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展

 

"이목화랑 이전 기념전" - N을 위한 悲歌

 

 

나는 너를 찌르고 싶다_43x35x68_ceramics_2009

 

 

이목화랑

 

2010. 12. 1(수) ▶ 2010. 12. 31(금)

Opening : 2010. 12. 1(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71 | 02-514-8888

 

www.yeemockgallery.co.kr

 

 

막달이_63x54x76_ceramics_2006

 

 

1976년 대구에서 문을 연 이목화랑은 1990년 서울로 이전하였습니다. 서울로 처음 이전하여 20년을 청담동일대에서 활동해 오던 이목화랑이 다시 새로이 종로구 가회동에서 화랑을 시작하려 합니다.

가회동에서의 첫 전시로 작가 김나리의 개인전을 준비했습니다.

큰 구분으로는 조각이라고 표현을 하나 엄격히 따지면 깍아 만드는 조각이 아닌 손으로 빚어내는 도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직접 손으로 작품의 꽃잎이나 작은 부분까지 하나하나 빚어내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서 구워냅니다.

 

정면을 응시하는 여자의 두상만이 홀연히 자리했다. 그것은 누군가를 닮은 얼굴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의 얼굴과도 같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표정은 무표정하고, 아니 단호해 보이며 눈은 관자의 시선을 피한 채 약간 위를 응시하거나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는 텅 빈 시선을 안겨줄 뿐이다. 아니 이 얼굴은 모든 감정을, 회한과 분노와 절망과 낙관을 죄다 삼켜버린 채 응고되어 버린 순간으로 저장되어 있다. 속으로 간직한 알 수 없는 세계가 이 얼굴 위로 떠돈다.

그래서 무섭다. 얼굴 표정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모든 것들의 그 헤아릴 수 없음과 아득하고 무겁고 어두운 것들이 지레 연상돼서 무섭다. 하나의 얼굴은 일종의 사회적 텍스트이자 비명(碑銘)이다. 얼굴은 다른 사람들이 읽도록 의도된 책과 같은 것이다. 한 개인의 얼굴은 그가 살아온 역사와 사연들로 빼곡하고 침침하다. 사람들은 저 마다 살아온 삶을 자신의 얼굴 위에 깊게 새긴다. 얼굴빛과 주름, 표정과 눈빛은 부지불식간에 발설되는 음성이자 문자다. 얼굴은 거짓을 몰라 언제나 진실로 향해 있다. 차마 얼굴의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얼굴은 사회적 거울이 된다. 그래서, 그래서 얼굴은 너무 무섭다.

 

 

멀리서 온 사람_56x65x51_ceramics_2010

 

 

김나리의 얼굴은 전형성을 지닌다. 가능한 본질만을 남기고 단순하게 얼굴을 단독으로 일으켜 세운 후에 머리와 꽃 등의 최소한의 개입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젊은 여성의 두상, 흉상은 세부를 과감히 생략하고 단순화해 얼굴 하나 속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구체적인 인물의 외모나 개성이 아니라, 작가가 지향하는 어떤 관념적인 표정, 마음이 비추는 그런 얼굴 하나를 만들고 있다. 튀어나온 이마, 쌍까풀 없이 째진 눈, 도톰한 입술, 결연한 표정, 치렁이는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두상은 작가의 마음 속 초상이자 얼굴로 표상하는 메시지다. 사실 모든 작가들이 형상화하는 얼굴은 자신의 얼굴이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얼굴이다. 김나리가 만든 얼굴은 작가를 무척 닮아 있다. 일종의 자화상, 자소상이다. 그러나 이 자화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더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 세상에서 가엽게 죽거나 희생된 이들,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폭력에 의해 망실된 이들의 존재 위로 투사되어 그들의 아픔,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증오심과 무력감 등으로 뒤범벅된 얼굴, 표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자기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현실에 대한 전언이다. 그들과 내가 분리되지 않고 연루되어 있음을 증거한다. 그들의 얼굴을, 존재를 잊지 않으려는 간절한 제스처다. 그래서 관념적으로 떠올린 그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밀어 넣었다. 그들의 아픔에 자기 연민을, 슬픔과 애도를 실었다. 당대를 살아가며 겪는 모든 현실적 삶의 아픔과 분노와 적개심이 조합토를 빚고 뜨거운 불을 쐬어 굳힌 두상으로 결정화된다. 단호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그것은 작가의 얼굴이자 무수한 이들의 얼굴이고 넋이다.

박영택/ 망실된 얼굴에 바치는 헌사 중에서

 

 

final fantasy_62x36x88_ceramics_2009

 

 

김나리-망실된 얼굴에 바치는 헌사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정면을 응시하는 여자의 두상만이 홀연히 자리했다. 그것은 누군가를 닮은 얼굴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의 얼굴과도 같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표정은 무표정하고, 아니 단호해 보이며 눈은 관자의 시선을 피한 채 약간 위를 응시하거나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는 텅 빈 시선을 안겨줄 뿐이다. 아니 이 얼굴은 모든 감정을, 회한과 분노와 절망과 낙관을 죄다 삼켜버린 채 응고되어 버린 순간으로 저장되어 있다. 속으로 간직한 알 수 없는 세계가 이 얼굴 위로 떠돈다.

  그래서 무섭다. 얼굴 표정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모든 것들의 그 헤아릴 수 없음과 아득하고 무겁고 어두운 것들이 지레 연상돼서 무섭다. 하나의 얼굴은 일종의 사회적 텍스트이자 비명(碑銘)이다. 얼굴은 다른 사람들이 읽도록 의도된 책과 같은 것이다. 한 개인의 얼굴은 그가 살아온 역사와 사연들로 빼곡하고 침침하다. 사람들은 저 마다 살아온 삶을 자신의 얼굴 위에 깊게 새긴다. 얼굴빛과 주름, 표정과 눈빛은 부지불식간에 발설되는 음성이자 문자다. 얼굴은 거짓을 몰라 언제나 진실로 향해 있다. 차마 얼굴의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얼굴은 사회적 거울이 된다. 그래서, 그래서 얼굴은 너무 무섭다.

