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내리 展

 

'Moonlight'

 

 

promenade_388x97cm_한지에수묵채색_2010

 

 

갤러리 이즈 제2전시장

 

2010. 10. 20(수) ▶ 2010. 10. 26(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0-5 (인사동길 9-5) | 02-736-6669

 

www.galleryis.com

 

 

낮달_73x51cm_한지에수묵채색_2010

 

 

작가노트

 달빛,  화려한 빛이 사라지는 순간, 존재하지 않았던 듯 고요한 빛을 발하고 있던 달빛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늘의 달빛을 본지가 언제인지. 화려한 불빛들로 가득 찬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당신은 혹은 우리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달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하나...

도심 속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달리던 중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여기저기 도시의 어둠을 밝혀주는 여러 불빛들.. 그리고 밤하늘에 보일듯 말듯한  달빛. 화려한 빛에 가려진 달빛이 왠지 서글퍼지는 밤...  ...

그리고 세상의 빛이 바뀌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 예쁜 달이 뜨던 밤, 밤하늘에 가득한 별빛과 신선한 바람을 기억한다.

 -작업노트에서

 

 

달빛_40x40cm_한지에수묵채색_2010

 

 

내리고 쌓아올리고 내리는, 파란

김정현(미술비평)

 

녹슨 밤하늘에 파란을 덧입힌다.

밤의 시간을 다르게 쓰는 법을 고민하다, 파란을 찾아낸다.

파란 밤을 끌어내기 위해 달을 넣어둔다.

꽉 차지 못한 달빛으로 파란 밤이 내리는 곳은

너나 없는,

바위산, 나무 그리고 강줄기.

허락된 자에게만 보일지도 모르는,

청묵(靑墨)을 쌓아올리는,

 

파란을 밤의 시간에 초대한 작가는 담백하다. 여행에서 얻어낸 밤의 풍경을 파란에 덧입혀 사람이 빠져(疏外) 사람을 빠지게 하는(沒入), 그런 파란 밤을 그린다. 작가의 파란은 청묵과 함께 은은하다. 흑묵(黑墨)이 주는 무채색의 담담함이 있고, 청묵이 주는 유채색의 친근감이 있다. 청묵은 흑묵의 까만색을 이미 담고 있어, 담담함과 친근감이 공존한다. 청묵은 쉬기 위해 시간을 내놓은 자에게만 그 맛을 보여줄 지도 모른다. 채색 없이 남겨진 달, 작가가 만들어낸 파란 분채의 밤하늘과 강줄기, 흑묵의 나무, 청묵의 바위산, 그리고 화폭에 남겨진 반짝임. 이 어우러짐이 희한하게 기억을 남긴다.

 

 

별,밤하늘에내리다_80x90cm_한지에수묵채색_2010

 

 

한 번을 그리고, 지울 수가 없다.

손의 흔적을 다르게 쓰는 법을 고민하다, 덧그림을 찾아낸다.

‘그’ 그림을 끌어내기 위해 처음 그림은 아래에 놓아둔다.

꽉 채우지 못한 붓질들이 다시 내리는 곳은

흔적의 공간.

어제 그려놓은 기억을 두고 가기엔 여린,

켜켜이 파란을 쌓아올리는,

 

흔적을 화폭 안에 끌어안는 작가는 꼼꼼하다. 삶을 살아가는 길 위에 추억이 쌓이는 것처럼, 작가는 어제의 붓질을 지우지 못하고 덧입혀진, 그런 중첩된 그림을 그린다. 작가의 중첩(重疊)은 완벽한 세상을 향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붓질의 흐트러짐이 못내 아쉬워, 조금만 변화된다면 도달할지도 모르는 완전한 화폭을 상상한다. 마비될 정도의 팔의 통증을 붓 끝에 실어 한 번을 그리고, 그 위에 또 그린다. 아래로부터 스며 나오는 어제의 흔적이 배접된 한지에 밑그림을 보여주면, 이중 작업이 시작된다. 미처 그리지 못했던 ‘그’ 화폭이 드러나는 기대와 함께. 이 꼼꼼함이 희한하게 여유로움을 남긴다.

 

 

스쳐간다_73x51cm_한지에수묵채색_2010

 

 

사람 없는 여행을 하고도, 또 한다.

동행(同行)하는 법을 고민하다, 이내 일의고행(一意孤行)으로 돌아간다.

그 끝에서의 해우(解憂)는 아직 파란 밤과 함께 한다.

꽉 채웠던 내가 다시 내리는 곳은

... .........

쌓아올리고 내리고 쌓아올리는,

 

사람이 같이 하는 것을 꼭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순환에 익숙하다면 사람 없는 파란 달밤을 만나진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사람 없는 한적함을 그린다. 잘 웃고 잘 울고 수줍어 고개 숙이고 눈이 동그래진다. 누군가를 해 할 수도 해를 입을 수도 없을 것 같은 평범한 작가도, 일상의 우리처럼, 일상의 사건 속 관계에 허덕인다. 그래서 사람 없는 파란 달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지치면 떠나가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떠나는 공간, 그 곳으로의 동행, 그리고 해우가 있다. 이 화폭에 내리는 떠남이 희한하게 돌아옴을 남긴다. 작가의 말과 함께. “바위산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 형상을 찾진 못했죠.”

 

 

파란밤_120x60cm_한지에수묵채색_2010

 

 

 

 

■ 변내리 (PYON, NAE RI)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07  '섬 Island', 관훈갤러리 | 2010  '달빛 Moonlight', 갤러리이즈

 

단체전  | 2010  '다색다감', 아트스페이스H | '105인의 스펙트럼', 인사아트센터 | 여백.여름.여행, 토포하우스 | '아시아프',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건물 | 2009  '한 여름의 꿈',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아시아프', 옛 기무사건물 | '한국화의 현대적변용',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2008  홍익여류한국화회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 2007  아동보육기관 크리스마스트리 분양프로젝트 '크리스마스 숲을 거닐다', 두산갤러리 | '04FEB07', 갤러리 가이아 | 홍익여류한국화회전, A's 갤러리(도쿄) | 2005  '한.중 우수청년작가 회화21C', 중앙미술학원 미술관(베이징) | '해외풍경스케치', 한 갤러리 | 2003  '일곱 색깔 비워내기', 노암갤러리 | '중국스케치',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02  '삼', 공평아트센터 | '다양성의 전개와 조화', 공평아트센터

 

 

 

vol.201001020-변내리 展