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展

 

'Bodyscape' 1,2,3,7,8,6,9

 

 

The bodyscape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10

 

 

노암 갤러리

 

2010. 11. 24(수) ▶ 2010. 11. 30(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33 | 02-720-2235

 

www.noamgallery.com

 

 

The bodyscape_193.9x130.3cm_acrylic on canvas_2010

 

 

Invitation to the Bodyscape: 김지희의 회화적 공간

                                                          정연심(홍익대학교.미술비평)

 

현대미술에서 매체간의 장르가 깨지면서 묵묵히 회화를 고집하는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물감의 물성과 캔버스라는 최소한의 재료만으로도 우리가 끊임없이 찾고 있는 유토피아를 모색해나가는 화가를 만나는 일은 더더욱 즐거운 일이다. 캔버스 틀을 한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 자체를 무궁무진한 포용성을 가진 거대한 바다로, 미로로, 리듬의 세계로 변화시켜나가는 작가 김지희의 회화로 초대하고 싶은 이유다.

 일견 작가의 작품은 흐르는 물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이다가 어느 지점에서 땅 밑에서 솟구쳐 나오는 꽃가루처럼 변신한다. 작품에 나타난 비정형적인 형태는 전시 제목인 "scape"의 의미대로 "식물줄기"같기도 하고, 또 "촉각근(觸角根)" 등처럼 자유자재로 변신을 거듭한다. 생물의 유기체가 한데 모여 있는 이 세계에는 작가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마이크로스코픽의 세계가 존재한다. 작가의 상상과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투사시키는 이 가상의 공간에는 여러 세계와 의미체가 중첩되어 있어 이를 실타래처럼 하나씩 풀어보는 회화의 묘미가 있다.

 

 

The bodyscape_72.7x60.6cm_acrylic on canvas_2010

 

 

김지희의 작업실에서 본 무수한 작품은 공통적으로 작가가 밑칠을 한 다음에 색면을 물감이나 여성들이 장식에 사용하는 반짝거리는 소재료를 붙이거나 꼼꼼하게 점, 선, 면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그리기' 행위의 연속이다. 이 행위는 많은 시간과 끈기를 요한다. 마치 신인상주의 화가였던 조르주 쇠라가 꼼꼼하게 색과 면을 시각적으로 실험하는 행위처럼 회화적 공간에서 김지희 작가는 '그린다'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과정을 하나의 수행적(遂行的, performative) 흔적으로 옮겨놓는다. 그리하여 이러한 흔적의 과정이 녹여져있는 캔버스는 김지희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고, 그녀의 꿈이 서술되는 공간이기도 하고, 작가의 무의식적인 잠재의식이 반영된 꿈의 세계이기도하다. 묵직한 물성을 연출하기 위해 찍고, 바르고, 또 덧칠하면서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장 포트리에(Jean Fautrier)가 물감에 석고, 흙, 종이 등을 섞어서 캔버스에 말라 두꺼운 마티에르로 일종의 정신적인 수행을 하는 것처럼, 작가 김지희는 매트한 캔버스를 추상 언어를 이용한 자서전의 세계로 전환시킨다.

 

 

The bodyscape_90.9x60.6cm_acrylic on canvas_2010

 

 

 그리하여 김지희의 회화적 공간은 신비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e)의 정물에서 느껴졌던 '여성성(femininity)'이 이 작품에 존재하여, 때로는 자연을 감싸는 포근한 느낌으로 때로는 자연을 위협하는 공격적이고 뭔가를 내리치는 이중적인 느낌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이러한 바디스케입의 세계는 땅 밑과 같은 미로로 계속 헤엄쳐 다니는 생명체가 거주하는 지형도를 만들기도 하고, 그림 안에 거하는 어느 생명체가 마치 보고 있는 사람을 한 순간 흡인력 있게 빨아들일 것 같은 위협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캔버스를 바라보다가 이내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표상적인 힘이 느껴지다가도 이내 형체는 산산이 부서져 파편으로 존재하고, 입체감은 곧 디자인적인 평면성과 장식성이 서로 충돌하다가 갑자기 균형과 조화를 되찾는다. 건축도면이나 드로잉을 상징하는 알레고리적인 세계인 것 같기도 하고, 무수한 비유를 연상시키지만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반대되는 긴장된 힘이 김지희의 손에 의해 서로 충돌하다가 평정을 되찾는다. 이러한 대립적인 힘이 화해하고 공존하는 곳이 바로 김지희가 만들어내는 바디스케입의 세계이다

 

 

The Flow-ing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04

 

 

작가는 회화이면서도 캔버스의 공간이 확장되어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프레임을 이용하기도 하며, 갤러리에 전시된 회화 자체를 또 하나의 바디스케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시도한다. 잃어버린 색(色)과 미지의 세계로의 초대, 이것이 바로 김지희의 첫 개인전에서 볼 수 있는 꿈꾸는 화가의 공간이다.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가 「여행으로 초대(L'Invitation au Voyage)」에서 말한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적막, 그리고 쾌락(La, tout n'est qu'ordre et beaute, luxe, calme et volupte)"이 있는 곳이다.

 

 

 

 

 

vol.20101124-김지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