,직접염료,견사

 

 

갤러리 라메르 제5전시실

 

2011. 1. 26(수) ▶ 2011. 2. 1(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3층 | 02-730-5454

 

www.galleryLAMER.com

 

 

웃음소리_50x35cm_면,직접염료,견사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몽상

2011 갤러리 라메르 신진작가 창작지원 전시 작가로 선정된 정지은 작가의 개인전이 1월 26일부터 2월1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갤러리 라메르 신진작가 창작전시 프로그램은 매년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의 창작의욕을 가진 신진작가를 선정하여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그램이다.

작가는 주변 이야기,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현상들, 익숙함에 무심코 지나가버린 풍경에서까지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로 인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감정들을 면과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엄격한 수직, 수평 구도와 사각꼴로만 표현되며 지극히 제한된 형태를 보여주는 화면은 절제의 형식미를 보여준다. 작품 속 직물은 실용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작가 자신의 내면을 정화하고 치유하기 위한 것이기에 궁극의 순수함마저 느껴진다.

 

 

한숨

 

 

몸 안과 밖의 풍경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정지은의 화면은 천으로 콜라주 되어 있다. 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비교적 얇고 부드러운 천이 납작한 평면 위에 부감되어 저부조로 올려져 있으면서 그림과도 같이 자리하고 있다. 저채도의 온화한 색채를 머금은 천 들은 바느질에 의해 지탱되고 연결되어 있어서 실이 흡사 드로잉을 하며 화면을 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선/바느질/실은 화면 위에 그림, 선을 그려나가는 동시에 색 면/천을 부착하고 아울러 자신의 신체성, 물성을 증거하면서 지나간다. 천이자 그림이고 그림이자 천으로 부단히 선회한다.

엄격한 수직과 수평의 구도와 사각형의 꼴로 지극히 제한된 형태를 보여주는 화면은 절제의 형식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따라서 다분히 '미니멀'하다. 그만큼 단순하고 간결해 보인다.

더구나 차가운 색조는 직선으로 구축된 화면을 정적이며 서늘한 정취로 물들이는 편이다. 대부분 밝은 청색, 그러니까 하늘색이 주조로 깔리고 그와 인접한 색상들이 친연적 관계를 맺으며 조화를 이룬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 위에 상상력이 동원되어 그려나가는 이미지 연출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색채를 천에 물들이고 그렇게 탄생시킨 색 조각, 편린들을 가지고 모종의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붙여나간다.

천이 잇대어 붙어서 색 면을 만들고 그 작은 조각들이 모종의 형상을 짓고 있다. 아니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한 것은 아니고 다만 분위기, 느낌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렇다고 추상이라고 부르기에는 망설여진다. 왜냐하면 화면은 여전히 그 무엇인가를 연상시켜주는 편이다. 외계와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작가는 <봄길>, <여름산책> <따스한 겨울밤>, <바람소리>처럼 사계절의 자연풍경, 그리고 자연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한숨>, <희미한 유년풍경>, <뜨거운 눈물>과 같은 제목은 다분히 개인적인 체험과 감정, 내면을 반영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관점은 동일한 형식, 방법론 아래 조율되어 풀린다. 작가는 앞서 언급한 관심사를 우선 색채로 환원하고 있다. 색으로 물들이면서 기억, 인상을 시각화한다. 그 색을 받아주는, 색이 자리하는 장소는 천이다. 면과 견사가 주로 사용되고 그 천은 자신의 감각에 의해 적셔진 색상으로 가득하다. 그 천을 자르고 잇고 부착해서 화면에 '풍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사적인 색채추상을, 색으로 물든 천으로 구성해나가는 염색작업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관심은 자기 몸 밖의 외부환경, 즉 자연을 대상으로 해서 그로부터 받은 인상과 체험을 가시화하는 한편 자기 몸 안의 정서적 반응, 감정과 기억 등에 겨냥되어 있다. 이 두 개의 세계에 드리워진 촉수는 사실 분리된 것이라기보다는 한 쌍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더듬이는 몸 안과 밖을 동시에 탐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고스란히 작업으로 방출되어 나온다. 한편으로는 매일 접하는 자연풍경에서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로 인해 번져 나오는 감정들을 면과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섬세하게 변화하며 시간 속에서 자멸하는 자연현상은 사실 엄밀하게 시각화하기 어렵고 난해한 것들이다. 작가는 그 순간을 응고시키고자 한다.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색과 모든 요소들을 추리고 추려 단순화시킨 사각형으로 수렴하고 있다.

 

 

행복

 

 

작가노트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느끼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무엇을 그려내건 연상이 아닌 현상의 그림을 표현하고 싶었다.

삶의 한 부분, 그 시간의 비춰지는 현상을 담고 싶었다.

기존의 자연의 주제를 벗어나, 내 주변의 이야기,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작게나마 보여 지는 현상들, 익숙함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심코 지나가 버린 풍경을 소재로 담아냈다.

시간은 흐른다.

일정하다기 보다는 때론 천천히, 때론 무심코 느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나의 삶 역시 작은 듯, 아주 크고 험난한 비탈길을 오르고 있던 때가 있었다.

잔인한 시간 속의 삶은 그 무엇보다 암울하고 캄캄했고, 나의 바람처럼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그 시간들은 흘러버렸다.

어둠이 걷히고 나에게 비춰진 건 새 삶이다.

암울한 시간 속에 무심코 지나갔던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이 들자 시간의 소중함을 느꼈고, 지금의 시간에서는 익숙한 풍경들도 나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채우는 아름다운 요소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바라본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고 따스했다.

세상은 변한다.

그렇기에 나 역시 지금 변한 채 살고 있다.

힘든 시간 따위는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설레임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인가!

세상은 놀라운 변화로 가득 차 있지만, 지금의 변화된 내 자신을 바라보면 내 스스로에게 무한한 격려를 해주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런 변화의 영향으로 내 그림도 변화시키고자 했다.

새롭게 시작된 삶에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기에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색으로 그림을 가득 메우고 싶다. 내 마음에 담겨 있는 감정들을 그림에 한껏 담아내고자 했다. 행복이 가득 담긴 그림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래서 난 행복한 가득 찬 그림을 그렸다.

진정한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려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내 손을 통해 만들어 내고 싶다.

나눔의 계절인 겨울과 어울릴 법한 이번 전시 주제는 ‘선물’이다.

선물을 나눔에 있어 상대를 배려하는 따스함에서 연상되는 색을 통해 작업을 하였다.

작품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둔 것은 색이다. 여느 작품처럼 전체의 분위기 역시 중요하지만 나의 작품의 색은 그 어떤 오브제보다 강렬한 표현이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픈 형상을 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비춰주고 싶었다.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고, 마음 가득 훈훈한 정이 넘치며,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줄 수 있는 그림이고 싶다.

나의 작품은 끌림보다는 여운이 남는 선물과 같은 그림이고 싶다.

작품은 나와 모두를 위한 치유이고 싶다.

또한 무언가로 받은 상처가 나의 작품을 통해서 다시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감성이 충분해질 그림이길 바란다.

 

 

훈훈한 향기_60x40cm_면,직접염료,견사

 

 

 

 

■ 정지은 (JUNG, JI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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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126-정지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