  김나리의 얼굴은 전형성을 지닌다. 가능한 본질만을 남기고 단순하게 얼굴을 단독으로 일으켜 세운 후에 머리와 꽃 등의 최소한의 개입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젊은 여성의 두상, 흉상은 세부를 과감히 생략하고 단순화해 얼굴 하나 속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구체적인 인물의 외모나 개성이 아니라, 작가가 지향하는 어떤 관념적인 표정, 마음이 비추는 그런 얼굴 하나를 만들고 있다. 튀어나온 이마, 쌍까풀 없이 째진 눈, 도톰한 입술, 결연한 표정, 치렁이는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두상은 작가의 마음 속 초상이자 얼굴로 표상하는 메시지다. 사실 모든 작가들이 형상화하는 얼굴은 자신의 얼굴이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얼굴이다. 김나리가 만든 얼굴은 작가를 무척 닮아 있다. 일종의 자화상, 자소상이다. 그러나 이 자화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더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 세상에서 가엽게 죽거나 희생된 이들,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폭력에 의해 망실된 이들의 존재 위로 투사되어 그들의 아픔,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증오심과 무력감 등으로 뒤범벅된 얼굴, 표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자기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현실에 대한 전언이다. 그들과 내가 분리되지 않고 연루되어 있음을 증거한다. 그들의 얼굴을, 존재를 잊지 않으려는 간절한 제스처다. 그래서 관념적으로 떠올린 그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밀어 넣었다. 그들의 아픔에 자기 연민을, 슬픔과 애도를 실었다. 당대를 살아가며 겪는 모든 현실적 삶의 아픔과 분노와 적개심이 조합토를 빚고 뜨거운 불을 쐬어 굳힌 두상으로 결정화된다. 단호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그것은 작가의 얼굴이자 무수한 이들의 얼굴이고 넋이다.

  대부분 젊은 남녀의 두상이다. 상반신 위로 목, 얼굴만이 위치해 있다. 따라서 눈빛과 표정은 핵심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감정과 서사를 동반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손, 꽃, 해골, 짐승, 날개 등 상징적인 도상들이 얼굴과 함께 처연하게 연결되어 있다. 죽은 개에 대한 슬픔, 억울하게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 자신의 내면의 상처를 더듬는 손, 삶과 죽음이 하나로 얽힘을 보여주는 해골, 불꽃과 뜨거운 열기의 아픔을 증거 하는 맨드라미 등은 얼굴 어딘가에 붙어 얼굴과 함께 타오르듯 위치해 있다. 자신의 일상에서 부딪치고 치러내는 사연 속에서 몸을 내민 것들이다. 간결하게 처리한 핵심적인 얼굴에 조밀한 손의 묘사력에 힘입은 기이한 장식성으로 덧붙여진 꽃, 불꽃, 해골의 형상은 무척 매력적이다. 흙을 가지고 꽃과 해골, 손을 묘사, 장식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유약 처리와 색상, 서로 잇대어 붙는 형태의 결합에서 오는 아쉬움도 이 묘사로 가려지는 편이다.

  무심하고 냉랭한 듯 묘한 표정을 지닌 얼굴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이 꽃으로 덮여 있거나 더러 눈 대신에 꽃송이가 들어차있기도 하다. 아름다움과 청춘을 상징하는 이 꽃은 작가가 자신이 만든 얼굴에 선사하는 애도의 선물들이다. 얼굴 전체가 꽃이거나 화염이 되어 불탄다. 까맣게 타버린 얼굴, 시뻘겋게 불에 덴 얼굴이 있는가 하면 해골과 입맞춤하거나 해골을 끌어안고 있는 얼굴, 불꽃같은 맨드라미를 손에 쥐고 있거나 꽃으로 이루어진 머리 등을 하고 있다. 모든 죽음으로 사라진 이들, 망실된 얼굴들이고 용산참사에 희생된, 불에 타버린 이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죽고 사라지는 슬픈 얼굴들이 너무 많다. 작가는 폭력과 압제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며 초혼제를 치른다. 그들에게 얼굴 하나씩을 바친다. 꽃을 드린다. 그것이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마도 작가는 그 얼굴들을 만들면서 많은 울음을 삼켰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눈물 같은 유약이 줄줄 흘러 얼굴을 뒤덮고 흘러내리기도 하고 또한 얼굴을 슬쩍 지우고 부식시키는 듯도 하다. 흙과 유약이 만나 이룬 이 얼굴은 김나리의 자소상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 소외되고 망실된 이들의 얼굴이다. 작가의 작품은 자신에게, 그들에게 바치는 애틋하고 따뜻한 헌사와도 같은 것이다.

 

 

 

 

■ 김나리

 

서울산업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예학과 졸업 |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 2010  3회 개인전, 이목화랑, 서울 | 2008  2회 개인전, 웨이방갤러리, 서울 | 2000  1회 개인전, 불암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0  KIAF2010, 코엑스, 아트링크, 서울 | 2009  KIAF2009, 코엑스, 이목화랑, 서울 | 2009  화랑미술제, 이목화랑, 부산 | 200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세계도자센터, 경기 이천 |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간의 숲, 회화의 숲' , 광주 | 1999  서울현대도예 공모전, 프레스센터, 서울 | 199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의 전당, 청주

 

 

 

vol.20101201-김나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